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훈 “나이드는 게 좋아, 제 얼굴에 삶이 보이니까요”[인터뷰]
나이는 배우 주지훈에겐 ‘나이테’ 같은 존재다. 어떤 이는 나이드는 게 서럽다고도 하고, 보여지는 직업으로서 달갑지 않은 단어라고도 하지만 주지훈만큼은 달랐다.
“나이드는 게 좋아요. 작품도 켜켜이 쌓이고, 저 스스로도 상대의 말을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이 넓어지는 거니까요. 제 의견이 채택되지 않더라도 ‘이런 건 어때요?’라고 여유롭게 의견을 던질 수도 있는 시기인 것 같아요. 제 얼굴에도 이젠 삶이 보이는 느낌인데요. 배우로서 그렇게 나이를 먹는 것 같아서 좋아요.”
주지훈은 최근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서 영화 ‘비공식작전’으로 하정우, 김성훈 감독과 다시 작업한 기쁜 마음부터, 영화를 위해 모로코에서 로케이션 촬영으로 힘들었던 점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김성훈 감독, 제겐 동경하는 영화인이에요”
‘비공식작전’은 실종된 동료를 구하기 위해 레바논으로 떠난 외교관 ‘민준’(하정우)과 현지 택시기사 ‘판수’(주지훈)의 버디 액션물로, 주지훈은 넷플릭스 ‘킹덤’ 시리즈 이후 김성훈 감독과 또 한 번 손잡았다.
“김성훈 감독과 전작으로 시간도 많이 보내고 여행 가서 술도 마시니 그 사람의 취향과 기조를 알게 되더라고요. 덕분에 의사소통할 때에도 좀 더 유려해졌고요. 자칫 제 선의가 상대에겐 기분 나쁘게 전달될 수도 있잖아요? 김성훈 감독과는 그런 간극이 많이 줄어들었어요. ‘감독의 디렉션 말고 B버전으로 해볼까요?’라고 제안했을 때 어떤 감독은 ‘내가 준 디렉션이 마음에 안 들었나? 무례하네’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런 이견이 없던 현장이었죠. 제 의사를 편하게 말할 수 있었고, 연기외엔 신경쓸 게 없었고요.”
두 작품이나 함께하니 이젠 ‘감독과 배우’ 그 이상의 사이가 되었다는 그다.
“제겐 항상 동경하고 좋아하는 영화인이었어요. 이번에도 함께 작업하면서 ‘어떻게 저렇게까지 할 수 있지?’라며 감탄한 적도 많았고요. 만약 저였다면 몸이 피곤하거나 힘들면 손 놓아버릴 수도 있었을텐데, 김 감독은 인서트 하나도 놓치지지 않고 한땀한땀 마무리하더라고요. 사랑하는 일과 생활 모두 놓치지 않는, 제겐 선망의 대상이죠.”
‘하정우’란 이름 석자엔 애정을 쏟아부었다.
“제 주위엔 남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좋은 사람, 선배들이 많아요. 특히 하정우는 특별하죠. 정우 형과 함께 ‘신과함께’ 시리즈 개봉 전 보름 정도 하와이 여행을 다녀왔는데, 하필 여행 첫날 다쳤거든요. 그때 정우 형은 가장 먼저 내가 괜찮은걸 체크한 다음 ‘네가 액땜 다 했다. 너 때문에 영화 잘 되겠다’ 등 부정적인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이야기로 내 걱정을 덜어주더라고요.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좋은 사람이죠. 또 책임져줄 수 없는 과도한 위로를 좋아하지 않는데, 하정우를 비롯한 좋은 사람들은 그런 게 없어요. 답이 없는 문제로 계속 고민하다 보면 결국 긍정적이지 못한 동굴을 스스로 파게 되고 불안증, 우울증, 공황장애가 생기는데 정우 형이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줬을 때 진짜 위로가 되고 버텨갈 수 있는 힘이 생기더라고요.”
■“로케이션 촬영, 팬데믹으로 몇번이고 코를 쑤셔서 힘들었어요”
작품의 배경인 레바논 베이루트를 구현해내기 위해 모로코에서 몇달간 로케이션 촬영이 이뤄졌다. 고생도 많았고 추억도 많이 생겼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때가 팬데믹 기간이라 어딜 가도 늘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때였어요. 제가 안 그래도 비염이 심한데 30시간 걸쳐 가기까지 6-8회나 쑤셔대서 아주 죽겠더라고요. 또 현장에서도 주기적으로 검사해야했고요. 이뿐만 아니라 모로코가 아프리카 쪽이라서 반팔, 반바지만 챙겨갔는데 막상 가보니 14도밖에 안 됐어요. 어찌나 춥던지 방마다 라지에이터를 사서 설치하고, 고생 많았죠. 아예 없는 식재료도 너무 많았고요.”
지금 듣기엔 재밌지만, 당시엔 아찔했던 에피소드도 있었다.
“촬영이 3개월 정도 진행되기 때문에 미리 통조림, 라면 같은 음식들을 보내놨거든요. 근데 모로코에 도착했더니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날아든 거예요. 한식 컨테이너가 사라졌다고요. 패닉에 빠졌죠. 아마 지금도 못 찾았을 걸요? 하하. 해외를 자주 나가는 직업이고 나가서 한식을 찾아본 적이 없는데 이젠 무서울 만큼 한식만 찾아 먹게 됐어요. 트라우마가 생겼거든요. 김치와 김이 없다는 게 어이가 없었고요. 다행히 정우 형이 일주일 먼저 가서 김치를 담갔고, 마트랑 시장을 돌면서 재료를 수급하기 시작했어요. 아프리카라서 그런지 기본적으로 야채가 작고 질겨서 요리하면서도 시행착오를 몇 번 겪었어요. 또 그 지역엔 소가 아주 많아요. 방목하면서 키워서 그런가, 다 근육질 소였고요. 모든 부위를 사왔는데도, 죄다 장조림용이었고요. 그래서 촬영 없으면 장조림을 삶아 한결 한결 손으로 찢곤 했어요. 장조림 1톤 제조설은 그렇게 나온 거예요. 하하.”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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