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경찰과 전방위 협력···“불법 리딩방 투자설명회 합동단속” [일문일답]
“자본시장 범죄 종류·범위 확대···기관간 협력 필요”
경찰 ‘수사력’·금감원 ‘정보력’ 모아···남부지검 협력도 지속
금융감독원이 검찰에 이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와도 협력 체계의 발판을 마련했다. 일선 경찰서의 수사력과 금감원의 정보력을 한 데 모아 불법 리딩방이나 시세조종 등 자본시장 범죄행위를 뿌리 뽑겠다는 포부다. 당장 오는 9월부터 합동 단속반을 가동해 불법 리딩방 운영 투자설명회 등을 집중 단속할 계획이다.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전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우종수 국수본 본부장과 ‘자본시장 불법행위 대응·협력 강화를 위한 금융감독원·국가수사본부 업무협약식’을 갖고 “최근 자본시장 불법행위 피해 규모가 커지고 있을 뿐 아니라 온라인 등 범죄 공간도 흩어져 있다”며 “과거 방식만 고집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 기관간 긴밀히 소통할 수 있는 협의체를 만들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의 자료수집 및 분석력이 국수본이 지닌 방대한 조직과 강세수사권 등과 합쳐지면 시너지가 극대화될 것이란 설명이다.
금감원과 국수본은 향후 정보공유부터 피해 예방 대국민 홍보, 공동단속, 상호 역량 강화 지원, 보이스피싱 및 불법 사금융 등 기존 업무협약 이행 등 5개 항목에 대한 공조 체계를 강화할 계획이다. 오는 9월부터 4개월 동안 불법 리딩방에서 실시하는 오프라인 투자설명회 등을 집중 단속할 방침이다. 실제 ‘SG증권발(發) 주가 폭락 사태’에서 주가조작을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는 라덕연 H투자컨설팅 업체 대표는 오프라인 투자설명회를 통해 유명 연예인과 중견기업 회장, 재벌 일가 인사까지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금감원은 기존의 서울 남부지검 등과의 협력 체제도 이어간다. 이 원장은 “각 기관과 할 수 있는 협력의 범위가 각각 다르다”며 “이번 협약을 발판으로 향후 기회가 된다면 금감원과 남부지검·국수본, 나아가 그 이상 기관들이 서로 협력할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종수 국수본 본부장도 “양 기관이 갖고 있는 수사 정보력과 노하우, 데이터 등을 바탕으로 국민의 자산을 보다 두텁게 보호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금감원과 협력해 실시간으로 리딩방 사기 등을 대응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본부장과의 일문일답.
-양 기관이 어떤 분야에서 어떤 방식으로 협력하는 것인가.
△우종수 국수본 본부장=양 기관은 과거에도 보이스피싱이나 조직적 보험사기, 불법사금융 분야 등 민생금융분야서 긴밀한 협력해왔다. 이제는 나아가 불법 리딩방, 시세조종 등 자본시장 내 전반적 불법행위에 대해 양 기관이 갖고 있는 수사정보력과 노하우, 데이터를 바탕으로 보다 국민 자산을 두텁게 보호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최근 자본시장 상황을 보면 범죄자의 이익 규모가 커질 뿐 아니라 피해 규모도 커지고 있다. 또한 범죄 공간도 온라인 등으로 흩어져있다. 감독당국 입장에서도 과거 방식만 고집하기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수본과는) 전에도 지속적으로 협력해왔지만 최근 여러 공통 고민 나누면서 조금 더 업그레이드된 긴밀한 소통할 수 있는 방식 협의체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연말까지 운영하게 되는 합동반을 통해 불법 리딩방 등 일선 경찰서에서 올라오는 사건을 배분해서 해당 지방청과 특정 종목에 대한 분석을 신속하게 한다거나 함께 조사를 진행할 수 있다. 무엇보다 실시간으로 범죄에 대응할 수 있도록 긴밀하게 협조하고자 한다.
최근의 자본시장 불공정행위는 쉽게 치고 빠지는 형태로 범행이 이뤄지기 때문에 짧은 시간 내 대응이 필요하다. 감독원은 현장에서 수사에 부족함이 있고 국수본은 종목 분석 등 전문적인 분야에서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이것들이 서로간 메울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 합쳐진 것이라고 보면 된다. 우리는 경찰관들에게 회계사례에 대한 분석기법을 알려주고 감독원 직원들은 국수본으로부터 디지털 포렌식 수사 노하우 등을 전수받는 것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 다양한 형태로 업무협약이 이뤄질 것이다.
-현재 증권범죄는 남부지검과 공조 하에 패스트트랙(신속수사전환) 등 이첩되고 있다. 국수본과의 협력으로 이런 체계는 어떻게 변화할 지 궁금하다.
△이 원장=각 기관이 할 수 있는 일의 몫이 정해져 있고 힘을 모아서 하면 효과는 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검찰, 특히 남부지검이랑 한 노력을 가볍게 생각하는 건 아니다. 요즘도 매일 오전, 오후 수준으로 협의한다. 다만 남부지검에서 담당하는 다양한 사건들의 성격과 경찰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다르다. 예컨대 우리는 회계분석이나 자본시장 관련한 다양한 정보가 모이는데 일선 경찰서 조사관들은 일반 정보조차 찾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이런 각 기관의 역할을 살려 협조하면 일처리의 효율성이 높아질 수 있다. 또한 경찰에서 확인한 내용을 토대로 우리가 소비자 경보를 발령한다든지 필요시 계좌동결 등 조치로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다.
대응이 필요한 자본시장 범죄사건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고 경찰도 이에 수사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물론 최종적인 사건 정보는 검찰로 모이겠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협의가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이번 협약이 마련된 걸로 이해하면 좋겠다. 더 넓은 형태의 정부기관의 협력 필요하다면 경찰과 검찰, 금감원도 다양한 방식으로 협력할 수 있다. 최근 보이스피싱 범죄 관련 검찰과 경찰이 각기 특장점을 살려 노력한 결과 보이스피싱 금액이 현저히 줄어든 것으로 알고 있다. 기회가 된다면 금감원과 검찰, 경찰 등 세 기관, 나아가 그 이상의 기관도 협력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한 것이라고 본다.
-최근 시세조종 관련 금감원 특사경이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국수본은 향후 불법 시세조종 관련해서도 수사 영역을 확대할 것이라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 궁금하다.
△우 본부장=불법 시세조종은 경찰이 단시간내 결론짓기 매우 어려운 분야다. 수많은 범죄 첩보와 의심신고들이 들어오고 있다. 이에 대한 판단에 그동안 금감원에 축적된 노하우나 도움이 절실할 상황이다. 이번 협력으로 경찰의 수사 영역이 확장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리딩방 사기는 피해자가 다수로 접수 관서도 여러군데다. 올해 5월까지 1000건이 신고됐고 10건을 병합했다. 각각 개별 사건일것 같지만 취합해서 보면 다수 피해자가 있는 한 범죄집단인 경우가 많다. 전반적 접수사건의 취합이 중요하다. 사건간 공통분모를 발견해서 집중해야 효율적 수사가 가능하다. 보이스피싱의 경우 금감원과 협력한 이후 피해학과 발생건수가 감소했다. 수사와 즉각적인 행정조치가 함께 되기 때문이다. 경찰은 방대한 수사망과 수사조직을 갖고 있다. 오늘 이후 금감원과 각종 사건들을 실시간으로 협력할 수 있다면 더 좋은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리딩방은 주로 SNS 등 온라인으로 이뤄지는데 잠입 단속을 하는데 비용의 제약이 있다고 알고 있다. 이는 어떻게 해결할 생각인가?
△이 원장=비용이 제약사항은 아니다. 필요한 비용은 아끼지 말고 집행하고 있다. 현재 비용은 1년 전에 책정된 예산으로 필요시 금융위와 협력해서 집행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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