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 경기 부상으로 4년 연속 전 경기 출장 포기해야 했던 KT 배정대 “목표 잃고 힘들어하던 저를 일으켜세운 것은…”
남정훈 2023. 8. 17. 09:27
프로야구 KT의 외야수 배정대(28)는 201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LG의 2차 1라운드(전체 3번) 지명을 받았다. LG에서 한 해만 보내고 신생팀이었던 KT가 각 구단에 20인 외 전력보강선수 지명을 받았는데, LG에서 택한 선수가 배정대였다. KT가 창단 후 처음 1군리그에 참가한 2015년 1군 무대에 입성했고, 배정대도 2015시즌에 1군 무대 데뷔전을 치렀지만 2019년까진 백업 역할에 머물렀다.
프로 6년차인 2020시즌, 배정대의 잠재력이 폭발했다. 144경기 전 경기에 출장해 타율 0.289(533타수 154안타) 13홈런 65타점 22도루를 기록한 것. 2021년과 2022년에도 배정대는 144경기 전 경기 출전하며 ‘금강불괴’의 면모를 뽐냈다.
올 시즌에도 전 경기 출장을 이어나가고 싶었던 배정대였지만, 정규시즌 개막을 코앞에 둔 지난 3월26일 시범경기에서 투수의 공에 손을 맞아 왼쪽 손등이 골절되는 큰 부상을 당했다. 개막 후 부상 회복에만 전념하던 배정대는 지난 6월1일에야 1군에 등록됐고, 6월2일 시즌 첫 경기를 치러야 했다.
배정대의 부상 외에도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시즌 초반 최하위권을 맴돌던 KT는 6월 시작된 대반격으로 3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6월1일부터 지난 16일까지 39승16패를 거두고 있는데, 배정대가 1군에 돌아온 시기와 거의 일치한다.
배정대는 16일 잠실 두산전에서도 9번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장해 맹활약하며 KT의 5-2 승리를 이끌었다. 2-0으로 앞서던 2회 2사 1루에서 첫 타석에 들어선 배정대는 상대 선발 김동주의 시속 145km짜리 직구가 몸쪽에 들어온 것을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겼다. 배정대의 올 시즌 첫 홈런이었다. 이 홈런으로 경기 초반 4-0으로 달아난 KT는 4연승을 달리며 55승2무45패로 산에서 롯데에게 4-7로 패한 2위 SSG(55승1무43패)와 승차를 한 경기로 줄였다.
경기 뒤 수훈선수 인터뷰를 위해 더그아웃에서 만난 배정대는 “시즌 전 경기 출장은 그간 내게 큰 동기부여가 되는 목표였다. 그러나 올해는 정규리그 시작 직전에 무산돼 많이 힘들었다”면서 “부상에 대한 아쉬움을 털어낼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긴 했다. 그래도 ‘언젠가는 끊길 기록’이라고 생각하며 나를 달랬다”고 털어놨다.
이날 마수걸이포를 날린 비결은 하체 활용이었다. 배정대는 “오늘 타격 훈련을 할 때 김강·유한준 코치님과 하체를 활용하는 방법을 연구했는데, 무의식 중에 그 자세가 나왔다. 팀 승리에 보탬이 되는 홈런을쳐서 기분 좋다”고 말했다.
중견수로서 뛰어난 외야수비를 자랑하는 배정대는 7회 2사 2루에서 강승호의 잘 맞은 좌중간 타구를 전력 질주해 잡아냈다. 타구를 잡아낸 후에는 펜스를 가슴으로 부딪히는 세리머니도 선보였다. 그는 “정말 오랜만에 되제 잘 잡은 것 같다”면서 “원래 수비할 때 타구를 보면서 쫓아가는 스타일인데, 이 타구는 잘 맞아서 ‘쉽지 않겠다’ 싶어 안 보고 쫓아갔다. 낙구 지점을 잘 포착해서 잘 잡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세리머니에 대해선 “펜스 근처에서 잡게 되면 저도 모르게 그런 액션이 나오는 것 같다. 기분 좋은 표현을 그렇게 하는 듯 하다”고 설명했다.
전 경기 출장이라는 목표가 사라진 배정대에게 힘이 되어주는 것은 역시 가족이다. 배정대는 “부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낼 때 ‘내게 다른 건 다 필요 없고, 아들만 필요하다’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셨다”며 “지금도 울컥할 만큼 감동이었다. 그 문자로 나를 지탱할 수 있는 힘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동갑내기 친구 사이인 KT 외야수 김민혁은 지난 수훈선수 인터뷰 때 “(배)정대가 제게 자극을 받는진 모르겠지만, 저는 (배)정대를 보며 많은 자극을 받는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묻자 배정대는 웃으며 “그냥 솔직하게 말하자면, 자극을 받는다고 말하고 싶지만, 저는 자극을 받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민혁이는 타격적인 부분에서굉장히 큰 재능이 있는 선수긴 한데, 제가 누군가에게 자극을 받는 스타일은 아닌 것 같아요. 예전엔 유한준 코치님이나 이런 선배들께 배우거나 본받으면서 ‘나도 나이가 들면 저렇게 되어야지’ 그런 생각을 하긴 했어요”라고 답했다.
잠실=남정훈 기자 che@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세계일보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해당 언론사로 이동합니다.
- '3개월 시한부' 암투병 고백한 오은영의 대장암...원인과 예방법은? [건강+]
- “내 성별은 이제 여자” 女 탈의실도 맘대로 이용… 괜찮을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속도위반 1만9651번+신호위반 1236번… ‘과태료 전국 1위’는 얼마 낼까 [수민이가 궁금해요]
- '발열·오한·근육통' 감기 아니었네… 일주일만에 459명 당한 '이 병' 확산
- “그만하십시오, 딸과 3살 차이밖에 안납니다”…공군서 또 성폭력 의혹
- “효림아, 집 줄테니까 힘들면 이혼해”…김수미 며느리 사랑 ‘먹먹’
- ‘女스태프 성폭행’ 강지환, 항소심 판결 뒤집혔다…“前소속사에 35억 지급하라”
- 사랑 나눈 후 바로 이불 빨래…여친 결벽증 때문에 고민이라는 남성의 사연
- "오피스 남편이 어때서"…男동료와 술·영화 즐긴 아내 '당당'
- 예비신랑과 성관계 2번 만에 성병 감염…“지금도 손이 떨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