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김태우 “文정권, 비리 폭로자를 새벽 압수수색… 이후 母 치매증상”

이가영 기자 2023. 8. 17.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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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복권된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 인터뷰
“구청장직 상실형, 정치적 판결”
“공익신고자 받아준 강서구민에게 미안한 마음뿐”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 /뉴시스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감찰 무마 의혹 등을 폭로한 김태우 전 서울 강서구청장이 광복절 특사로 15일 사면·복권 조치됐다.

김 전 구청장은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원으로 일하던 2018년 말 조국 당시 민정수석의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 등을 폭로했다. 이후 김 전 구청장은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됐고, 재판을 받는 중이던 2022년 지방선거에 나서 강서구청장에 당선됐다. 이후 11개월 동안 구청장으로 일하던 그는 올 5월엔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되면서 구청장직을 잃었다. 김 전 구청장의 폭로로 조국 당시 민정수석 등 관련자들은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의 감찰을 무마해 특감반원들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 등으로 1심 법정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그도 벌을 받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5년 동안 롤러코스터 인생을 산 김 전 구청장이 16일 조선닷컴 인터뷰에서 그간의 심경을 밝혔다.

- 처음 구청장직 잃은 후 어떤 생각이 들었나.

“다시 모든 걸 잃었다. 마치 문재인 정권 하에서 폭로 직후 온 가족이 고통을 감당해야했던 그때로 다시 돌아간 것 같았다.”

- 가족의 고통이라면.

“내가 폭로자라는 것과 폭로 내용 모두 만천하에 공개된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비밀누설 증거를 찾는다며 굳이 꼭두새벽을 골라, 노모와 두 살 배기 딸이 함께 사는 내 집에 압수수색을 들어왔다. 내가 정권을 위협할 정보를 더 가졌는지 알아보려고 급하게 집에 들이닥쳤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딸이 울고불고 난리가 났다. 이후 모친은 치매 증상까지 생겼다. 그걸 바라보는 아빠로서, 아들로서의 심정은 말로 하기 어렵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다 큰 딸이 잘못을 저질러 기소되자 ‘차라리 고문하라’하는 걸 보고, 웃겼다.”

-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 유죄라고 생각하나.

“내가 문재인 정권을 겨눴기에 김명수 사법부가 정치적 판결을 한 것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판결 직후에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러나 동시에 강서구민들께는 죄송했다. 강서구는 공익신고자로 찍혀 오갈 데 없던 저를 구청장으로 만들어준 곳이다. 내겐 이에 보답해야할 의무가 있었는데, 선거와 관련 없는 일로 구정에 공백을 만든 것 같아 죄송한 마음만 들었다.”

2019년 2월 12일 오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을 제기한 김태우(가운데) 전 검찰 수사관이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검에 피고발인 신분으로 출석했다. 김 전 수사관은 “국가 기능을 정상적으로 돌려놓기 위해 청와대의 범법 행위를 고발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조선일보DB

- 구청장직에서 물러난 3개월 동안 어떻게 지냈나.

“강서구의 월세 30만원짜리 낡은 빌라에서 혼자 살고 있다. 재개발 지연에 따른 지역 주민 불편을 겪어보려고 5월에 계약했다. 강서구에선 흔한 집이다. 그곳에서 자다가 바퀴벌레가 내 얼굴을 기어가는 경험을 했다. 화곡을 마곡처럼, 원도심 활성화를 빨리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직후에 구청장직은 잃었지만, 그래도 2년 계약이라 지금도 그 빌라에서 생활하고 있다.”

- 구청장으로 일하는 동안은 보람이 있었나.

“ ‘조국 저격수’라는 이미지가 있는 데다 처음부터 강하게 말했더니 일부 직원 사이에서는 나를 무서워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구청장 취임 첫날 5급 이상 공무원들을 불러 모은 후 “공무원의 상납 문화를 알고 있다. 앞으로 후배들에게 밥을 얻어먹으면 ‘양아치’다. 밥은 사주고 일만 시켜라”고 지시했다. 국민권익위가 올초 발표한 ‘공공기관 종합청렴도 평가’에서 8년간 하위권이던 강서구가 2등급을 달성했다.”

◇ 보궐선거 출마에 대한 국민의힘 내부 의견 갈려

그는 특사 이후 “강서로 돌아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단, 현재 김 전 구청장의 보궐선거 출마에 대한 국민의힘 지도부의 입장은 엇갈리는 중이다. 국민의힘 당규는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원인을 제공한 재보선에서는 후보를 내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일부는 이 원칙을 지키자고 주장한다. 다른 쪽은 “해당 규정의 취지는 비리 등으로 인한 해당 행위를 저질렀을 때를 전제로 한 것”이라며 “김 전 구청장의 경우 공익제보자로서 지난 정권의 비리를 폭로하는 과정에서 처벌받은 만큼 선거를 포기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 “강서로 돌아가겠다”는 무슨 뜻인가.

“강서구청장 재보궐 선거에 나올 민주당 예비후보들은 낙하산이니, 전과자니 자기들끼리 싸우고 있다. 구민을 위한 정책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어렵게 얻은 강서구청장 자리를 또 민주당에게 빼앗긴다면 가장 큰 피해는 강서구민에게 돌아갈 거다. 나를 공천하는 것이 옳다, 그르다 따지는 것보다 누가 더 일을 잘할 것인지를 따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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