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기후위기 걱정하며 '가만히' 있는 당신...그러다 병 키운다"

신은별 2023. 8. 17.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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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예일대 기후변화 전문기관 YPCCC
8일 스페인 북부 칸타브리아주 빌라프리아에서 에브로 저수지가 계속된 가뭄으로 갈라져 있다. 빌라프리아=AFP 연합뉴스

뜨거워진 지구는 폭염, 가뭄, 폭우 등 기후 재난을 일으켜 인류를 비롯한 모든 생물의 목숨을 위협한다. 전 세계 사람들은 올여름 기후위기를 생생하게 체감하고 나서야 기후 걱정을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기후를 되돌리기 위한 '행동'도 하고 있을까.

미국 예일대 기후변화 전문 연구기관인 '기후변화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예일프로그램'(YPCCC)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YPCCC는 기후변화에 대한 인류의 인식, 태도, 행동을 연구해왔다.

기후 위기를 우려하면서도 행동은 하지 않는 괴리의 폐해는 크다. "기후 위기는 어차피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는 회의감이 커지면서 이로 인한 개인과 사회의 불안이 증폭되기 때문이다. YPCCC 인터뷰를 통해 '기후 걱정'이 '기후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 원인과 해결 방법을 들어봤다.

미국 예일대 기후변화 전문 연구기관인 '기후변화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예일프로그램'(YPCCC)의 이상욱(왼쪽 사진) 박사후 연구원은 YPCCC가 6월 발행한 보고서를 토대로 9일 한국일보와 인터뷰했다. YPCCC는 기후변화에 대한 인류의 인식, 태도, 행동을 연구해왔다.

"기후위기, 내가 해결하긴 어려워"… 행동 막는 요인들

'기후 걱정'의 증가는 세계적으로 관찰된다. YPCCC가 미국인 1,011명을 조사해 6월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가 걱정된다"는 답변이 2010년 약 50%에서 올해 66%로 늘었다. 미국 싱크탱크 퓨리서치센터가 17개국을 조사해 2021년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기후 위기가 나에게 영향을 줄까 봐 매우 걱정된다"는 답변이 2015년 대비 대부분의 국가에서 증가했다. 한국에선 32%에서 45%로 늘었다. 독일에선 18%에서 37%로 증가했고, 영국에선 19%에서 37%로, 스페인에선 36%에서 46%로, 프랑스에선 35%에서 41%로 늘었다.

이상욱 YPCCC 박사후 연구원은 9일(현지시간) 한국일보에 "이상 기후로 인한 재난이 빈번해지고 언론 등의 기후변화 언급 빈도가 늘면서 기후 위기에 대한 인지도와 걱정이 함께 커졌다"고 설명했다.

미국 싱크탱크 퓨리서치센터가 2021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기후변화가 개인에게 영향을 줄 것을 매우 우려한다'는 답변이 2015년 같은 조사와 비교했을 때 대부분의 국가에서 크게 늘어난 모습이다. 퓨리서치센터 보고서 캡처

그러나 개인들의 '기후 행동'은 소극적이다. YPCCC의 올해 연구에서 "기후변화를 타개하기 위한 해법을 1년에 몇 번 찾아봤는가"라는 질문에 "전혀 찾지 않거나 한 번 정도 찾았다"는 응답이 61%나 꼽혔다.

걱정이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는 복합적이다.이 연구원은 "①'기후변화'라는 개념이 추상적인 데다②기후 위기가 '당장 나에게 닥친 위기'라고 인식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YPCCC 연구에서도 "지구 온난화가 나에게 피해를 준다"는 답변(47%)보다 "개발도상국에 피해를 준다"(68%), "미래 세대에 피해를 준다"(71%)는 응답이 많았다. ③"위기가 나는 피해갈 것"이라는 인간의 낙관 편향성도 원인이다. 이 연구원은 "④개인이 행동을 해도 당장 기후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의 '효능감'이 떨어지는 것도 이유"라고 말했다.

예일대의 기후변화 전문기관인 ‘기후변화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예일프로그램’(YPCCC)이 미국인을 대상으로 조사해 올해 6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가 나에게 해를 끼칠 것'(47%)이라는 답변보다 국가(64%), 개발도상국(68%), 미래세대(71%)에 해를 끼칠 것이라고 답한 비율이 높다. '당장 나에게 닥친 일'로 인식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YPCCC 보고서 캡처

'기후 불안' 커질라 "정부가 '사회적 규범' 마련해야"

이러한 괴리를 방치하면 사회 전반에 회의감·무력감이 퍼지면서 슬픔, 불안, 분노 등 부정적 감정을 일으키는 개개인의 '기후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이 연구원은 "기후 불안은 이미 세계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고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라며 "기후 불안은 통상 젊은 세대와 취약 계층에서 더 크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의 결론은 "기후 행동은 개인적 효능감이 낮은 사안이므로 정부가 집단적 효능감과 사회적 규범을 확립하기 위헤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주변 사람들이 나에게 특정 행동을 기대하고 그들도 같은 행동을 할 것이라고 확신하면 내가 사회적 압박을 느껴서 기후 위기 해결을 위한 행동을 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 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은 정부의 노력이 개개인의 행동을 바꾸기에 좋은 환경을 갖췄다. 그는 "미국 등 다른 국가들에서는 기후변화를 정파적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뚜렷한 반면, 한국은 보수·진보 진영에 상관없이 기후변화에 대한 인지도가 높고 우려도 크다""이는 기후 행동을 위한 사회적 규범을 만드는 과정에서 이념 갈등이 벌어질 소지가 적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퓨리서치센터 연구를 보면, 다른 국가들에서는 "기후 위기가 나에게 영향을 줄까 봐 걱정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보수 답변자와 진보 답변자의 차이가 뚜렷하다(미국 보수 28%·진보 87%, 스웨덴 보수 27%·진보 57%, 독일 보수 72%·진보 85% 등). 그러나 한국은 양 진영 모두 기후 위기를 크게 걱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수는 84%가, 진보는 90%가 "걱정된다"고 답했다.

14일 폭우로 산사태가 발생한 인도 히마찰프라데시의 솔란 지역에서 보안요원 등이 주민의 물건을 옮기고 있다. 솔란=AFP 연합뉴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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