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화사한 고민 [아트총각의 신세계]
갤러리카페 ‘바탕’ 오호 작가전
일러스트와 아트 특성 모두 갖춰
20대 시절 감성 느낄 수 있어
문득 궁금해진다. 나의 20대는 어땠나. 어디선가 마구 끄집어낸 내 기억의 단면은 이렇다. 일 배운다고 야근을 참 많이 했다. 돈 안 되는 일이라도 경력과 경험만 쌓을 수 있다면 어디든 달려갔다. 아! 이런 걸 계속 말하면 '꼰대 아저씨'가 되니까 이쯤에서 멈추는 게 좋겠다.
어쨌거나 내 20대는 기대감만큼이나 막연함도 컸던 것 같다. 그럼 당신의 20대는 어땠는가. 우리들의 '20대'를 추억할 만한 전시회가 지난 3일까지 열렸다. 갤러리카페 '바탕'이 진행하고 오호 작가의 작품을 선보인 'The part of youth: 청춘의 구간'이란 전시회다. 그는 TWIN, DALMATIAN, summer night 등 흘러가는 청춘 속에서 흔히 느낄 수 있는 감정과 고민을 담은 작품을 선보였다.
TWIN은 생일을 맞이한 쌍둥이 여아가 똑같은 모습으로 케이크를 자른다. DALMATIAN도 TWIN의 형태다. 하늘색과 초록이 겹친 배경에서 달마시안 두마리가 서로 등진 채 주위를 살피고 있다.
두 작품 모두 양쪽으로 분할해 배치했기 때문인지 균형감이 넘친다. summer night는 '양면성'이란 오호 작가의 특징이 극단적으로 드러난 작품이다. 많이 무너졌다곤 하지만, 지금 미술계 역시 상업용 일러스트와 아트를 구분 짓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오호 작가는 다르다. 젊은 컬렉터든 연배가 있는 컬렉터든 그의 작품을 기꺼이 수용할 만큼 일러스트와 아트의 특성을 모두 갖고 있다.
그럼 summer night를 보자. 한 사람이 오렌지주스를 만들려고 했는지 한손엔 컵, 한손에는 오렌지를 들고 있다. 흥미롭게도 그 컵 속엔 성별을 알 수 없는 사람이 매달려 있다. 언뜻 일러스트 같기도 하고 심오한 예술 작품 같기도 하다. 그만큼 그의 작품은 양면성 그 자체다. 오호 작가의 작품에서 흥미로운 건 또 있다. 그는 자신의 작품을 실크스크린으로 제작하곤 한다.
실크스크린은 앤디 워홀 같은 작가들이 대량으로 작품을 제작하기 위해 채택한 기법이다. 르네상스 시기에 활동했던 작가 '뒤러'가 판화란 새로운 기법을 도입해 유럽 전역에 영향력을 미친 것처럼 워홀도 실크스크린을 통해 더 많은 작품을 세상에 알렸다.
하지만 오호 작가가 실크스크린을 활용하는 이유는 워홀처럼 전략적이지 않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만 볼 수 있는 '청춘의 고민'을 아름답고 화사하게 담기 위해 실크스크린 제작 기법을 사용한 듯하다. 그만큼 오호 작가의 작품은 젊고 화사하다.
10여년 전 오호 작가는 필자 앞에서 "스쿠버 다이버 자격증을 조만간 취득할 것 같다"며 환하게 웃은 적 있다. 그때 그 싱그러움이 그의 작품에 남아 있는 듯하다. 사족을 하나 더 달면, 오호 작가의 작품은 AI가 예술을 창조하는 요즘 같은 시기에 더 주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관점이 새로운 데다, 제작 방식이 워낙 독특해서다.
매너리즘에 빠진 탓에 20대 시절의 감성을 되찾고 싶은 이들에게 오호 작가의 작품은 '신선함'을 선물해준다. 그의 다음 전시회가 기대된다.
김선곤 더스쿠프 미술전문기자
sungon-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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