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욱진이 가장 아끼던 가족圖 일본서 찾았다…60여년 만에 '귀국'

김일창 기자 2023. 8. 17.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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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은 화가 장욱진이 처음으로 그린 가족도인 1955년작 '가족'을 발굴해 소장품으로 수집하는 데 성공했다고 17일 밝혔다.

1964년 반도화랑에서 개최된 장욱진의 첫 개인전에서 일본인 개인 소장가에게 판매된 후 행방을 알 수 없었던 이 그림은 오는 9월 '가장 진지한 고백: 장욱진 회고전'에서 60년 만에 공개된다.

이 그림은 생전 30여 점 이상의 가족을 그린 장욱진이 항상 머리맡에 걸어둘 만큼 애착을 가졌던 작품이자 처음으로 돈을 받고 판매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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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서 열리는 회고전서 전시 예정
장욱진, 〈가족〉, 1955, 캔버스에 유화물감, 6.5x16.5cm, 국립현대미술관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국립현대미술관은 화가 장욱진이 처음으로 그린 가족도인 1955년작 '가족'을 발굴해 소장품으로 수집하는 데 성공했다고 17일 밝혔다.

1964년 반도화랑에서 개최된 장욱진의 첫 개인전에서 일본인 개인 소장가에게 판매된 후 행방을 알 수 없었던 이 그림은 오는 9월 '가장 진지한 고백: 장욱진 회고전'에서 60년 만에 공개된다.

이 그림은 생전 30여 점 이상의 가족을 그린 장욱진이 항상 머리맡에 걸어둘 만큼 애착을 가졌던 작품이자 처음으로 돈을 받고 판매한 작품이다. 작품을 판매한 돈으로는 막내딸에게 바이올린을 사준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일본인 시오자와 사다오(塩澤定雄)에게 판매된 이 작품에 대한 아쉬움으로 1972년 '가족도'를 다시 그린 것으로 알려져 장욱진 연구자들의 궁금증을 일으켜 왔다.

이 작품을 두고 부인 고(故) 이순경 여사는 "조그마한 가족도였는데 두고두고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고, 큰딸 장경수씨는 아버지의 대표작으로 꼽았다. 생전 장욱진과 깊은 친분을 유지했던 김형국 전 서울대 교수는 1991년 이 그림의 행방을 찾으려 백방으로 수소문했지만 작품의 현존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다.

장욱진전을 계기로 다시 한 번 '가족' 찾기가 시작했다. 전시 기획을 맡은 배원정 학예연구사는 작품의 행방을 찾으러 소장가 시오자와 사다오(1911-2003)의 아들인 시오자와 슌이치(塩澤俊一) 부부를 찾아가 일본 오사카 근교에 소재한 소장가의 오래된 아틀리에를 방문했다.

그곳에서 일본의 미술품운송회사 담당자들이 한 켠에서 작품을 찾는 동안, 배 학예연구사가 낡은 벽장 속에서 먼지를 잔뜩 뒤집어쓴 손바닥만한 그림을 직접 찾아내며 극적으로 '가족'을 발견했다.

당시 현장에서는 작품의 행방을 몰랐던 시오자와 부부뿐 아니라 주일 대한민국대사관 한국문화원의 하성환 팀장과 미술품운송회사 직원들 모두 환호성을 질렀다는 후문이다.

발견된 작품은 평생 가족 이미지를 그린 장욱진 가족도의 전범(典範)이 되는 그림이자, 최초의 정식 가족도라는 점에서 미술사적 가치가 매우 높다.

그림 한 가운데에는 작품 제작연도 1955와 장욱진의 서명(UCCHINCHANg)이 적혀있다. 화면 한가운데 자리한 집 안에는 4명의 가족이 앞을 내다보고 있으며 집 좌우로는 나무가 있고, 두 마리의 새가 날아가고 있다.

대상이 군더더기 없이 짜임새 있게 배치되어 장욱진의 조형 감각이 유감없이 발휘된 작품이다. 그의 가족도 중 어머니가 아닌, 아버지와 아이들만이 함께 그려진 유일한 사례라는 점도 의미 깊다.

또한 장욱진 유족의 증언에 따르면 작품의 액자 틀을 월북 조각가 박승구(1919~1995)가 조각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이 작품이 전시 출품뿐만 아니라 소장품으로서 작가의 고국 한국에 돌아올 수 있도록 소장가를 설득했고, 소장가는 흔쾌히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 구매계약서에 서명했다.

작품의 존재를 수소문하는 과정에서는 일본 내 권위 있는 서예가이자 예술원 회원인 다카키 세이우(高木聖雨) 선생이 소장가 시오자와 슌이치 선생에게 직접 붓글씨로 쓴 편지를 보내 '장욱진' 회고전에 '가족'을 출품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장욱진의 장남 정순씨는 "대학생 시절, 반도화랑에서 시오자와 사다오씨가 작품을 구매할 때 현장에 있었다"며 "그가 준 명함도 기억이 나는데, 그분의 아들에게 국립현대미술관이 작품을 다시 구매해왔고, 작품을 다시 만나게 된다니 감회가 새롭다"고 했다.

ic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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