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의정부 교사 2명 극단적 선택…학부모 악성 민원 의혹

CBS노컷뉴스 고무성 기자 2023. 8. 17.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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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학부모 민원 때문에 힘들어했다"…장례식장까지 찾아와
교원단체 "진상 규명 촉구"…"학교장 책임 강화해야"
경기도교육청 앞에서 열린 1인 시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기지부 제공

2년 전 경기도 의정부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 2명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가운데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과 학교 측의 부실 대응 의혹이 일고 있다.

지난 2021년 6월 의정부의 한 초등학교 소속 A 여교사가, 같은 해 12월 B 남교사가 잇따라 자택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학교 측은  두 교사에 대한 각각의 사망 경위서에 '극단적인 선택'에 대한 언급 없이 '추락사'로 교육청에 보고했다.

이에 따라 이들의 죽음은 교육부의 자살교사 통계에 반영되지 않았다. A 여교사는 단순 사고사로 분류됐다. B 남교사는 담당자의 실수로 사고사 명단에도 빠졌다.

B 남교사의 유족들은 지난 2021년 12월 순직 처리를 위해 학교 측에 추락사를 자살로 수정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돌아온 답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죽음의 이유를 밝히기 위해 학교에 요청한 사실 확인도 거절당했다는 것이다.

기자는 이 학교의 교장과 교감의 입장을 듣기 위해 전화했지만, 회의 중이라는 이유로 통화할 수 없었다.

의정부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학교 측이 두 교사의 유족으로부터 받은 시신검안서에 적힌 추락사를 그대로 교육청에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유족 측에서 사유에 대해 얘기해 주지 않았다고 한다"고 대신 설명했다.

이어 "교장이 그 당시에 좀 조사하려고 주변 선생님들한테 물어봤는데 특별한 사안이 없었다고 했다"며 "그 외의 의혹은 합동 조사 중이기 때문에 답변을 드릴 수 없다"고 덧붙였다.

유족 "학부모 민원 때문에 힘들어했다"…장례식장까지 찾아와


두 교사의 사망은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린 서이초 교사의 극단적인 선택을 계기로 뒤늦게 알려졌다.

유족들은 4~5년 차인 두 교사 역시 학부모들의 민원 때문에 힘들어했다고 주장했다.

A 여교사는 발령 한 달 만에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2017년과 2019년엔 두 달씩 병가를 냈다. 복직 뒤에는 음악과 영어 전담 교사를 맡았다.

자기 대신 담임을 맡게 된 동료 교사들에 대한 미안함에 2021년 자진해서 다시 담임을 맡았지만, 결국 4개월째에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B 남교사도 부임 첫해 담임을 맡은 반에서 실습 중인 학생이 손을 다치는 사고가 났다. 학교안전공제회에서 보상금 200만원을 받은 학부모는 이듬해 휴직하고 입대한 B 남교사에게 추가 보상을 요구했다.

고학년 담임을 맡은 2021년에는 따돌림을 받는 학생의 부모도 힘들게 했다. 학부모가 교감을 만난 뒤 직접 교실까지 찾아왔고, 학생들의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B 남교사는 학폭위를 열겠다며 화를 내는 학부모에게 죄송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B 남교사는 '이 일이랑 안 맞는 것 같다. 하루하루가 힘들었다'는 마지막 글을 남기고 세상을 등졌다.

그런데 또 다른 학부모가 B 남교사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교무실을 찾았다가 작고했다는 말을 들은 뒤에도 장례식장까지 와서 확인했다는 의혹을 유족이 제기했다.

두 교사의 죽음은 단순 추락사로 종결되면서 공무상 순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페이스북 캡처

교원단체 "진상 규명 촉구"…"학교장 책임 강화해야"


전교조 경기지부, 새로운학교 네트워크 등 경기도 내 5개 교원단체는 지난 8일 공동 성명을 내고 경기도교육청에 두 교사의 사망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또 유사 사건에 대한 철저한 실태조사 실시, 악성 민원 방지와 악성 민원인 업무방해 고발 등 구체적인 대책 마련도 주문했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교육청은 현재 제기되고 있는 모든 의혹을 명백히 밝히기 위해 진상 파악을 위한 대응팀을 꾸려 조사에 착수토록 하겠다"며 "악성 민원 등 교권 침해가 이번 사건과 연관이 돼 있다면 이에 응당한 조치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5년 6개월간 목숨을 끊은 초중고 교사는 전국에 100명에 달한다. 교사들의 사망이 잇따르는 원인으로는 학부모의 악성 민원과 이를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부재가 지적되고 있다.

전국초등교사노조 윤미숙 대변인은 "일단 학부모의 악성 민원이 너무 심하다"며 "그 악성 민원을 걸러주거나 교사의 책임을 함께 나눠주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써주는 교직 환경, 관리자들의 마인드와 책무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윤 대변인은 "학교장이 민원에 대해 어떻게 처리할지 같이 고민하고 방법을 찾아 봐야 한다"며 "민원에 대해 학교장의 법적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초등교사노조는 민원처리 학교장 책임제를 시행하고 민원 통합처리 시스템 구축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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