수업중 휴대폰·방과후 민원에 무방비였던 교사…보호막 생긴다
(세종=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 교육부가 17일 공개한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안'은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와 교권 침해로부터 교원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됐다.
고시가 제정돼 시행되면 교원들은 수업 중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학생을 제지할 수 있고 차별로 인식되던 칭찬도 정당하게 할 수 있는 등 아동학대 신고 위험을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학부모의 폭언이나 폭력, 근무 시간 후 민원 등에서도 교사들이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교육부가 이날 공개한 고시안에는 교원들이 학생을 지도할 수 있는 방안이 비교적 구체적으로 담겼다.
교육 방해 학생에 대해서는 수업 시간 중 ▲ 교실 내 다른 좌석 ▲ 교실 내 지정된 위치 ▲ 교실 밖 지정된 장소로 분리하거나 ▲ 정규수업 이외의 시간에 특정 장소로 분리가 가능하다고 규정됐다.
교육부는 또 수업 중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학생에게 주의를 줄 수 있고, 학생이 이를 무시할 경우 물품을 분리 보관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학생이 교원이나 다른 학생, 교직원의 생명·신체에 위협을 가하는 등 긴급한 경우 학생을 붙잡는 등의 물리적 제지도 허용했다.
학생 동기 부여를 위해서는 칭찬이나 상 등을 활용할 수 있다고도 했다.
교원과 보호자의 상담은 일시나 방법을 사전에 협의하고 교원의 근무 시간·직무 범위 외 상담은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교육부가 구체적인 생활지도 방식을 규정한 것은 최근 교권 추락이 심각하고 만연해졌는데도 학교 현장에서 교원들이 대응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호소를 반영한 조치다.
학생인권조례 제정으로 그간 학생의 인권이 지나치게 강조됐지만 교사들의 교권 보호 제도 정비는 미흡해 교권은 물론 공교육이 붕괴할 지경에 이르렀다고 교육부는 보고 있다.
아동복지법상 정서적 아동학대의 모호성 때문에 교원들이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에 무방비로 시달리고 있다는 문제의식도 반영됐다.
실제 교육활동 침해를 심의하는 교권보호위원회 심의 건수는 2020년 1천197건에서 지난해 3천35건으로 늘었다.
교육부가 지난달 전국 교원 2만2천84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 조사한 결과 97.7%는 아동학대 신고로 인해 교육활동이 어렵다고 답했다.
최근 몇 년간 언론을 통해 알려진 교권 침해 사례는 교권 침해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8월 충남의 한 중학교에서는 학생이 교단 위에서 수업 중인 교사 옆에 누운 채 휴대전화를 충전하는 영상이 유포돼 논란이 일었다.
지난달 서울 서초구 초등학교에서는 2년 차 교사가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채 발견됐다. 노조는 해당 교사가 학급 학생들의 다툼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오후 9시에도 학부모에게 장문의 문자 메시지를 받는 등 다수의 학부모로부터 민원에 시달린 것이 사망 원인이 됐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상태다.
이 밖에도 학교 현장에서는 다른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한 학생을 공개적으로 칭찬하기 어렵다고 호소해왔다. 학생들이 차별로 인식하면 정서적 학대에 해당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고시가 시행되면 교원들은 근무 시간 외 상담을 정당하게 거부할 수 있게 된다.
학생이 수업 중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다면 교원이 넘겨받아 따로 보관할 수도 있다.
아동학대 신고에 대한 위험 부담 없이 과제나 수업에 열심히 참여한 학생을 공개적으로 칭찬하는 것도 가능해지게 된다.
교육부는 당장 다음 달 1일부터 고시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통상 20일 이상이던 행정예고 기간을 18일부터 28일까지로 열흘간 단축해 시행하기로 했다.
교육부가 이달 중으로 발표하는 '교권 회복 및 보호 강화 종합방안'의 상당수가 입법 과제여서 당장 시행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전에는 교사가 (수업 방해) 학생에게 교실 밖으로 나가도록 분리하면 아동학대로 신고되고 처벌받을 수 있지만 고시가 제정되면 정당한 생활지도여서 아동학대로 신고되지 않을 것"이라며 교사를 상대로 한 아동학대 신고가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다만 교실 밖으로 분리된 학생에 대한 관리 방안을 추가로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칫 학생이 학교를 이탈하거나 안전 문제를 일으킬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실 밖으로 분리하는 학생에 대해서는) 혼자 이동하기보다 (다른 교직원 등과) 동행해서 이동하도록 하는 방법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porqu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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