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명 스타와 60일 간 대화 나눠보니…‘조련형’ 샤이니·‘폭탄형’ 아이브 [프메의 세계]
스타 색깔·성향 드러난 신묘한 세계
일상형ㆍ조련형ㆍ폭탄형ㆍ게임형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스타와의 ‘1대 1 대화’는 신기하고 기묘한 세계다. 유달리 메시지를 자주 보내는 아티스트가 며칠 간 침묵하면 걱정이 앞서고, 정해진 시간에 메시지를 보내는 스타에게는 ‘파블로프의 개’처럼 그 시간만 되면 메시지를 기다리게 된다. ‘점메추’(점심 메뉴 추천), ‘저메추’(저녁 메뉴 추천)는 기본, 오늘의 일상을 공유하며 하루의 고단함을 씻는다.
때로는 서로 간의 고민을 털어놓는 장이 되기도 한다. 아티스트는 팬들의 이름을 불러주나 이들이 나의 메시지에 대답을 하지는 않는다. 어떤 ‘센스있는 답변’을 내놓은 누군가의 이름이 공개적으로 언급될 때도 있다. 그럴 땐 아티스트의 폭소가 터지기도 한다.
이 서비스의 놀라운 점은 없던 ‘팬심’도 키운다는 점이다. 이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혹은 대화를 나누지 않고 메시지만 읽어도 때때로 스타들의 애틋한 마음이 전달된다.
경험하지 않으면 알지 못하는 세계가 있다. 팬덤들의 필수 플랫폼인 ‘프라이빗 메시지 구독 서비스’다. 현재 팬들이 가장 많이 사용 중인 일대일 대화 서비스는 버블, 프롬, 위버스 DM. 매달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좋아하는 스타’와 소통한다는 기이한 팬덤 플랫폼은 버블이 처음 시작된 2020년 이후 4년 간 급속도로 성장했다.
세 플랫폼을 통해 동방신기부터 아이브에 이르기까지 2, 3, 4세대 K-팝 그룹 멤버 10여명과 두 달간 대화를 나눠봤다. 물론 60여일 간 메시지가 단 두 차례 밖에 오지 않은 아티스트도 있다. 그 중 대화다운 대화를 나눈 12명은 김준수, 샤이니 4인, 소녀시대 태연, 엑소 시우민 수호, 아이브 유진, 이달의소녀 츄, 오마이걸 미미 효정 등이다. 이들과 길게는 92일, 평균 60일 가량 함께 했다. 다양한 활동을 해오는 아티스트와의 대화는 몇 가지 유형으로 추려졌다.
“날이 우중충하니 대청소하기 딱 좋은 날이야.” (소녀시대 태연)
소녀시대 태연은 비 오는 날을 좋아한다. 프라이빗 메시지가 자주 오진 않지만, 흥미롭게도 비 오는 날, 흐린 날엔 선물 같은 메시지가 도착한다.
미처 몰랐던 스타의 일상과 취향이 내 손 안으로 들어온다. 무대에 오르기 전, 화려한 무대를 마친 이후 무엇을 먹고 마시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치열한 ‘덕질’을 통해 알아내지 않아도 손 쉽게 볼 수 있다. 멀리 떨어져 있는 것 같았던 스타들과 일상을 공유하며 안부를 묻고, 서로의 감정을 나누는 시간이 고단한 하루에서 오아시스 같은 역할을 한다.
2세대 K-팝 그룹 동방신기로 데뷔해 JYJ를 거쳐 뮤지컬 배우로, 솔로 가수로 활동 중인 김준수와 팬덤 코코넛의 관계는 오랜 시간 만큼이나 공고했다. 매일의 기상 인사를 건네는 것을 시작으로 지금 먹고 있는 음식까지 사진으로 공유한다. 스타와 함께 성장해 어느덧 직장인이 된 팬들에게 “내일 출근하려면 이제 자야지!!”라고 호통을 치는가 하면, 퇴근 시간에 맞춰 “지금까지 일했으니까 이제 푹 쉬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어”라고 다정한 인사를 건넨다.
김준수는 굳이 팬들을 향해 낯간지러운 애정 표현을 하진 않는다. 그럼에도 누구보다 팬을 향한 진심이 뚝뚝 묻어난다. 정말 친한 친구의 메시지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아이돌로 오랜 시간을 보냈고, 뮤지컬계에서 최고의 티켓 파워를 가질 수 있는 이유가 이같은 세심한 팬덤 관리 덕임을 알 수 있었다.
대다수 아티스트들은 하루를 시작하고 마감하며 짧은 인사를 건넸고, 그 사이사이 공연, 팬미팅 등 여러 일정에 동행해 준 팬들을 향한 애틋한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이달의 소녀 출신 츄는 방송에서 만나는 모습 이상으로 다정했다. 꼬띠(KKOTI·츄 팬덤)와의 대화마다 팬들의 이름을 불러주고, 하루의 이야기와 일상 사진을 공유한다. 특히 츄는 자신의 일상만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팬들과의 ‘쌍방향 소통’이라는 점을 시시각각 느낄 수 있는 대화를 이어간다.
엑소의 수호는 팬들과 속 얘기를 많이 나눈다. 오늘 하루를 적은 짧은 대화부터 팬들을 향한 진솔한 마음을 적고 또 적는다. 이러한 대화가 팬과 아티스트의 관계를 더 견고하게 만든다.
K-팝 그룹 멤버들의 프라이빗 메시지는 대체로 컴백 직후에 가장 활발하게 전달된다. 이 시기엔 활동 사진, 공연 후기 등이 쏟아진다.
특히 ‘해외 공연’은 대목이다. 지난달 19일 스페인 마드리드의 시비타스 메트로폴리탄 스타디움에서 열린 K-팝 콘서트에 참석한 샤이니와 아이브. 이 중 민호, 태민, 유진은 스페인 도착 소식을 알리며 현지에서의 사진을 공유했다. 민호와 태민은 스페인의 거리에서 담은 사진들의 모습을 나눴고, 유진은 스페인어 인사를 건네며 “맘에 드는 사진 너무 많은데 참고 있다”고 말해 팬들을 안달나게 했다.
“굿나잇, 좋은 꿈꿔!”
매일 밤 12시 9~10분 사이, 어떤 날은 12시 12분. 샤이니 민호에게서 하루를 마감하는 인사가 도착한다. 굳이 긴 얘기도 하지 않는다. 2세대 K-팝 그룹으로 멤버들 모두 서른을 넘겼고, “샤이니의 음악으로 태교한 아이”(‘문명특급’ 중)가 중학생이 됐으니, 샤월(샤이니 월드, 샤이니 팬덤) 중엔 직장인도 상당수다. 평온한 밤을 방해하지 않으려는 민호의 센스다.
충격적인 것은 다음날 아침이다. 약 다섯 시간 뒤인 새벽 5시 즈음 민호의 아침 인사가 도착한다. 오전 5시 25분, “굿모닝! 눈을 뜨니 좋은 소식 한가득이네!!!!!!” 느낌표를 무려 여섯 개나 찍어 보낸다. 도저히 일어나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다. 샤이니 민호와 프라이빗 메시지를 나눈지 61일. 그는 매일 아침 7시까지 출근해야 하는 석간 신문 기자의 모닝콜이 됐다.
고작 30분, 메시지를 확인하지 못한 이 시간 동안 아이브 유진이 보낸 메시지는 무려 254개. 바쁜 일정을 쪼개 팬들과의 대화에 모든 것을 쏟아내겠다고 결심이나 한 것처럼 한 번 대화가 터지면 멈추질 않는다. 유진의 메시지는 다채롭다. 조깅, 여행, 컴백 활동, 멤버들과의 영화 감상 등 소소한 이야기를 공유하고 팬들의 ‘건강 관리’까지 신경 쓴다. “좋은 과일과 나쁜 과일이 있다”며 “우리 모두 건강해야 한다”며 갓 스무 살이 된 유진이 조언한다.
츄 역시 한 번 대화를 시작하면 10분 이상 이어진다. 오늘의 일상을 나누며 꼬띠의 하루를 염려하고, 끊임없이 팬들을 향한 마음을 전한다. 가끔 밸런스 게임도 한다.
오마이걸 미미의 프라이빗 메시지는 미미 그 자체다. ‘버블 라이브’를 통해 음성 통화를 나누는가 하면, 장장 30분 간 ‘노래 맞추기 퀴즈’를 하기도 한다. 밈PD의 본능이 발휘되는 순간이다. 이 때는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
tvN ‘뿅뿅 지구 오락실’을 통해 만천하에 알려진 미미의 독특한 발음이 채팅창에서도 이어진다. “들리는 대로 써보겠다”며 노래 가사를 적는데 흐름을 놓치면 미미와의 대화에선 도태된다. 힌트를 준다는 데도 노래는 꽤나 어렵다. “위아옥윅윅아옥 암어메스메스메스.” 팬들은 찰떡같이 알아듣고 정답을 맞춘다. 소심하게 지코의 ‘아티스트’를 외쳐봤으나, 정답은 듣지 못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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