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드랑이 털... 왜 남자는 밀고, 여자는 기르는가"
지난 6월 이스탄불에서 열린 축구 챔피언스리그에서 맨체스터 시티 소속 선수 존 스톤스의 상의가 찢어져 속살이 보이는 일이 발생했다. 그 가운데 겨드랑이가 깨끗하게 제모돼 있어 해외 온라인에서 큰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텅빈 그의 겨드랑이에 사람들은 속닥거렸다. "와우, 겨드랑이 털을 밀었네?"
남녀 불문하고 수영, 사이클링, 육상 선수들은 겨드랑이털을 제모하는 경우가 많다. 축구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도 겨드랑이 털을 미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마찰을 줄이고 더 빠르게 움직이는 데 도움이 되며 관리하기도 위생적이기 때문이다. 운동선수들은 이와 같은 이유가 있어서 겨드랑이털 제모가 당연하게 여겨지기도 하지만, 실제로도 남녀 겨드랑이 제모에 대한 개념이 바뀌고 있다. 필수가 아닌 개인의 선택의 영역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전에는 사회적 인식에 따라 남성들은 제모를 하지 않고 여성들은 무조건 깨끗한 겨드랑이를 고수해왔다면, 이제는 달라졌다. 영국 일간지 더가디언(The Guardian)은 이러한 선택적 겨드랑이 제모에 대한 인식 변화에 대해 소개하면서 "사람들은 사회적 시선보다는 개인의 필요와 개성에 따라 성별에 상관없이 제모 여부를 '선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겨드랑이 털을 미는 남자들... 전통적 남성 이미지 탈피
실제로 남성의 제모 비율은 서서히 증가하고 있다. 남성성의 마지막 보루처럼 여겨졌던 겨드랑이 털을 없애는 남자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 잡지 맨즈헬스의 여론 조사에 따르면, 2019년 68%의 남성들이 겨드랑이를 제모했다. 52%는 심미적인 이유로, 16%는 운동 때문에 제모한 것으로 나타났다. 땀, 냄새로 인한 불편함, 운동 기능성 셔츠의 효과 증진 등도 제모 이유에 포함됐다.
일부 남성들은 레이저로도 제모를 하고 있다. 겨드랑이뿐 아니라 모든 부위에서 시도하는 이들이 많다고 전해진다. 털과 관련된 역사를 연구하는 학자 기브슨은 해당 현상을 남성들이 전통적 남성 이미지를 벗어 던지고 미용, 패션에 관심을 가지며 외모에 신경을 쓰는 '메트로섹슈얼리티(metrosexuality)'라고 설명한다.
2023년 영국 면도 및 털 제거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2개월 동안 영국 소비자의 55% (남녀모두)가 겨드랑이 제모 경험이 있다. 1974년 뉴욕 타임스에 기고된 글에서는 미국 여성의 98%가 겨드랑이와 다리를 면도한다고 보고했다. 근 50년 동안 아직도 보수적이긴 하지만 여성의 면도 비율은 점차 줄고 있다.
겨드랑이 털을 그대로!... 제모에 대한 여성의 자율성 내포
여자들에게서 깨끗한 겨드랑이 관리는 필수처럼 여겨왔지만 이제는 제모를 하지 않고 당당히 기르겠다는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다. 겨드랑이 제모에 반기는 곧 신체 이미지에 대한 자율성을 내포하기도 한다.
패션 마케팅 업계는 이 트렌드에 주목하고 있다. 아디다스는 2021년 겨드랑이 털을 드러낸 댄서 레일라 데이비스의 사진을 광고로 사용하면서 제모에 대한 여성의 자율성을 내세워 큰 반응을 일으켰다. 지난 해, 한 패션회사도 역시 겨드랑이 털이 보이는 여성을 탱크톱 모델로 선보였다.
1960년대부터 여성들의 겨드랑이에 털을 제거하지 않고 그대로 두는 것은 여성 해방의 표시였다. 1985년, 유명 가수이자 영화감독인 마돈나는 플레이보이라는 매거진에 제모를 하지 않은 겨드랑이를 노출했다. 1999년 배우 줄리아 로버츠도 영화 노팅힐 시사회에서 겨드랑이 제모를 하지 않은 채로 나타난 적 있다. 제모하는 것을 잊었다고 뒤늦게 변명하긴 했지만, 여자가 제모하지 않은 것에 대한 비판과 동시에 많은 지지를 받기도 했다.
근 몇 년 들어 '겨드랑이 털을 밀지 않는다'는 여성의 행위는 페미니스트로 간주돼 이념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제모의 압박에서 벗어나 있는 그대로의 겨드랑이를 드러내도 된다는 주장은 굳이 페미니스트를 걸고 넘어지지 않아도 된다. 남성이 위생을 위해 혹은 미용을 위해 털을 밀어내듯, 여성 또한 제모가 귀찮아서 밀지 않을 수도 있다. 민소매를 입을 때 그것이 부끄럽다고 여긴다면 밀어도 된다. 자신이 부끄럽지 않다면 밀지 않아도 된다. 결국 한 인간의 선택이다. 그리고 그 선택을 존중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는 사회로 향하는 중이다.
◆ 기사 도움: 최혜림 인턴기자
정은지 기자 (jeje@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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