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한 박스피 장세일 때 돈 번다는 ‘커버드콜 ETF’… 절반은 손실 中
한 달 수익률 보면 성과 제각각
옵션 가격 변동성 따라 달라져
증시가 박스권에서 움직일 때 수익률이 높다고 알려진 커버드콜 상장지수펀드(ETF)의 성적표가 제각각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한 달 동안 6% 오른 커버드콜 ETF가 있고, 3% 가까이 하락한 커버드콜 ETF도 있다. 통상 커버드콜 ETF는 증시가 횡보할 때 높은 수익을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실제 성적을 보면 알려진 것과 다른 모습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상품마다 추종하는 기초지수 종류와 콜옵션 행사 가격 방식에 따라 수익률이 크게 벌어질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서 투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 상장된 8종 커버드콜 ETF 중 지난달 14일부터 이달 14일까지 최근 한 달간 ‘KODEX 미국배당프리미엄액티브’는 6.20% 상승해 가장 좋은 성과를 냈다. ‘KBSTAR 200고배당커버드콜ATM’과 ‘TIGER 미국나스닥100커버드콜(합성)’도 각각 2.87%, 2.80% 올랐다. ‘KODEX 미국S&P500배당귀족커버드콜(합성 H)’은 0.71% 소폭 상승했다. 이 기간 미국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0.35% 하락하며 보합권에서 움직였다. 같은 기간 코스피200지수와 나스닥100지수는 각각 3.06%, 2.31% 하락했다. 코스피지수는 3%대 하락하기는 했으나 증시 참여자들이 흔히 쓰는 표현인 박스피(박스권 + 코스피)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2600선 안팎에 지속해서 머물고 있다.
지수는 보합권에서 움직였지만, 해당 기간 손실을 기록한 커버드콜 ETF 상품도 있었다. 최근 한 달간 ‘마이다스 200커버드콜5%OTM’과 ‘TIGER 200커버드콜5%OTM’은 각각 2.75%, 2.65% 내려갔다. ‘마이티 200커버드콜ATM레버리지’와 ‘TIGER 200커버드콜ATM’도 1.25% 하락했다.
◇ 커버드콜 ETF, 박스권서 유리한 것은 사실
커버드콜은 주식을 매수하는 동시에 콜옵션(주식을 사전에 정한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을 매도하는 것이다. 콜옵션을 매수하는 투자자는 옵션 판매자(커버드콜 운용자)에게 ‘프리미엄’을 지급하게 된다. 예를 들어 현재 주가가 1만원이라면 한 달 뒤 1만5000원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인 콜옵션을 팔 수 있는 것이다. 주가가 1만5000원 이상으로 크게 오르면 콜옵션 매수자가 권리를 행사하기 때문에 시세 차익은 사라지지만, 주가가 1만원에서 1만5000원 사이에 형성되면 그만큼의 추가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커버드콜 ETF는 증시가 횡보하면서 변동성은 클 때 높은 수익을 낸다. 주식 시장이 횡보할 때는 옵션 프리미엄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데 특히 변동성이 높을 때 옵션 프리미엄이 더 높게 형성돼 수익이 커지기 때문이다. 다만 상승장일 때는 수익이 제한적이다. 지난 2016~2017년 증시가 횡보장일 때 커버드콜 펀드는 안정적인 수익률을 올리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2020년 상반기 증시가 급등할 당시에는 손실을 기록했다.
커버드콜 상품은 콜옵션을 매도하면서 얻는 프리미엄 수익으로 배당금을 지급하는 경우가 많아 배당률도 높은 편이다. ‘TIGER 미국나스닥100커버드콜(합성)’의 배당률은 11.67%, ‘KBSTAR 200고배당커버드콜ATM’은 8.9%다. ‘TIGER200커버드콜ATM’의 배당률은 6~8% 수준이다.
실제 최근 한 달 동안 증시가 박스권에서 움직일 때 투자자들의 관심도 커버드콜 ETF에 쏠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14일부터 이달 14일까지 개인투자자들은 ‘TIGER 200커버드콜ATM’를 15억600만원, ‘TIGER 200커버드콜5%OTM’을 3200만원 순매수했다. 기간을 올해 전체로 보면 매수 규모는 더욱 컸다. ‘TIGER 미국나스닥100커버드콜(합성)’을 583억3500만원, ‘TIGER 200커버드콜ATM’은 92억2800만원, ‘KBSTAR 200고배당커버드콜ATM’은 38억2900만원어치를 사들였다. 주식시장이 박스권 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는 투자자들이 많다는 의미다.
◇ 횡보 혹은 하락장일 땐 ATM, 소폭 상승할 땐 OTM 유리
최근 한 달간 코스피 지수는 2600선에서 오르내리며 박스권에 갇혀 있었다. 하지만 횡보장에서 모든 상품이 일정하게 수익을 내는 것은 아니었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8종 커버드콜 ETF 중 절반이 최근 한 달간 마이너스 1~2%대 약세를 보였다. 윤재홍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 기간 코스피 지수가 3%대 하락한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손실이 덜한 것”이라고 말했다.
횡보장에서도 일부 ETF가 손실을 본 건 옵션 가격의 변동성에 따라 상품의 수익률이 달라진다는 특징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외가격옵션(OTM)은 콜옵션 행사가격을 현재 주가보다 일정 수준 비싸게 정하는 방식이다. 등가격옵션(ATM)은 현재 주가를 행사가격으로 정하는 것이다. OTM은 옵션을 비싸게 정한 대신 상대적으로 프리미엄이 낮고 ATM은 비교적 프리미엄이 높다. 최근 한 달간 손실이 컸던 ‘마이다스200커버드콜5%OTM(-2.75%)’과 ‘TIGER200커버드콜5%OTM(-2.65%)’은 OTM 방식을 따른다. 하락장에서 상대적으로 ATM이 OTM보다 손실률이 낮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이 소폭 하락할 때는 옵션 판매가격이 비싼 ATM이 OTM보다 유리하기 때문이다.
강민석 교보증권 연구원은 “커버드콜 전략은 옵션의 변동성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상품 구조를 분석해서 투자해야 한다”며 “ATM전략은 주식이 횡보장일 경우 수익을 내기 유리하고 완만한 상승장일 경우에는 OTM전략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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