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생 김과장도 짐싼다... 은행권 30대까지 `희망퇴직`
은행의 희망퇴직 연령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30대 젊은 은행원까지 희망퇴직 대상에 올랐다.
은행들은 세대교체와 신입채용을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여기에 젊은 행원들은 은행들이 역대급 이익을 바탕으로 좋은 희망퇴직 조건을 내걸자 자발적으로 짐을 싸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신한은행 노사는 희망퇴직 조건 등에 합의하고 이르면 이번 주말(영업일 기준)부터 다음 주 초까지 사나흘 정도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로 했다.
신한은행이 연초 희망퇴직과 별도로 하반기에 희망퇴직을 진행하는 것은 지난 2021년(상반기 224명·하반기 133명) 이후 2년 만이다.
대상은 부지점장 이하 모든 직급의 근속연수 15년 이상, 1983년생 이전 출생 직원이다.
올해 생일이 지났다면 만 40세, 지나지 않은 경우 만 39세 직원까지 스스로 퇴직할 수 있다는 뜻이다. 만 39세는 신한은행 역대 희망퇴직 대상 연령 기준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앞서 올해 1월 이뤄진 희망퇴직에서 최고 출생 연도 조건이 1978년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7개월여 사이 대상 나이가 5년이나 어려졌다. 최종적으로 희망퇴직 대상자로 선정되면, 연차와 직급에 따라 9∼36개월 치 월평균 급여를 특별퇴직금으로 받고 이달 31일 은행을 떠난다.
하나은행은 이보다 앞서 지난달 말 이미 하반기 희망퇴직을 마무리했다.
만 15년 이상 근무한 만 40세 이상 일반 직원으로부터 6월 16일부터 같은 달 20일까지 신청을 받았고, 최종적으로 60명이 7월 31일 자로 짐을 쌌다.
1968∼1971년생은 28개월 치, 1972년생 이후 출생자는 연령에 따라 최대 24개월 치 월평균 급여를 특별퇴직금으로 수령했다. 이밖에 1968∼1971년생 퇴직자에게는 자녀학자금, 의료비, 재취업·전직 지원금도 지급됐다.
이처럼 시중은행들이 만 39세, 40세의 젊은 직원까지 포함해 1년에 두 번이나 희망퇴직을 진행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우선 은행 입장에서는 디지털 전환에 따른 오프라인 점포 축소 등으로 불가피하게 은행원 수를 점진적으로 줄일 필요가 있다. 더구나 추세적으로 인원 감축을 추진하면서도, 조직의 활력 등을 위해 신입 사원도 계속 뽑아야 한다. 따라서 다소 후한 조건을 걸고라도 희망퇴직을 통해 정기적으로 기존 직원을 내보낼 수밖에 없다는 게 은행들의 설명이다.
최근 은행권의 희망퇴직 급증에는 사측의 필요 보다는 직원들의 자발적 퇴직 수요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재 은행이 역대급 호황인 만큼, '특별퇴직금 등 퇴직 조건이 좋을 때 떠나자'는 인식도 주요 배경으로 거론된다. 실제로 금융위원회의 '5대 은행 성과급 등 보수체계 현황' 자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2022년 1인당 평균 총퇴직금은 5억4000만원으로 집계됐다.
평균 법정 기본퇴직금 1억8000만원에 희망퇴직금(특별퇴직금) 3억6000만원을 합한 것으로, 총퇴직금은 2021년(5억1000만원)보다 3000만원 늘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입사한 경우 등 근속 연수가 많고 직급도 높을 경우 특별퇴직금까지 더해 퇴직 시점에 10억원 안팎의 거액을 받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예를 들어 하나은행의 올해 반기보고서를 보면, A씨는 상반기에 총퇴직금(기본퇴직금+특별퇴직금)으로 11억3000만원을 수령했다.
이처럼 좋은 조건과 조기 퇴직 수요가 어우러져 앞서 지난해 말과 올해 초 불과 약 2개월 사이 5대 은행에서만 모두 2222명(KB국민 713·신한 388·하나 279·우리 349·NH농협 493)이 희망퇴직 절차를 밟아 떠났다.
올해 하반기 신한·하나은행으로부터 시작된 희망퇴직 행렬도 내년 초까지 수 천명에 이를 전망이다. 이미선기자 alread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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