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콘크리트 유토피아' 엄태화 감독 "애증의 아파트를 무대로…리얼함 원했죠"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보통의 재난물과는 확실히 다른 영화다. 평화로웠던 일상과 캐릭터들의 서사를 구구절절 늘어놓는 대신 거두절미하고 재난 한가운데를 파고들어 순식간에 관객을 이야기 한복판으로 몰아넣는다.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엄태화 감독은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이미 재난이 벌어진 이후, 그 안의 사람들이 메인이다. 그래서 오프닝 시퀀스가 중요했다. 아파트 공화국이라는 세계관을 설명하고, 재난 장면은 그 다음에 쓰고 싶었다"고 밝혔다.
9일 개봉한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대지진으로 폐허가 돼 버린 서울, 유일하게 남은 황궁 아파트로 생존자들이 모여들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재난 드라마다. 김숭늉 작가가 2014년에 선보인 웹툰 '유쾌한 왕따'의 2부 '유쾌한 이웃'을 원작으로 새롭게 각색했다.
"원래 디스토피아물을 좋아하는데 원작이 정말 재밌었어요. 그림은 귀엽고 내용은 끔찍해서 흥미로웠죠. 2부를 보는데 아파트가 배경이기에 한국적인 디스토피아를 표현하기에 너무 좋은 장소라고 생각했어요. 저도 아파트에서 나고 자랐고 많은 한국 사람들이 아파트에서 살잖아요. 한국에서 아파트는 주거이자 자산이라, 집이 없는 사람은 갖고 싶어서 괴롭고 집이 있는 사람은 집값이 떨어질까봐 괴롭죠. 애증의 대상으로서 누구나 공감할 만한 공간일 것 같았어요."
영화는 재난 이후 모든 게 파괴된 서울에서 유일하게 무너지지 않은 아파트를 배경으로 서로 다른 신념과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의 갈등을 그린다. 황궁 아파트의 주민들은 영탁(이병헌)을 새로운 주민 대표로 내세워 문제들을 해결하려 하지만 갈등은 깊어지고, 나름 '민주적 합의'에 따라 의사결정을 하는 와중에도 전세인지 자가인지 따지며 아파트 공화국의 민낯을 보여준다.
"아파트를 그냥 배경으로만 쓰고 싶진 않았어요. 한국의 아파트가 가진 상징적인 맥락들이 있으니까요.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으로 모든 게 집약된 한국 사회 그 자체이기도 하고요. 너무 당연하게 아파트에 대해 공부하게 됐고 그때 봤던 책이 박해천 교수님의 '콘크리트 유토피아'였어요. 아이러니한 두 단어가 붙어 있는 만큼 이보다 더 좋은 제목은 없을 것 같아서 작가님께 허락을 받고 영화의 제목으로 쓰게 됐죠."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인 황궁 아파트는 '콘크리트 유토피아' 팀이 가장 공들여 만든 장소다. 제작진은 실제 아파트 건축에 준하는 3층 높이의 세트를 지은 것은 물론 각 캐릭터들의 직업, 성격 등을 고려해 아파트 내부 인테리어까지 생활감 가득한 공간으로 꾸몄다.
"처음부터 끝까지 추구한 건 리얼함이에요. 세트 제작은 3개월 이상 걸렸고요. 실제 아파트 짓는 수준으로 철골부터 세워서 바닥까지 굉장히 견고하게 깔았어요. 원래 실제 아파트에서 촬영하고 싶었어요. 근데 현재 사람들이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찍을 수도 없고 재개발 아파트도 공사 기간을 맞추기가 어려워서 직접 짓게 됐어요. 건물뿐만 아니라 재개발 단지에 있는 오브제들, 예를 들면 현관문, 창살, 화단, 난간까지 가져와서 기본 골조 위에 입힌 거예요. 특히 여기저기에 '사람을 찾습니다' 같은 종이들이 붙어 있길 바랐는데 미술팀이 정말 다 다른 사람들이 쓴 것처럼 하나하나 써서 붙여놨어요. 그것만 읽어도 몇 편의 영화를 보는 듯 재밌었죠."
인물들의 담담한 대사로 마무리되는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엔딩은 다양한 상상을 가능케 한다. 누군가는 희망을 보고, 다른 누군가는 절망을 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명화의 마지막 표정이 여운을 남기는 것은 그가 러닝타임 내내 보여준 희망이 지금 우리에게도 절실하기 때문일 것이다.
"권선징악으로 끝내고 싶진 않았고요, 진짜 유토피아 같은 결말로 끝내는 것도 불만이었어요. 그렇지만 이 영화의 무드 안에서 그래도 가장 희망적인 게 뭘까 고민하면서 만든 엔딩이에요. 아마 어떤 인물에게 이입하느냐에 따라 희극, 비극이 갈릴 것 같은데 명화가 그 중심에 있죠. 명화는 질문을 하는 사람이에요. 다른 인물들은 질문 대신 현실에 순응하죠. 물론 명화도 전체 흐름엔 순응하지만 양심에 가책을 느껴요. 변해가는 남편을 지키기 위해 움직이고요. 명화처럼 개인이 어떤 반전을 밝힌다고 해서 '뭐가 바뀌겠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의 선택을 둘러싼 많은 이야기가 나오길 원했어요."
규모감 있는 영상미와 메시지, 엄태화 감독의 감각적인 연출에 힘입어 관객들의 반응도 뜨겁다. 지난 9일 올여름 한국 빅4 중 마지막 주자로 나선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7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순항 중이다. 장르 탓에 호불호가 갈릴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재난물과 블랙코미디의 절묘한 조화가 선사하는 독특한 매력이 제대로 통한 모양새다.
"영화에 보장된 흥행 공식이 있다면 저도 대입하고 싶어요.(웃음) 그 보장이 없기 때문에 작품이 갈 수 있는 자연스러운 길을 찾아가게 되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제 주제 의식만 고집하기보다 저는 일단 영화는 재밌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야 사람들이 의미도 찾고 디테일도 봐주죠. 그런 재미는 관객이 이입할 수 있는 인물, 예측할 수 없는 전개 그런 데서 오고요, 이번에도 그걸 1순위로 두고 작업했어요. 차기작은 여러 기획을 준비 중이에요. 예전부터 진짜 무서운 호러 영화를 만들고 싶었거든요. 더 늦기 전에 만들어서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eun@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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