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겼던 'LH 철근누락' 5곳 설계·감리에도 예외없이 전관업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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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철근 누락'이 추가로 드러난 한국토지주택공사(LH) 5개 아파트 단지의 설계·감리 역시 LH 출신이 자리한 이른바 전관 업체들이 사실상 싹쓸이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정하 의원은 "LH가 전관 업체들이 설계·감리를 맡은 5개 철근 누락 단지에 대해 자의적인 판단으로 발표에서 제외하고 사장에게도 보고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라며 "이번 기회에 LH의 부패 행위를 발본색원해 신뢰받는 공기업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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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소시엄 구성으로 '중복 수주 감점'도 무력화
(세종=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최근 '철근 누락'이 추가로 드러난 한국토지주택공사(LH) 5개 아파트 단지의 설계·감리 역시 LH 출신이 자리한 이른바 전관 업체들이 사실상 싹쓸이한 것으로 나타났다.
5개 단지 설계·감리에 참여한 전관 업체만 15개사다. 이 가운데 70%에 해당하는 11개사는 앞서 LH의 전수조사로 확인된 철근 누락 15개 아파트 단지의 설계·감리를 맡은 곳이다
전관 업체들은 철근 누락 단지의 용역을 최대 5건까지 중복 수주하기도 했다.
무량판 구조 지하주차장이 붕괴한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외벽이 무너진 광주 화정 아이파크 아파트 감리에 참여한 전관 업체들은 철근 누락 아파트 설계·감리에 또다시 등장했다.
1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이 LH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LH가 숨기다가 뒤늦게 공개한 지하주차장 철근 누락 5개 단지 전부 설계·감리에 전관 업체가 끼어있었다.
LH 공공주택 설계·감리는 보통 2∼4개사가 컨소시엄을 이뤄 수주한다.
5개 단지에 총 21개사가 참여했는데, 이 중 15개사가 LH 출신을 낀 전관 업체였다.
5개 단지는 준공이 끝난 화성남양뉴타운 B-10BL, 평택소사벌 A7, 파주운정3 A37과 현재 공사 중인 고양장항A4, 익산평화(정비사업)다. 기둥 3∼4개에 전단 보강 철근이 누락됐다는 이들 단지에선 지난달 보수·보강 공사가 마무리됐다.
파주운정3 설계를 맡은 A사는 LH 출신이 2014년 창립했으며, 현 대표이사도 LH 출신이다. A사는 철근 누락이 확인된 총 20개 단지 중 2개 단지를 설계했고 3개 단지에선 감리를 맡았다.
A사와 설계를 공동으로 한 B사 역시 2020년 LH 출신이 설립해 대표를 맡고 있다. 파주운정3 감리는 LH가 직접 했다.
평택소사벌 감리를 맡은 C사 역시 대표가 LH 출신이다. C사는 인천 검단 아파트와 광주 화정 아이파크 감리에도 참여했으며, 철근 누락 3개 단지의 감리를 맡았다. C사가 최근 5년간 LH에서 따낸 감리 용역은 23건, 428억원에 이른다.
화성남양뉴타운 감리를 공동으로 맡은 3개사 중 D사는 LH 출신이 창업해 대표로 있는 회사다. LH 퇴직자 외에도 국방부, 서울시, 서울주택도시공사(SH), 경기도, 경기주택도시공사(GH) 출신이 대거 재직해왔다.
D사와 함께 감리를 담당한 E사 역시 LH 퇴직자가 임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이 회사는 철근 누락 2개 단지 설계와 1개 단지 감리를 맡았다.
화성남양뉴타운을 설계한 F사는 LH 설계 공모에 다수 당선되며 지난해 건축 설계 매출 5위에 오른 회사다. 역시 LH 출신이 임원으로 일했었다.
고양장항은 G사가 설계했는데, 이 회사는 C사와 함께 지하주차장이 붕괴한 검단신도시 안단테 아파트 감리를 맡은 곳이다. C사가 감리 용역을 여러 건 따냈듯 G사 역시 검단을 포함해 철근 누락 단지만 4곳을 감리했다.
고양장항 감리를 맡은 H사 역시 전관 업체다. 이 회사는 철근 누락 1개 단지 설계와 2개 단지 감리를 맡았다.
익산평화 설계·감리를 맡은 7개사 중엔 5개사가 전관 업체로 분류된다.
전관 업체가 LH 아파트단지 설계·감리용역을 돌아가며 대거 수주하다가 무더기로 부실이 발견된 셈이다.
LH는 특정 업체 싹쓸이를 막기 위해 계약을 많이 체결한 경우 감점을 주고 있지만, 컨소시엄을 구성해 계약을 덜 한 업체를 주관사로 내세우면 이 규제를 피할 수 있다. 전관이 없는 업체를 끼워 '짬짜미'를 할 수 있는 구조다.
박정하 의원은 "LH가 전관 업체들이 설계·감리를 맡은 5개 철근 누락 단지에 대해 자의적인 판단으로 발표에서 제외하고 사장에게도 보고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라며 "이번 기회에 LH의 부패 행위를 발본색원해 신뢰받는 공기업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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