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선수위원 역대 최고 경쟁률' 이끈 유승민 IOC위원"박인비 후보 당선 적극 도울것"[진심인터뷰]

전영지 2023. 8. 17.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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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비 선수 축하합니다. 잘 준비해봅시다!"

유승민 IOC위원(대한탁구협회장)이 14일 대한체육회 원로위원회에서 IOC선수위원 후보로 박인비를 의결한 직후 자신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적극 응원의 뜻을 전했다. '한국 최초 여성 IOC선수위원'을 향한 체육계의 관심과 기대가 집중된 여름날, 서울 강남의 사무실에서 유승민 IOC위원을 마주했다.

2016년 여름, 지구 반대편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원모어 정신'으로 한발 더 뛴 그는 전체 2위로 IOC선수위원에 선출됐다. 하루 3만보를 걸으며 금메달 기운을 전하는 한국 청년의 기백을 전세계 올림피언들이 알아봤다. 지난 7년간 거침없이 달렸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현장에서 선수촌장을 맡아 전세계 선후배 선수들을 살뜰히 챙겼고, 아시아 선수 최초로 선수위원회 부위원장에 선출됐고 선수위원들의 압도적 지지 속에 지난해 베이징올림픽 현장에서 재선됐다. IOC위원 당선 직후 모든 회의에서 한마디는 하겠다던 다짐을 지켰다. 토마스 바흐 IOC위원장의 절대적 신뢰속에 대한민국 대표 청년 스포츠 리더로서 국제 스포츠 행정가의 길에도 도전했다. 대한탁구협회장에 선출됐고, 국제탁구연맹 집행위원으로 활약하며 평창아시아선수권, 부산세계선수권 유치에 성공했다. 세르미양 응 IOC부위원장(싱가포르)은 아버지처럼 그를 챙긴다. 특유의 친화력으로 전세계 IOC위원들과 스스럼없이 교류하며 '말 없는' 아시아 출신에 대한 편견을 보란 듯이 깨뜨렸다.

IOC선수위원 후보 면접.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 한국 후보를 뽑는 1차 관문인 대한체육회 평가위원회 비공개 면접에 참석한 사격 진종오(왼쪽사진부터), 골프 박인비, 배구 김연경, 배드민턴 김소영, 태권도 이대훈. 2023.8.10<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가장 의미심장한 변화는 국내 올림피언 동료 선후배들의 IOC위원에 대한 뜨거운 관심이다. 유 위원이 7년 전 도전할 때만 해도 이 정도 열기는 아니었다. 이제 IOC위원 후보 선정 절차는 대한체육회, 체육계, 미디어는 물론 정부, 정치권까지 관심을 가지는 빅 이벤트가 됐다. 박인비, 진종오, 김연경, 이대훈, 김소영, 오진혁 등 각 종목 대표 레전드 6명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와 관련 유 위원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IOC선수위원의 인기가 높아졌다"고 했다. "7년간 활동해 보니 선수위원이 하는 일이 정말 많다. 모든 걸 회의를 통해 결정하는데 IOC는 선수위 결정을 존중한다. 집행위도 선수위의 적극적인 참여를 원하고, 선수위에서 상정한 안건은 대부분 승인하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앞으로 더 많은 선수들이 IOC선수위원 출마를 희망할 경우 새로운 절차도 연구해봐야 할 것같다"는 의견도 냈다. "일단 진천선수촌에서 국가대표 선수들이 투표를 하고, 면접을 해서 후보를 직접 상정하는 방법도 좋을 것같다. 선수들과 선수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하는 방식을 제안하고 싶다"고 했다.

IOC선수위원을 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 그는 "가장 좋았던 건 선수들에 관한 정보를 가장 빠르게 접하고 직접 다룰 수 있단 점"이라고 답했다. "뉴스로 접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빠른 정보와 경험이 정말 큰 기회다. 결정 내용을 우리 선수위원회와 선수들에게 전하고 소통하는 기쁨이 컸다"고 말했다. "선수위 부위원장으로 활약하면서 위원장, 부위원장 동료들과도 소통하면서 빠르게 대처하고 해결하는 역량도 향상됐다"고 돌아봤다.

7년 전 그는 혈혈단신이었다. 조력자가 없었다. 인간 유승민을 무한지지하는 지인들의 스폰서십과 응원이 힘이 됐을 뿐 오롯한 진심과 두 발로 기적같은 당선을 이뤘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차기 대한민국 선수위원 후보를 위해 기꺼이 나눌 준비가 돼 있다. "자문을 구하러 온 후보들도 있었다. 조언은 하되, 철저히 중립을 지켰다. 평가위원회 위원직도 고사했다. 현역 IOC위원으로서 중요한 면접 절차에 개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종후보가 확정되면 내 모든 역량을 다해 무조건 도울 것"이라고 약속했다. "사실 국내 면접은 의미 없다. 결국 남은 1년간 어떻게 본게임, 선거를 준비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저는 선수위원 최종후보를 돕기 위한 프로그램을 바로 시작할 것"이라며 적극 도울 뜻을 분명히 했다. "제가 도전할 때보다 분위기가 좋아졌고, 역량도 더 좋아졌다. 이제 체육계 모두가 똘똘 뭉쳐 원팀이 돼야 한다. 반드시 당선돼야 한다. 대한체육회 국제교류부와 힘을 모아 역할을 하고 싶다. 함께 달린다는 마음이다. 대한민국 스포츠 외교를 위한 IOC선수위원으로서의 마지막 헌신이라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 한국 후보를 뽑는 1차 관문인 대한체육회 평가위원회 비공개 면접이 10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렸다. 골프 박인비 선수가 면접장으로 향하며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유 위원은 '골프여제' 박인비가 사실상 최종후보로 선정된 직후 "IOC의 최근 기조상 여성이 유리한 부분이 있다"고 전언했다. "2016년 리우올림픽 때도 1~4위가 선수위원으로 선출된 후 5위였던 사라 워커를 바흐 위원장이 지명한 전례가 있다. 4명을 뽑지만 바흐 위원장이 지명직으로 1명을 추가 임명할 수 있다. 중국 장훙(빙상) 위원도 지명직이다. 모두가 여성이라는 공통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선수위원으로서 필요한 역량에 대해 "선거 때 물론 당선 후에도 '아웃고잉(outgoing)'해야 한다. 적극적이어야 한다. 선거 현장에서 자신을 어필할 시간은 대단히 부족하다. 짧은 시간동안 진심으로 승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인비 프로의 경우 영어가 유창하기 때문에 적응이나 표현에서 훨씬 용이할 것이다. 하지만 영어는 꼭 '네이티브'가 아니어도 된다. 나 역시 영어가 완벽한 건 아니지만 7년간 영어가 부족해서 배제된 적은 없었다. 결국은 적극성과 태도의 문제"라고 말했다. "선수 출신들인 만큼 당연히 체력은 기본으로 갖고 있겠지만, 중요한 건 수없이 이어지는 '회의 체력'이다. 공부도 열심히 해야하고 많은 현안들에 그때그때 적응하는 이해력과 순발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시아 선수, 여성선수, 메달수, 골프 선수의 유·불리를 따지는 촘촘한 논쟁에 대해 유 위원은 웃음으로 답했다. "뚜껑을 열기 전엔 아무도 모른다. 유권자가 전세계 현장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올림픽에 몇 번 나왔는지 금메달을 땄는지 잘 모른다. 단순하게 접근해야 할 수도 있다. 'NBA 스타' 파우 가솔은 금메달 하나 없이 도쿄올림픽서 1등으로 선출됐다. 결국 인기투표다. 선수의 커리어도 중요하겠지만 매력이 있어야 하고, 가까운 곳에서 열심히 얼굴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IOC선수위원의 기본을 강조했다. "IOC위원을 하면서 대한탁구협회장, 평창기념재단 이사장도 하고 내빈으로도 자주 초대받고, 그런 모습이 빛나보이기도 했을 것이다. 얼핏 화려해 보일지 모르지만 IOC선수위원은 사실 무보수 봉사직"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후배들이 국빈 대접이나 화려한 모습을 보고 도전하진 않았으면 한다. 물론 일을 해냈을 때의 성취감, 전세계 스포츠 행정가들과 교류하면서 느끼는 네트워킹의 보람과 인정받는 기쁨은 당연히 있다. 하지만 기본은 선수들을 위해 일한다는 사명감"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유 위원은 남은 1년 '유종의 미'를 다짐했다. "선수 때도 그렇지만 마무리는 정말 중요하다. IOC선수위원직을 어떻게 의미있게 마무리할까 생각한다"고 했다. "대한탁구협회장으로서 9월 평창아시아선수권, 내년 부산세계탁구선수권을 잘 마무리하고, 평창기념재단 이사장으로서 내년 강원청소년동계올림픽(강원2024)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평창의 레거시를 어떻게 발전시킬까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원2024가 잘 마무리되면 99% 임무는 끝난 것이다. 이후엔 내가 8년간 얻은 값진 경험을 체육인 선후배들과 공유하고 나누는 게 사명이다. 같이 일해보고 싶은 젊은 인재들이 참 많다. 그 친구들과 함께하는 구조, '스포츠 외교' 스타트업, 체육인들의 사랑방이 될 재단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만 보고 헌신한 지난 7년, "후회도, 아쉬움도 전혀 없다"고 했다. "많은 활동들을 정말 열심히, 부지런히, 후회없이 했다. 이제 제가 배우고 얻은 것을 박인비 프로 등 후배 선수위원에게 잘 전달해 선수 중심의 정책들이 잘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뿐"이라며 활짝 웃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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