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티지 류처럼 보여” 현지 언론 극찬… 왜 류현진은 토론토의 구세주로 평가받나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류현진(36‧토론토)는 지난 2월 스프링트레이닝 당시부터 화제를 모은 이름이었다. 지난해 6월 팔꿈치인대접합수술(토미존 서저리)을 받은 류현진은 올해 후반기 복귀를 조준하고 있었다. 보통 팔꿈치 수술 재활은 1년에서 1년 6개월까지도 소요되지만, 류현진은 올스타 브레이크 전후 복귀를 자신하고 있었다.
현지 언론의 관심은 류현진이 돌아오면 누가 선발 로테이션에서 빠지느냐였다. 류현진은 KBO리그는 물론 메이저리그 경력 전체를 선발로 뛴 선수다. 불펜은 어울리지 않는 선수였다. 존 슈나이더 토론토 감독도 “류현진이 후반기 돌아오면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런데 토론토는 이미 5명의 좋은 선발 투수가 있었다.
케빈 가우스먼, 알렉 마노아, 호세 베리오스, 크리스 배싯, 그리고 기쿠치 유세이까지 5명의 선발 투수가 확보되어 있었다. 이들은 들인 돈, 그리고 앞으로 기대를 고려하면 누구 하나도 빼기가 쉽지 않은 선수들이었다. 예상이 어려웠고 사실 명확한 계획도 없었다. 결국 그 당시에는 “그때 가서 부상 등으로 이탈하는 선수가 있을 수도 있고, 지난해 불펜 경험이 있는 기쿠치가 불펜에서 힘을 보탤 수도 있다”고 전망하는 게 고작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알렉 마노아가 희생양이 될 것이라 예상한 사람은 별로 없었다. 2021년 토론토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마노아는 신인 시즌부터 강렬한 모습을 선보이더니 지난해 31경기에서 16승7패 평균자책점 2.24의 빼어난 성적을 거두며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투표 3위에 오르기도 했다. 팀의 차세대 에이스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실제 마노아는 건장한 체격에서 나오는 묵직한 구위, 그리고 변화구 구사 능력과 좋은 커맨드까지 갖추고 있었다. 이제 25살의 선수라고 보기 어려운 침착함도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무엇이 문제인지 커맨드가 사정없이 흔들리며 고전했다. 1년 사이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실제 지난해 2.3개였던 9이닝당 볼넷 개수가 6.1개까지 치솟았다. 피안타 개수도 9이닝당 6.6개에서 9.6개로 3개나 늘어났다.
결국 6월에 플로리다의 구단 훈련 시설로 내려가 밸런스 교정 등 안간힘을 썼지만 궁극적인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았다. 결국 11일(한국시간) 클리블랜드전에서도 고전한 뒤(4이닝 4실점) 트리플A로 내려갔다. 하지만 토론토는 일단 한숨을 돌렸다. 절묘하게 류현진이 돌아와 그 자리를 메워줄 수 있기 때문이다.
팔꿈치 수술을 받고 복귀한 류현진은 첫 3경기에서 안정적인 투구를 했다. 1승1패 평균자책점 2.57의 성적은, 1년 2개월 가량의 공백이 있었던 선수에게 걸리는 일반적인 기대치를 초과하는 것이다. 특히 최근 2경기에서는 9이닝 동안 비자책점이 2점 있었을 뿐 자책점은 하나도 없었다. 현지 언론들은 류현진의 대명사인 ‘빈티지 류’를 다시 소환하며 흥분하고 있다.
북미 스포츠전문매체 ‘디 애슬레틱’의 토론토 담당기자 케이틀린 맥그래스는 16일(한국시간) 류현진의 복귀 후 모습에 대해 ‘류현진은 빈티지처럼 보이는 복귀를 했다. 토미존 서저리로부터 자유로워졌다’면서 류현진이 수술 여파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반겼다. 보통 토미존 수술을 받은 선수들은 가면 갈수록 감각을 찾아가면서 적응하기 마련이다. 앞으로 더 좋은 투구 내용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맥그래스는 이런 류현진의 절묘한 복귀가 토론토의 미래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전망했다. 류현진의 4년 계약은 올 시즌을 끝으로 끝나지만, 마노아는 아직 팀에서 뛸 날이 많이 남아있는 선수다. 맥그래스는 류현진이 정상적으로 돌아오면서 마노아가 재정비를 할 시간을 벌었다고 봤다.
맥그래스는 ‘마노아는 볼넷과 투구 수가 너무 많았다. 그것은 시즌 내내 마노아 문제의 핵심이었다. 그는 충분히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투구할 수 없었다’면서 ‘최저점은 그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낮은 레벨인 루키리그의 플로리다 훈련 시설로 갔을 때인 6월이었다. 7월에 돌아온 이후 조금 나아졌지만 여전히 1년 전의 사이영 후보와 같은 모습은 없었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류현진이 돌아왔고, 토론토의 전체 로테이션은 강점이 있다. 마노아는 단순히 그들의 6번째로 좋은 선발 투수였고, 그가 필요할 때를 대비해 준비할 수 있게 트리플A로 내려갔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토론토로서는 마노아를 조금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준비시킬 수 있는 셈이다.
류현진의 투구 내용이 그만큼 안정적이라는 판단을 했기 때문에 가능한 결단이기도 했다. 류현진의 3경기 평균 타구 속도는 87.4마일(140.7㎞)로 좋았다. 이는 지난해 91,1마일(146.6㎞)보다 크게 떨어진 것이다. 하드히트 비율도 지난 2년은 40%가 넘었으나 올해는 32.6%에 불과하다. 감각이 조금 더 돌아와 볼넷 개수만 줄이면 더 안정적인 투구를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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