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연출가 김우옥 "70년대 실험극도 여전히 먹힌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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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의 춤'은 1970년대 뉴욕에서 탄생한 실험극이지만 여전히 관객에게 먹힌다고 생각해요. 배우나 관객의 반응을 접할 때마다 유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는 "2000년 퇴임할 때도 관객의 반응이 호의적으로 변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며 "지난 6월 한예종 학생들과 '혁명의 춤'을 공연할 당시에는 열광적인 반응을 보여줬다. 특히 영상원 학생들이 따로 찾아와 감동했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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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없는 실험적인 연극…"춤을 보듯이 편하게 감상했으면"
(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혁명의 춤'은 1970년대 뉴욕에서 탄생한 실험극이지만 여전히 관객에게 먹힌다고 생각해요. 배우나 관객의 반응을 접할 때마다 유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선을 끄는 붉은색 안경을 쓴 원로 연출가 김우옥(89)의 눈은 작품에 대한 기대로 가득차 있었다.
그는 오는 27일까지 서울 용산구 더줌아트센터에서 연극 '혁명의 춤'을 선보인다. 1981년 초연한 '혁명의 춤'은 2000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장 퇴임을 기념하는 무대 이후 23년 만에 관객을 만난다.
개막을 앞둔 지난 16일 더줌아트센터서 연합뉴스와 만난 김우옥 연출은 "23년 만에 작품을 선보일 수 있어 흥분되고 감동된다"며 "여전히 무대에 올릴 가치가 있고 새로운 시도로 느껴지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혁명의 춤'은 혁명 중에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5분 이내의 짧은 장면 8개로 보여준다. 독립된 장면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혁명이나 인물에 대한 맥락 등은 주어지지 않는다.
배우 13명이 서른아홉 개의 배역을 연기하기에 배우 한 사람이 많게는 1인 4역을 소화한다. 무대에 오른 배우는 "기다려", "들려?" 등 짧은 대사 열두 마디와 몸동작을 반복하며 패턴을 만들어 나간다.
김 연출은 "연극을 보다 보면 똑같은 동작이나 소리가 반복된다"며 "관객은 자기도 모르게 동작을 기억하게 되고 그렇게 작품 전체의 구조를 파악하게 된다. 줄거리가 아니라 구조를 통해 연극을 이해하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김 연출은 1980년 미국 뉴욕대에서 연극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서울예전(현 서울예대) 교수와 동랑레퍼토리극단 대표를 거쳐 1993∼2000년 한국 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초대 원장을 지낸 원로 연극인이다. 80년대 '내·물·빛' 등 실험적인 연극으로 관객에게 충격과 당혹감을 안겼고, 지난해에는 연극 '겹괴기담'으로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연출 복귀를 알렸다.
그는 "2000년 퇴임할 때도 관객의 반응이 호의적으로 변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며 "지난 6월 한예종 학생들과 '혁명의 춤'을 공연할 당시에는 열광적인 반응을 보여줬다. 특히 영상원 학생들이 따로 찾아와 감동했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고 했다.
젊은 관객이 작품에 호응을 보이는 이유에 대해서는 영상 매체의 시대가 도래한 것을 원인으로 꼽았다.
"연극에 사연도 없고 캐릭터도 없다는 점에서 연극이 아니라 오히려 영상예술에 가깝죠. 실제 사람이 무대 위에서 영상을 만든다는 점에서 젊은 세대가 관심을 보이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요."
김 연출은 작품을 보는 관객이 내용을 이해하겠다는 생각에서 벗어나도 괜찮다고 말했다. 아름다운 풍경을 보는 것처럼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장면을 편하게 감상해 달라고 했다.
김 연출은 "제목에도 춤이라는 단어가 들어있듯이 연극보다 춤에 가까운 작품"이라며 "일반 연극처럼 기승전결이 어떻고 인물이 어떤지 따질 필요가 없다. 내용을 따지면 봐야 할 것을 놓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용 공연을 보듯이 눈앞에 무엇이 펼쳐지는지 보면 된다. 강렬한 혁명의 장면을 보고 있으면 퍼즐을 맞추듯 동작들이 서로 연결되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고 했다.
1934년생으로 구순을 앞둔 김 연출은 여전히 새로운 것에 대한 관심을 잃지 않고 있다. 그는 1991년 마지막으로 연출했던 청소년극 시리즈 '별들'의 신작을 무대에 올릴 계획을 세우고 있다.
"연출가는 작품만 연출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을 연출해야 하죠. 새롭지 않으면 구미가 당기지 않는 성격이에요. 새로운 것에 대한 갈구가 에너지의 원천입니다."
cj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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