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갈루마 야생 돌고래 먹이주기 감동여행 버킷리스트[함영훈의 멋·맛·쉼]
[헤럴드경제(호주 탕갈루마)=함영훈 선임기자]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사람, 착한 야생동물 간의 교감.” 호주 탕갈루마가 ‘살아있는 에코(Eco) 인문학여행의 버킷리스트’로 떠오르고 있다.
퀸즐랜드주의 주도 브리즈번에서 배로 75분 가면 모튼(Moreton)섬의 탕갈루마(Tangalooma) 빌리지를 만난다.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모래 섬이고, 섬 속에 사막 3개를 가진 곳이다. 알파벳을 그대로 읽으니 “모레톤”이라, 한국 여행객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모래가 수억톤이라 모레톤이네”이라 너스레한다.
이 섬은 길이 37㎞, 가운데 지점 폭 8㎞로 남북으로 긴 지형, 고래를 닮았다. 여행자들은 이곳에서 고래 관찰여행, 돌고래 먹이주기, 펠리칸 등 야생조류와의 교감, 사막투어와 모래썰매, 환상적인 석양 속의 정담, 바닷물에 가라앉은 난파선 선단 탐험 등 다양한 즐거움과 세상 어디에도 없는 감동을 얻는다.
퀸즈랜드 주 정부는 세계최고의 에코(Eco:친자연)국가 다운 동물보호 공인 규정을 두고 준수하는 탕갈루마 빌리지에 한해, 야생 동물 교감 프로그램을 허용하고 있다.
30여가지 탕갈루마 프로그램 중 으뜸은 야생 돌고래 먹이주기이다. 호주가 국가적으로 자랑하는, 야생동물-인간 사이 자연스러운 우정 쌓기 프로그램이다.
인간이 동물을 지배해서 ‘부자연’스러움을 만든 곳이 동물원과 아쿠라리움이라면, 이 야생 돌고래의 인간공동체 방문과 교감은 동물의 자발적인 것이어서 매우 ‘자연’스럽고 감동이 크다. 인간들은 그들이 오기를 기다리며 5~6열 종대 줄은 선다. 이 모습을 보면 인간을 신뢰하게 된 돌고래가 인간의 마음을 지배한다는 느낌도 든다.
▶조심, 조신, 신중, 흥분 억누리며 야생 돌고래 기다리기= 모튼 섬 서부 탕갈루마 빌리지에 해넘이가 시작되자, 일군의 사람들이 줄을 선다. 아직 돌고래들이 오려면 30분 이상 기다려야 하지만, 숙지 해야할 야생동물 보호 규칙이 많기 때문이다.
탕갈루마 에코 레인저(Eco Ranger)팀 스태프들은 청소년들도 쉽게 알아들을 수 있는 어휘를 사용해, 비영어권 여행자도 이해할수 있도록 천천히 자상하게, 돌고래를 안정시키기 위해 사람들이 취해야 할 행동 요령등을 알려준다.
인생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로 꼽히는 체험이므로, 나이 연로한 어르신, 휠체어를 탄 장애인 등 마음 속에 꿈을 품은 모든 이들이 조심스럽게 5열 종대로 줄을 서서 돌고래를 기다린다.
해가 바닷물 속으로 떨어진지 20여분이 지나자 한 두 마리씩 탕갈루마 빌리지의 제티 선착장에서 유영한다.
사람을 만나는 것이 익숙한 듯, 사람의 환성을 유도할 만한 재롱도 피운다. 점프는 물론 스크류식 수영, 빨리 갔다가 천천히 갔다가 반복하는 모습 등 재롱의 종류도 다양하다. 결코 유격훈련장 같은 곳의 조교가 가르쳐준 것이 아니다. 점프가 서툰 것만 봐도 그들이 자연속에서 성장하면서 스스로 익힌 재롱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여행자가 물이 허리춤에 찰 정도의 깊이로 들어가 온화한 미소와 함께 먹이를 쥔 손을 느리게 움직이면 돌고래는 천천히 주위를 유영하며 조금씩 다가온다. 이같은 탐색은 1분 안팎이다. 그리고 하나를 얻어먹은 뒤엔 한동안 피딩 여행자 일행 곁을 떠나지 않는다. 에코레인저가 늘 여행자 옆에서 둘 사이를 편안하게 연결해준다. 소개팅시켜주는 선한 주선자처럼.
먹이는 입에 들어가도 성이 안찰 정도, 크기가 버들치 만 바닷물고기이다. 20마리를 먹어도 성에 차지 않을 양이지만 야생돌고래가 이런 세레모니를 찾아와서 즐기는 것은 탕갈루마를 찾는 사람들 모두 자신과 친구가 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알고 그에 조응해주기 위함인 듯 하다. 그 시간에 사냥을 했어도 충분할텐데 말이다.
6열 종대로 서서 나름의 레인에서 질서있게 돌고래 먹이주기를 하는데, 바닷물에 경계표시가 없는데도 야생 돌고래들은 처음 진입한 레인을 떠나지 않고 질서를 지킨다. 만약 야생 돌고래가 이를 지키지 않았다면 어떤 레인엔 여러마리가 오고 다른레인엔 한 마리도 안갈텐데, 교육훈련을 받지도 않은 야생 돌고래가 이같은 질서를 기가막히게 지킨다.
한국인 일행이 둘째날밤 두 번째 피딩을 시도할때엔 처음 보는 돌고래가 출현했다. 에코레인저들의 긴급회의가 소집됐고, 피딩시작이 약 5분가량 늦어지기도 했다. 사람과 돌고래 간 기존에 암묵적으로 맺은 질서유지 신사협정이 깨질까봐 처음 온 돌고래 손님에겐 먹이를 주지 않기로 결정한다.
먹이주는 손님이 교체될 때 브레이크 타임 1~2분간 각 레인의 돌고래는 약 20~30m 구간에서 막간을 이용한 쇼타임을 갖는다. 당연히 그들 스스로가 하는 재롱이다.
▶야생 돌고래 뷰티-보보-팅커벨과 인간 베티 오스본의 우정 이야기= 1962년까지 포경 기지였던 탕갈루마는 1963년 골드코스트 기업 연합체에 의해 휴양지로 변모했다. 그 후 1980년에 이 리조트는 브리즈번의 브라이언과 베티 오스본이 인수해 새롭게 단장한다.
그러던 중 1980년대 초중반 제티 선착장에서 낚시를 하던 손님들은 자신들이 잡았다가 다시 놓아준 물고기를 몇몇 돌고래가 먹고 있다는 사실 연달아 제보한다. 그 후, 매일 밤 탕갈루마 빌리지 사람들은 해가 진 후 도착하는 돌고래를 보기 위해 제티 선착장을 찾았다.
매일 찾아오는 아이는 어느덧 빌리지 사람들에게 인상착의가 분명히 눈에 익었고, 스태프들은 암수 구분을 할 수 없을 때 그를 당찬 청년 느낌의 ‘에릭’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1986년 어느 날, 에릭이 아기 돌고래를 데리고 왔다. 베티 오스본은 여러 정황으로 미뤄 에릭이 암컷이라는 점을 확인한 뒤, 여성적인 이름으로 바꿔, 뷰티(Beauty)라고 불러줬고, 아기 돌고래에게는 ‘보보’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그 후 몇 년 동안 이 빌리지의 주인 베티 오스본은 “뷰티”, “뷰티”라고 부르며 단단한 유대감을 형성했고, 1992년 1월, 드디어 뷰티는 베티를 친구로 여겼는지, 아주 가까이 다가와 그녀의 손에서 직접 전해주는 물고기를 처음으로 받아먹었다. 6년간의 우정만들기 끝에 이뤄진, 짜릿한 찰라의 접촉이었다.
이로부터 탕갈루마의 야생 돌고래 먹이주기가 시작된다. 베티는 매일 저녁 신선한 물고기 한 양동이를 준비해 뷰티가 도착하면 손님들이 뷰티에게 전해줄 수 있도록 했다.
1990년 후반 뷰티는 팅커벨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아기 돌고래를 데리고 왔고 돌고래들은 1991년 내내 리조트에 정기적으로 방문하게 된다. 〈계속→FIFA 여자월드컵 개최지 호주여행⑨〉
■FIFA 여자월드컵 계기, 호주 애들레이드-탕갈루마-브리즈번 여행, 글싣는 순서
▶2023.8.7. ①포근하게, 짜릿하게..애들레이드의 매력 ②애들레이드, 첫 다문화 자치도시의 정감 ③애들레이드 남호주 오션로드 700㎞ 비경
▶2023.08.13. ④예술축구 이긴 호주 예술, 유럽에 기죽지않은 이유
▶2023.08.15. ⑤호주에선 왜 남호주 와인만 강세일까..벤 농가의 하루 ⑥애들레이드 힐스 로프티 고택이 주는 작은 평화 ⑦남호주 해상마차 타봤니..코알라 안아주기는?
▶2023.8.17. ⑧탕갈루마 야생 돌고래 먹이주기 감동여행 버킷리스트 ⑨K-드라마 같은 탕갈루마 야생돌고래-인간 40년 우정 ⑩퀸즈랜드 탕갈루마 바다 15척의 난파선, 보물선? ⑪탕갈루마섬 사막 질주, 펠리칸 대화..BTS 아미도 ⑫퀸즈랜드-탕갈루마, 우영우 혹등고래 가장 역동적
▶2023.8.20. ⑬브리즈번 ‘퀸즈워프’와 올림픽 준비 현장 가보니.. ⑭브리즈번 강남스타일- 사우스뱅크 르네상스 ⑮브리즈번 스토리대교, 낮엔 오르고, 밤엔 취하고.. (16)파란만장 보타닉과 더 밸리의 나이트 피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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