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조의 아트홀릭] "바다 없는 충북에 초대형 파도가 몰아친다"

2023. 8. 17.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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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정승조 아나운서 ■

2020년 4월 서울 코엑스의 LED 전광판. 이곳에 끊임없이 몰아치던 입체적인 파도를 기억하는가. 이 파도는 L자 모양의 대형 LED 전광판을 유리로 둘러싸인 입체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특히 아나몰픽 일루전(Anamorphic Illusions) 기법을 이용해 그 안에서 끊임없이 몰아치는 파도를 실감 나게 구현해 화제였다. CNN과 BBC 등 해외 주요 언론에서도 소개한 바 있는 이 파도는 미디어 아트인 '웨이브(WAVE)'다. ‘WAVE’는 2년 전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 중 하나인 ‘iF 디자인 어워드 2021’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당시 최고점이었다.

이렇게 화제성과 작품성을 모두 인정받은 3D 입체 파도가 바다 없는 충북에 몰아치고 있다. '웨이브(WAVE)'가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의 미디어 캔버스에서 구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설원지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는 8월 14일 본인과의 전화 통화에서 "코엑스에서 볼 수 있었던 디지털 미디어 콘텐츠 제작사인 디스트릭트의 웨이브(WAVE) 원본이 맞다"라면서 "국립현대미술관은 8월 14일(월)부터 미술관 건물 외벽에 설치된 미디어 캔버스를 통해 미디어아트 웨이브(WAVE)를 9월 3일까지 3주간 송출한다"라고 밝혔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의 미디어 캔버스서 WAVE가 구현 중이다


그렇다면 2023년 충북을 찾은 3D 입체 파도인 '웨이브(WAVE)'. 2020년 서울 코엑스 K-POP 전광판의 파도와 어떤 차이가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맞춤형 조정'이 이뤄졌다. 웨이브(WAVE)가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의 미디어 캔버스에서 성공적으로 구현될 수 있게 말이다. 설원지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는 "이 작품은 매체 특성상 표출 부에 딱 맞게 제작되어야 했다"면서 "미술관 전광판이 지닌 기술적인 특징(스펙)에 맞춰 작업이 이루어졌다"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아나몰픽 일루전으로 만들어진 웨이브(WAVE)는 스위트 스폿(Sweet Spot)을 가장 필요로 하는 작품"이라면서 "스위트 스폿은 작품을 봤을 때 가장 적절한 위치를 말하는데 그 위치와 높이에 따라서 3D 입체 영상을 가장 정확하게 볼 수 있는 위치를 설정해 재가공했다"라고 전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의 미디어 캔버스서 WAVE가 구현 중이다


파도가 몰아치는 방향도 다르다. 관람객이 전광판을 바라보는 방향을 기준으로 보면 2020 코엑스의 웨이브(WAVE)는 파도가 오른쪽으로 친다. 반면 2023 국립현대미술관 웨이브(WAVE)는 파도가 왼쪽으로 친다. 이에 대해 설원지 학예연구사는 "같은 방향이었다면 아나몰픽 일루전의 공간적 입체감의 효과가 크지 않아서 송출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미술관 전광판의 오른쪽 면이 조금 짧아 스케일(scale) 감이 나지 않는 상황에서 방향까지 같으면 큰 의미가 없다고 초반에는 그렇게 판단했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 아니던가. 제작사에서 문제 개선을 위한 아이디어로 방향 전환을 제안했고 최종적으로 작품은 구현될 수 있었다. 더불어 설원지 학예연구사는 "약간의 조정과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원본 파일은 2020년 당시와 같은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의 '웨이브(WAVE)'는 '충북 맞춤형' 3D 입체 파도인 것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는 이를 위해 올해 3월 초부터 준비에 돌입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미디어아트 웨이브 제작사인 디스트릭트에 관련 정보를 제공했고, 제작사의 두 차례 미술관 방문을 통해 현장 상황과 스위트 스폿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한다. 이후 웨이브(WAVE) 영상의 사이즈 조정과 리터치에 들어간 것이다. 여기에 소요된 기간은 총 5~6개월. 영상이 구현되는 시간이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에 설원지 학예연구사는 "실제로는 1분이 채 되지 않는다"며 "아주 짧은 시간의 영상을 구현하기 위해 수억 원이 소요된다고들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미술관에서 계속 이런 작품을 송출하긴 어렵지만 중간중간 작가분들의 아나몰픽 일루전 기술이 적용된 작품을 송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예정된 작품으로는 서울 코엑스 K-POP 스퀘어에서 만나볼 수 있었던 최성록 작가(미디어 아티스트)의 새로운 신작을 아나몰픽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살짝 뀌띔해 주었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의 미디어 캔버스서 WAVE가 구현 중이다


사실 '웨이브(WAVE)'는 공개 시점을 두고 고심이 많았다고 한다. 설원지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는 이달 초 본인과의 전화 통화에서 "오픈 일정은 미정이에요. 고심 중입니다"라고 전했었다. 그리고 최근 웨이브(WAVE)가 공개된 이후에도 "아직도 좀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생각해 보면 당연히 그럴 만한 상황이었다. 극한 호우로 인해 발생해서는 안 될 충북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가 발생했고 제6호 태풍 카눈이 우리나라로 향하고 있었다. 또 한편으로는 여름에 맞춰 3D 입체 영상을 준비했는데 계절적인 시의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터. 이와 함께 설원지 학예연구사는 "국립현대미술관의 미디어 캔버스를 어떻게 하면 도민들이 더 좋아하실 만한 공간으로 만드느냐"가 고민이라며 "대내외적으로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의 랜드마크가 되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라고 전했다. 이런 고심과 준비 과정 끝에 지난 14일부터 바다 없는 충북에 초대형 파도가 치고 있다. 강력한 몰입감을 주는 3D 입체 파도인 미디어아트 '웨이브(WAVE)'는 오는 9월 3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의 미디어 캔버스를 통해 누구나 감상할 수 있다.

(사진 제공 :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정승조 아나운서 / 문화 예술을 사랑하는 방송인으로 CJB청주방송, TBN충북교통방송에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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