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와의 전쟁···다수 살인 저지른 갱단원에 ‘징역 694년’ 선고한 국가
‘갱단과의 전쟁’을 선포한 엘살바도르에서 다수의 살인을 저지른 갱단원이 600년 넘는 실형을 선고받았다.
16일(현지시간) 현지 매체 라프렌사그라피카 등에 따르면 엘살바도르 법원은 전날 살인과 살인미수, 강도, 공갈 등 혐의로 기소된 ‘마라 살바트루차’(MS-13) 소속 갱단원 5명에 대해 각각 수백년에 달하는 징역형을 선고했다.
엘살바도르 검찰청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한 내용을 보면, 조직 중간보스 격인 아마데오 에르난데스 페를라는 23건의 살인, 범죄단체조직 및 테러 등 죄로 694년 형을 받았다. 살인 및 범죄조직 혐의로 기소된 호세 라몬 클라로스 라모스는 514년, 나머지 3명은 각각 192년·264년·514년형을 선고받았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이 2011∼2017년 사이에 저지른 범죄는 살인 67건, 살인미수 8건, 강도 6건, 공갈 및 갈취 4건, 절도 2건 등이 포함됐다.
MS-13은 극악의 폭력 행위로 잘 알려진 잔인한 갱단 조직으로, 1980년대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이주한 이민자를 중심으로 결성됐다. 이들은 미국을 비롯해 북중미에서 주로 활동하며, 마체테 등으로 잔혹하게 살인·시신 오욕(훼손)·납치·인신매매 등 범행을 저질러 왔다.
현지에서는 법원의 이번 판결이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의 강력한 ‘범죄와의 전쟁’ 의지에 보조를 맞추는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켈레 대통령은 범죄 소탕을 내세우며 강력한 치안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엘살바도르의 갱단은 약 7만명으로 추산되며, 이들은 오랫동안 도시를 장악하고 사람들을 강탈하고 살해해왔다.
엘살바도르 정부는 지난해 3월 갱단 근절을 목표로 선포한 국가비상사태를 1년 넘게 유지하며 군인과 경찰을 수시로 대거 동원하고 있다. 현재까지 체포된 사람만 약 7만명에 달하며, 수감자가 늘면서 교도소 수용시설이 부족해지자 얼마 전 범죄자 4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교도소를 새로 준공한 바 있다. 이 교도소의 부지 면적은 165만㎡로, 여의도의 절반 크기를 웃돈다.
인권 단체들은 가혹한 단속에 따른 인권 침해를 비판하고 있다. 경찰이 영장 없이 용의자를 체포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가 자의적 구금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인권 운동가들은 젊은 남성들이 외모나 나이, 사는 곳을 기준으로 체포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거동이 수상하다든지 진위와는 관계없는 특정 제보를 받았다든지 하는 이유만으로도 용의자로 간주해 일단 구금하는 경우도 있다.
이같은 인권탄압 논란에도 부켈레 대통령은 현재의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한때 인구 대비 살인율이 전 세계 최고 수준까지 치달았던 폭력과 범죄에 지친 엘살바도르 국민은 부켈레 대통령에게 높은 지지를 보이고 있다. 대통령 지지율은 80%까지 육박했고, 2021년 총선에서는 압승을 거둬 의회도 장악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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