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zine] 모험과 문화의 오아시스…아부다비 ②

성연재 2023. 8. 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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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브르·수족관·모스크…문화와 관광의 오아시스

(아부다비=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자주 접하는 뉴스 중 하나가 '국내 최장의 출렁다리'가 새로 나왔다는 이야기다.

단순히 건축물의 크기와 길이로 관광명소를 만들자는 시도는 무모하다.

자고 일어나면 또 다른 최고와 최대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아부다비는 문화에 공을 들였다.

사막 한가운데 지어진 아부다비 루브르는 문화의 오아시스라 불릴 만하다.

최근 문을 연 해저 기지 콘셉트의 수족관이 있는 씨월드와 UAE 최대 규모의 셰이크 자이드 그랜드 모스크 또한 진귀한 볼거리다.

건축물 자체가 예술인 아부다비 루브르 [사진/성연재 기자]

'

문화의 오아시스 아부다비 루브르

지난해 파리 루브르를 들렀다가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꽤 오래전에는 루브르의 모나리자 그림 앞에서 여유롭게 인증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어림도 없는 일이다. 팬데믹 와중이었는데도 엄청나게 많은 관람객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출퇴근 시간 9호선 열차와 비슷한 인구밀도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제 다시 루브르를 방문할 수 없을 것 같은 마음도 들었다.

UAE 아부다비의 사디야트섬에 몇 년 전 아부다비 루브르가 문을 열었다.

처음에는 프랑스 사람들이 '영혼을 팔 수 없다'면서 반대가 심했지만, 중동의 '오일머니' 앞에 콧대를 꺾었다.

우여곡절 끝에 개관한 아부다비 루브르는 특히 건축물 자체가 큰 반향을 일으켰다.

장 누벨이 설계한 아부다비 루브르는 바닷가에 지어져 마치 거대한 우주선이 물 위에 착륙한 느낌을 줬다.

아쉽지만 단체 일정에 끼어 있어 관람에는 단 1시간만 주어졌다.

'루브르의 명작들을 둘러보는데 단 한 시간이라니…' 시간이 너무 아쉬웠다.

나중에 한 번 더 와 보기로 하고 전략적으로 움직였다.

일단 모두 11개의 갤러리를 주마간산식으로 훑으며 마치 기관총 쏘듯 사진만을 찍었다.

호텔로 돌아와 아쉬운 마음을 진정시키고 한국에서 준비해 간 미술 서적을 펼쳤다.

르네 마가리트의 순종적 독자. 휴대전화를 든 또 다른 순종적 독자가 그림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성연재 기자]

찍어온 미술작품과 서적에 나온 작가와 그림을 찾았다.

작가와 작품이 일치할 때는 마치 진흙 속의 진주를 발견한 느낌이었다.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영어 설명을 들을 수 있었지만, 한글로 활자화한 자료가 무척이나 소중했다.

마리 앙투아네트의 궁정화가였던 엘리자베스 비제 르브룅 작품도 있었다.

때마침 푸른 옷을 입은 마리 앙투아네트의 그림이었다.

유난히 눈에 띄는 작품이 하나 있었다. 르누아르의 코코아 마시는 여인 그림이었다.

단박에 그 그림이 르누아르인 것을 알아차렸는데, 코코아 잔을 들고 있는 여인의 모습에서 기품이 빛났다.

수백 년이 지난 지금에도 그때의 기품 있는 모습이 그대로 전달되는 것이 신기했다.

며칠 뒤 단체가 떠난 뒤 홀로 남아 루브르를 다시 찾아갔다.

지난번에 보이지 않던 작품들이 무더기로 눈에 들어왔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도 찾을 수 있었다.

벨기에의 초현실주의 화가인 마그리트의 그림은 무의식의 세계를 상상력을 통해 창조해 낸 달리와 다르게, 현실 세계를 생경하고 기이한 모습으로 재현한다.

그의 그림을 통해 우리는 당연하게 여겨온 사유 방식에 의문을 품는다.

클로드 모네의 '채링 크로스 다리' 그림도 찾을 수 있었다.

안개와 함께 불타는 듯 반사된 빛으로 뒤덮인 모습의 채링 크로스 다리는 모네가 가장 많은 그림을 그린 런던 시리즈 가운데 하나다. 10번 갤러리에서였다.

테오도르 샤세리오의 '콘스탄티누스의 칼리프'에 많은 아랍 관객이 몰려있었다.

'콘스탄티누스의 칼리프'에 많은 관심 두는 아랍인들 [사진/성연재 기자]

베르사유 궁전에 걸려있던 이 대형 승마 초상화는 파리 방문 중의 알제리 지도자 알리 벤 아흐메드를 그린 작품이다.

갈색 말을 탄 의기양양한 모습이 두드러진다.

당당한 아랍인들의 모습을 나타낸 작품으로 느껴졌다.

실제 예술 작품 가운데 아랍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것은 거의 없다.

대부분 서양 세계 시각에서 그려졌기 때문이다.

아부다비 루브르는 그런 서양 중심 세계의 시각에서 벗어나 약간은 다른 시각을 전달해 주려고 애쓰는 듯 보였다.

또 다른 인상적인 작품 가운데 하나는 기원전 950∼900년 사이의 이집트 헤누타위 공주의 장례식에 쓰였던 관이다.

눈을 번쩍 뜨고 있는 모습은 그 얼굴을 본 사람들이 모조리 죽임을 당했다고 했던 '파라오의 저주'를 떠오르게 했다.

도굴꾼이나 유명한 고고학자를 구별하지 않고 미라의 안식을 방해한 이들은 예외 없이 병에 걸리거나 죽음을 맞이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면에서 사진을 세밀하게 찍었는데 눈이 필자를 꿰뚫어 보는 느낌이다.

그 탓인지 귀국해서 몸이 심하게 아팠다. 미라의 저주에 걸렸던 것일까.

유리관에 비친 사람의 모습이 이승과 저승처럼 보인다. [사진/성연재 기자]

루브르 바깥으로 나오니 해가 지고 있다.

관람객들은 더위가 누그러진 틈을 타 바닥에 설치된 포근한 소파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망중한을 보냈다.

루브르 아부다비의 천장은 7천850개의 구멍으로 빛이 투과되어 빚어내는 풍경으로 유명하다.

푸른빛이 나던 아부다비의 바닷가는 이제 석양을 맞아 붉은빛으로 물들었다. 장 누벨의 건축물을 보는 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방문할 가치가 있다는 느낌이다.

건물 자체가 거대한 작품이다. 사디야트섬 해변은 루브르 아부다비를 포함해 8개의 대형 박물관, 미술관이 모여 있는 사디야트 문화지구로 꾸며지고 있다.

구겐하임 아부다비도 곧 들어설 예정이라고 한다.

해저에서 수면을 바라보는 각도에서 해양 생물을 관람할 수 있다. [사진/성연재 기자]

사막의 '새로운 오아시스' 씨월드

아부다비에 최근 새로 들어선 '씨월드'(Sea World)는 사막의 새로운 오아시스다.

중동 최초의 해양 생물 테마파크를 표방하는 이곳은 극지방에서 열대지방까지, 다양한 해양 생태계를 접할 수 있는 체험형 초대형 아쿠아리움이다.

근접한 동물과의 만남과 탐험을 포함, 모두 100개가 넘는 프로그램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

씨월드는 하나의 해양(One Ocean)과 아부다비 해양(Abu Dhabi Ocean), 로키 포인트(Rocky Point), 마이크로 해양(Micro Ocean), 열대 해양(Tropical Ocean), 북극(Arctic), 남극(Antarctica), 끝없는 해양(Endless Ocean) 등 8개 관으로 이뤄진 대형 아쿠아리움이다.

이곳에는 모두 35개 이상의 대화형 체험과 놀이기구가 있다.

이 중 가장 인기 있는 곳은 극지방관이다.

해저기지에 온 듯한 느낌을 주는 씨월드 [사진/성연재 기자]

외부 기온이 섭씨 40도를 훌쩍 넘는 중동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얼음이 둥둥 뜬 극지방의 추위 자체가 신기한 경험이다.

극지방관은 북극해의 모습이 잘 표현돼 있다.

바다코끼리, 바다오리, 그리고 해달과 같은 다양한 동물들을 볼 수 있다.

커다란 얼음판 위에 누워있는 바다코끼리가 먹이를 먹기 위해 재롱을 부리는 모습은 관람객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해저 기지를 본떠 만든 '끝없는 해양관'이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하 수족관 깊숙이 들어가면 심해로 이동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수만 마리의 정어리가 소용돌이 속에서 헤엄치는 장면과 가오리와 심해 상어들이 유유히 헤엄치는 모습은 깊은 감동을 준다.

관람객은 심해에서 수면을 향하거나 45도 각도, 정면 등 다양한 각도에서 해양 생물체들을 접할 수 있다.

제일 좋았던 곳은 얕은 물에서 헤엄치는 가오리 떼들을 직접 손으로 만져볼 수 있는 시설이었다.

이곳은 특히 가족 단위 관람객에게 큰 인기였다.

어린 가오리 떼가 먹이를 먹기 위해 사람들 가까이 다가오는 모습은 평화롭기 그지없었다.

미끈거리는 가오리를 만져본 아이들은 연신 환호성을 질렀다.

흰색 회랑이 아름다운 셰이크 자이드 그랜드 모스크 [사진/성연재 기자]

아름다운 셰이크 자이드 그랜드 모스크

셰이크 자이드 그랜드 모스크는 82개의 흰색 돔이 있는 세계에서 가장 큰 모스크 가운데 하나다.

UAE 초대 대통령 셰이크 자이드가 아랍 국가들의 화합을 기원하기 위해 2007년 건립한 이슬람 사원이다.

82개의 크고 작은 돔과 4개의 첨탑으로 이뤄졌으며, 하얀색 외관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축구장 5배 크기의 모스크는 4만 명이 한꺼번에 예배를 볼 수 있을 정도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세이크 자이드 모스크는 외부 회랑과 돔이 특히 아름답다.

이곳을 방문하는 모든 여성은 머리카락이 보이지 않도록 '샤일라'를 착용해야 한다.

서구 세계 여성들이 쓰는 스카프 같은 것이라고 보면 된다.

샤일라가 없는 여성들에게는 빌려주기도 한다. 내부로 들어섰다.

세상에서 가장 큰 규모의 양탄자로 기네스북에 올라간 양탄자가 내부에 있다.

아부다비 관광청은 일반인은 들어갈 수 없는 은밀한 내부까지 필자에게 공개했다.

덕분에 국빈이나 들어갈 수 있는 공간에서 직접 내부를 감상할 수 있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3개의 거대한 샹들리에다.

가장 무거운 것은 무게가 12t이나 된다고 했다.

이 무게를 돔이 감당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특히 기둥과 장식들이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데, 종교 유무를 떠나 한 번쯤은 방문해볼 가치가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페라리 월드 [사진/성연재 기자]

INFORMATION

최근 아부다비에서 가장 많이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이 단체 마이스(MICE, 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 관광이다.

아부다비 컨벤션 뷰로는 특히 마이스 관광객을 위해 '어드밴티지 아부다비 프로그램'을 마련해 파격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어드밴티지 아부다비 지원 프로그램은 마이스 행사 또는 이벤트 주최자에게 필요한 맞춤형 목적지 지원을 제공한다.

아부다비에서 행사를 진행할 경우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최소 50명부터 500명 이상의 단체까지 인원별로 경비 지원이 이뤄져 행사 진행에 도움을 준다.

또한 지원금과 규모에 따라 주최자 또는 담당자에게도 아부다비 사전답사 경비 등의 지원 혜택이 주어진다.

50명 미만일 경우에는 현지 박물관 또는 테마파크 입장권 등을 제공한다.

지원 조건으로는 아부다비에서 최소 2박 이상 숙박해야 하며, 프로그램에는 반나절 회의, 교육, 조직 강화 또는 갈라 디너가 포함돼야 한다.

한국사무소인 에스마케팅에서 지원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으며 자세한 지원 금액은 문의를 통해 안내받을 수 있다.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3년 8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polpo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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