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루 실패, 주루사 몇 개쯤 나와도 이긴다…면역력 생긴 LG(?)
[OSEN=백종인 객원기자] 스코어 1-1이던 5회 초다. 원정팀이 1사 1, 2루의 기회를 잡았다. 타석에는 팀 내 최고 타율(0.327)의 홍창기다. 카운트 3-2. 벤치에서 사인이 나온다. 런 앤드 히트다. 그런데 최악의 결과다. 146㎞ 빠른 볼에 배트가 헛돌았다. 삼진이다. 때맞춰 출발한 주자의 운명은 뻔하다. 박동원이 3루 한참 앞에서 아웃된다. 이닝 종료다. 기록상 도루 실패다. (16일 대구, LG-삼성)
한 번 더 있다. 8회 초다. 김현수의 홈런(5호)으로 6-2로 벌어졌다. 이어 오스틴 딘의 안타가 터진다. 대주자 최승민으로 바뀐다. 2구째. 주자가 스타트했다. 그러나 상대도 준비하고 있었다. 포수(강민호)의 배송이 안정적이다. 또다시 태그 아웃이다.
트윈스는 이날 2명의 주자를 잃었다. 도루 실패 탓이다. 특히 5회가 고비였다. 박동원이 3루에서 잡힌 대목이다. 앤드 런 실패로 흐름이 끊어졌다. 보통이라면 치명적이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아니다. 타격감이 별로 없다. 실전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는다. 바로 다음 이닝이다. 6회 초 만루 홈런으로 승부를 결정짓는다. 3루에서 그물망에 걸렸던 참치의 한방이다.
1, 2위가 7게임 차이다. 압도적인 질주가 이어진다. 당분간 막을 자는 없다. 2위는 오히려 뒤를 걱정할 처지다. 3, 4위의 추격이 두렵다. 다들 중위권 싸움에 몰두하는 모양새다. 1위에게는 평온하고, 느긋한 8월이다.
내부적으로도 마찬가지다. 몇 가지 우려는 있다. 우선 선발진이 아쉽다. 외부 영입으로도 충분치 않은 느낌이다. 케이시 켈리의 회복도 불투명하다. 강력한 원투 펀치는 요원하다. 불펜의 공백도 걱정이다. 정우영, 박명근이 100%가 아니다. 핵심 전력의 부상과 체력 저하도 신경 쓰인다.
하지만 배부른 소리다. 적어도 다른 팀에서 보기에는 그렇다. 그만큼 비교 불가의 전력이다. 웬만한 걸림돌은 가볍게 넘어선다. 그냥 밟아서 부숴버리는 기세다.
도루자, 주루사 문제도 비슷하다. 시즌 초부터 말이 많던 이슈다. 그런데 이제는 신경 쓸 일 없다. 여전히 무수한 주자들이 저격당한다. 그러나 별다른 타격감이 없다. 툭툭 털고 일어난다. 그리고 또다시 주자를 내보낸다. 어차피 결과(승부)에는 큰 지장 없다. ‘쉽게 끝내냐, 어렵게 이기냐’의 문제다. 스코어 차이만 있을 뿐이다.
마지막 게임은 7월 28일 두산전이다. 이후 14게임에서는 매번 도루자 혹은 주루사가 나왔다. 대부분 경기의 맥을 끊는 것들이다. 그런데 이 기간에 11승 3패였다. 승률이 0.786이다. 시즌 전체(0.633)보다 훨씬 높다. 이 중 2개 이상의 객사가 기록된 것도 6번이나 된다. 여기서도 5승 1패다. 승률로 따지면 0.833이다.
한때 자성도 있었다. 후반기를 앞둔 염경엽 감독의 말이었다. “도루 실패를 질책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뛰지 말아야 할 때가 있다. 그린 라이트는 그대로 두겠지만, (뛰지 말라는) 스톱 사인도 낼 것이다.”
그렇다고 크게 달라진 건 없다. 트윈스는 여전히 많이 달린다. 도루 시도와 성공에서 모두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반면 부정적인 수치도 1위를 휩쓸고 있다. 도루 실패(69회), 주루사(55회), 견제사(11회) 등이 그렇다. 도루 성공률(63.3%) 역시 별로 개선되지 않았다. 리그 평균(72.1)에 크게 못 미친다. 스탯티즈에 따르면 평균대비 주루 득점기여도(RAA) 역시 -6.90으로 10개 구단 중 최하위다.
그러나 그까짓 게 뭐 그리 중요한가. 이기면 된다. 1등 아닌가. 더 이상 따질 일 없다.
다만, 한 가지가 있다. 께름칙한 부분이다. 바로 엊그제 케이스다. 15일 삼성전이다. 3-4로 뒤지던 8회였다. 1사 1, 2루 찬스다. 후속 신민재가 우전 안타를 쳤다. 2루 주자 박해민이 3루를 돌아 홈까지 달렸다. 그러나 우익수 저격에 걸렸다. 동점 기회가 무산된 것이다.
이 주루사는 몇 가지 점에서 지적된다. ① 우익수(이성규)가 꽤 많이 전진해서 타구를 잡았다. ② 그 시점에 박해민은 3루를 밟지도 못했다. ③ 그런데도 무리하게 돌렸다. ④ 때문에 홈에서 큰 차이로 잡혔다. 두세 걸음 앞에서 걸린 아웃이었다. 결국 이 경기는 5-6, 한 점 차로 패하고 말았다.
비슷한 경우가 8월에만 두 번 더 있다. 4일과 5일 연속으로 벌어졌다. 2루 주자가 견제에 거린 사이 3루 주자 정주현의 더블 스틸이 실패했다. 다음 날은 1루 주자 오지환이 후속 2루타 때 홈에서 잡혔다.
세 케이스는 공통점이 있다. 공교롭게도 모두 대구였다. 라이온즈전이다. 아웃 카운트는 홈에서 올라갔다. 그리고 트윈스는 그 경기에 패했다.
그때마다 걱정하는 목소리들이다. 다 좋은데, 진짜 중요한 게임에서도 저러면 어쩌냐는 얘기다. 그들의 목표가 정규 시즌 1위일 리 없다. 마지막 단기전을 통과해야 염원이 이뤄진다. 그러니까 그때도 이런 식의 과감하고, 공격적인 플레이가 통할 것이냐. 혹시라도 실패하면 지금처럼 만회가 될 것이냐는 우려다.
도루 실패, 주루사, 견제사…. 잘 나갈 때는 별것 아니다. 지금은 아주 사소한 문제다. 하지만 나중에는 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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