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男, 온몸으로 반려견 감싼채 숨졌다…‘하와이 화재’ 악몽

하와이 산불 희생자로 알려진 프랭클린 트레조스와 그의 반려견 [섀넌 웨버-보가르(Shannon Weber-Bogar)/AP=연합]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미국 하와이 마우이섬에서 최악의 산불이 발생해 100명 이상이 숨졌다.

이런 가운데, 희생자들의 사연이 하나둘 공개돼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15일(현지시간) 하와이 당국은 지금껏 파악한 사망자 106명 중 신원 확인 후 가족에게 통보한 2명에 대해 이름과 나이를 밝혔다.

자체적으로 시신, 유해를 찾은 가족·친지들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희생자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중이다.

NBC 방송은 사랑하는 반려견을 구하려다 숨진 프랭클린 트레조스(68)의 사연을 전했다.

화재 당시 라하이나 밖에서 사는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나왔다가 생존한 주민 섀넌 웨버-보가르는 친구 트레조스가 라하이나의 집에서 결국 대피하지 못한 채 숨졌다고 했다.

트레조스는 30년 전 웨버-보가르의 남편과 함께 일하던 중 이들 부부의 집에서 함께 살게 됐다.

트레조스는 이들의 골든리트리버종 반려견 '샘'을 무척 아꼈다고 한다.

화재 당시 트레조스와 웨버-보가르는 주변 사람들을 먼저 대피시킨 후 탈출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웨버-보가르는 차의 시동이 걸리지 않은 탓에 화상을 입었다.

차 창문을 깨고 몸을 던져 가까스로 불길에서 빠져나온 웨버-보가르는 이후 트레조스를 찾으러 현장으로 돌아왔다.

차 안에는 트레조스의 시신이 있었다. 그는 함께 숨진 반려견을 몸으로 덮고 있었다.

웨버-보가르는 "프랭크보다 샘의 유해가 더 많이 남아 있었다"며 트레조스가 샘을 보호하려다가 숨진 것으로 추측했다.

대형 산불이 덮친 미국 하와이주 라하이나에서 11일(현지시간) 한 여성이 잿더미를 헤매던 고양이를 안고 있다. 이번 산불로 약 2천200채의 주택이 파손된 가운데 이재민들이 미처 데려가지 못한 반려동물 다수가 불길에 남겨졌다. [연합]

CNN 방송과 지역 매체 하와이뉴스 나우 등은 3대에 걸친 일가족 4명이 불길을 피하던 중 숨진 사례를 전했다.

이들 유해는 지난 10일 집 근처에 있는 불에 탄 차에서 찾을 수 있었다.

이들의 가족은 성명에서 "우리 가족을 대표해 사랑하는 부모님인 파소-말루이 포누아 톤과 사랑하는 여동생 살로테 타카푸아, 그녀의 아들 토니 타카푸아에게 '알로하'(하와이어로 '안녕')를 보낸다"며 "슬픔의 크기는 말로 표현할 수 없고, 그들에 대한 기억은 우리 마음속에 영원히 새겨질 것"이라고 했다.

당국이 신원을 공개한 희생자 중 한 명인 버디 잔톡(79)은 음악에 대한 열정이 크고 가족을 사랑한 할아버지였다고 그의 손녀는 설명했다.

손녀 케샤 알라카이는 지역방송 KITV 인터뷰에서 "연세는 많으셨지만, 우리 가족이 이런 식으로 할아버지를 빼앗기는 건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라고 했다.

한편 조시 그린 하와이주지사는 14일(현지시간) CNN방송 인터뷰에서 "앞으로 10일에 걸쳐 사망자 수가 2배로 늘어날 수 있다"며 "비극을 넘어서는 비극"이라고 밝혔다.

이는 사망자 수가 200명에 육박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당국은 화재 당시 라하이나에 강한 화염이 덮치면서 시신들이 거의 불에 타 수색과 신원 확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13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 마우이섬 카훌루이의 한 교회에서 주민들이 서로를 껴안고 있다. 지난 8일 하와이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해 최소 93명이 사망하고 약 60억 달러(약 7초9천900억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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