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서 가장 뜨거운 투수" 류현진과 어깨 나란히, TOR 일본 파이어볼러 재능 폭발
[OSEN=이상학 기자] 류현진 복귀 유탄을 맞지 않았다. 토론토 블루제이스 일본인 좌완 투수 기쿠치(32)가 커리어 하이 시즌으로 선발진에 생존했다. 류현진이 갖고 있는 토론토 선발 역대 최장 6경기 연속 1자책점 이하 기록과 타이를 이루며 절정의 기량을 뽐내고 있다.
기쿠치는 지난 16일(이하 한국시간)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홈경기에 선발등판, 6이닝 4피안타 무사사구 7탈삼진 1실점으로 퀄리티 스타트했다. 1-1 동점 상황에서 내려가며 데뷔 첫 10승은 다음으로 미뤘지만 토론토의 2-1 승리에 발판이 된 귀중한 투구였다.
1회부터 7타자 연속 범타로 시작한 기쿠치는 이렇다 할 위기 없이 5회까지 무실점 행진을 펼쳤다. 6회 에드문도 소사에게 안타, 요한 로하스에게 2루타를 맞아 첫 실점했지만 후속 3타자를 범타 처리하며 추가 실점을 하지 않았다.
총 투구수 84개로 최고 96.5마일(155.3km), 평균 94.9마일(152.7km) 포심 패스트볼(44개)을 비롯해 슬라이더(22개), 커브(15개), 체인지업(3개)을 구사했다. 주무기 슬라이더와 커브로 헛스윙 삼진 4개를 잡아냈지만 좌우 보더라인에 걸치는 포심 패스트볼로 잡은 루킹 삼진도 3개였다. 구위, 커맨드, 변화구 모두 훌륭했다.
이날까지 기쿠치는 올 시즌 24경기(128⅓이닝) 9승4패 평균자책점 3.44 탈삼진 132개를 기록 중이다. 지난 2019년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메이저리그 데뷔한 뒤 개인 최다승으로 첫 10승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해까지 4년간 통산 평균자책점이 5.02였는데 올해는 첫 3점대가 유력하다. 지난해 5.2개에 달했던 9이닝당 볼넷도 올해는 2.5개로 눈에 띄게 줄며 기복을 잡았다.
류현진이 토미 존 수술에서 회복돼 건강하게 복귀하면 토론토 선발 중 가장 불안한 투수가 바로 기쿠치였다. 1~4선발 알렉 마노아, 케빈 가우스먼, 호세 베리오스, 크리스 배싯의 입지가 안정적이었다. 기쿠치는 지난해에도 8월 중순부터 불펜으로 보직이 바뀐 채 그대로 시즌을 마감한 바 있다. 하지만 류현진이 성공적으로 복귀한 뒤에도 기쿠치는 토론토 선발진에 살아 남았다. 기복 심한 투구를 거듭한 마노아가 류현진 유탄을 맞고 선발진에서 이탈하며 마이너리그로 강등됐다.
반면 기쿠치는 지난달 17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을 시작으로 최근 6경기 연속 1자책점 이하로 막았다. 토론토 선발투수의 6경기 연속 1자책점은 구단 역대 최장 타이 기록으로 앞서 1988~1989년 데이브 스티엡과 2020년 류현진이 먼저 달성했다. 스티엡은 1988년 9월14일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전부터 1989년 4월11일 뉴욕 양키스전까지 1-0-0-0-1-0자책점으로 막았고, 류현진은 2020년 8월6일 애틀랜타 브레이스전부터 9월3일 마이애미 말리스전까지 6경기를 0-1-1-1-0-1자책점으로 6경기 연속 1자책점 이하 투구를 했다. 기쿠치가 다음 경기에서 7경기 연속 토론토 신기록에 도전한다.
‘MLB.com’은 ‘기쿠치가 인생 최고의 시즌, 시간을 보내고 있다. 16일 필라델피아전에도 기쿠치가 6이닝 동안 압도적인 투구를 했기 때문에 토론토가 이길 수 있었다. 7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단 하나의 볼넷도 허용하지 않았다. 1자책점 이하 투구가 13번으로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 블레이크 스넬(샌디에이고), 케빈 가우스먼(토론토), 브랙스턴 개럿(마이애미)을 제치고 메이저리그 전체 1위를 달리고 있다. 시즌 평균자책점도 전체 19위(3.44)에 올라있다’고 전했다.
이어 ‘1년 전 기쿠치를 본 사람들이라면 이 수치들이 꿈처럼 느껴지겠지만 어느새 그는 지구상에서 가장 뜨거운 선발투수 중 한 명이 됐다’며 ‘마침내 자신의 커브, 슬라이더를 모두 살려 쓰는 방법을 알아냈다. 재능이 한꺼번에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정말 극적이다’고 치켜세웠다.
존 슈나이더 토론토 감독은 “기쿠치가 경기를 거듭할수록 점점 좋아지고 있다. 지금 그는 자신감에 가득차 있다. 삼진을 잡았을 때 리액션도 정말 좋다. 투구를 즐기는 게 보인다. 1년 전 이맘때 그는 불펜으로 보직이 바귀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동안 계속 노력해온 것이 이렇게 결과로 나와 기쁘다”고 말했다.
기쿠치는 “난 항상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할 수 있는 자질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컨트롤에 문제가 있었지만 올해는 그게 좋아졌다. 존을 공략하며 타자를 아웃 잡을 수 있게 됐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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