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SVB의 초고속 파산 이후 ‘디지털 뱅크런’ 과제 떠올라[문화금융리포트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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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36시간 만에 초고속 파산한 이후 '디지털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사태)' 대응이 금융권의 새로운 도전과제로 떠올랐다.
코로나19발 양적 완화로 늘어난 초유동성이 팬데믹 이후 고강도 긴축을 만나 불확실성이 커졌는데, 전에 없던 금융의 디지털화가 더해지면서 불안정성이 한층 높아진 형국이다.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들은 디지털 혁신 전담 부서 등을 꾸리고 인공지능(AI) 기술 등을 활용해 성장 주도권을 쥐기 위해 분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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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성 우려 한층 더 커져
건전성·유동성 관리 심혈
저축銀 등 모니터링 강화
지난 3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36시간 만에 초고속 파산한 이후 ‘디지털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사태)’ 대응이 금융권의 새로운 도전과제로 떠올랐다. 코로나19발 양적 완화로 늘어난 초유동성이 팬데믹 이후 고강도 긴축을 만나 불확실성이 커졌는데, 전에 없던 금융의 디지털화가 더해지면서 불안정성이 한층 높아진 형국이다. 정부와 각 금융사들은 ‘금융 안정성’ 강화와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디지털 금융혁신’,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 SVB 파산, 지난달 새마을금고 대규모 자금 이탈 등 일련의 사태를 겪으며 국내 금융당국과 금융사는 건전성과 유동성 관리 등 금융 안정성 관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금융의 디지털화 등 시장 환경이 빠르게 변화했음에도 이를 제어할 제도적 장치가 미흡해 위기를 초래했다는 점을 고려, 뱅크런 등 비상 상황 대비책을 강화하고 있다.
일례로 최근 한국은행은 예금취급기관의 유동성 안전판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대출제도 개편안을 의결했다. 한은은 저축은행과 신협, 농협, 수협, 산림조합, 새마을금고 등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자금조달에 중대한 애로가 발생하거나 발생 가능성이 높은 경우 해당 기관 중앙회에 유동성 지원 여부를 신속하게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예금보험공사(예보)는 수기로 관리하던 저축은행 예수금 데이터 시스템을 자동화함으로써 자금 동향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저축은행 예수금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을 검토하고 있다. 관련 시스템은 예수금 총액 동향 및 정기예금 중도 해지율이 일정 수치를 넘어서면 담당자들에게 즉시 위험을 알리는 방식으로 운영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사별로는 그 어느 해보다 충당금 적립 확대 등 선제적 건전성 관리에 나서고 있다.
금융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측면에서 금융위원회는 예보와 ‘예금자보호한도’ 상향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현행 5000만 원으로 묶여 있는 보호 한도를 1억 원 이상으로 상향하는 방안 등을 포함해 정부 연구 용역을 발주해 놓은 상태로, 10월 국회 보고를 통해 상향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디지털 혁신 경쟁은 동시 진행 중이다. 금융 디지털화가 그동안 예상하지 못했던 유동성 위기를 가속화한 측면이 있지만,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한 디지털 금융혁신은 금융 산업의 발전에 여전히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올해 추진하고 있는 은행권 예금비교 플랫폼, 대출상품 금리 등을 비교해서 갈아탈 수 있도록 한 대환 대출 플랫폼은 연간 약 12조 원의 ‘머니무브’를 유발하면서 은행권 내 경쟁촉진 효과를 촉발하고 있다. 이는 대출정보 부족과 대출이동 불편으로 기존 대출을 유지하는 ‘잠금효과’가 해소돼 소비자의 선택권 개선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들은 디지털 혁신 전담 부서 등을 꾸리고 인공지능(AI) 기술 등을 활용해 성장 주도권을 쥐기 위해 분주하다. KB금융연구소 관계자는 “금융 디지털 혁신은 화려한 기술 이면에 숨어있는 위험요인들을 파악하고 관리하는 신뢰와 금융의 안정성이라는 보다 본질적인 목적에 주목해야 금융의 디지털화가 더 성숙한 금융산업의 발전으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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