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왕은 아닌 것 같아···대신 우승할 수 있다” LG 주전 포수 정상 등극에 올인[SS인터뷰]

윤세호 2023. 8. 17.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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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박동원이 16일 대구 삼성전에서 만루 홈런을 치고 김민성과 하이 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 | LG 트윈스


[스포츠서울 | 대구=윤세호기자] LG 주전 포수 박동원이 이적 첫 해 최상의 시나리오를 머릿속에 그려 넣었다. 시즌 초반 뜨겁게 타오르던 홈런 페이스가 꺾였지만 대신 팀이 우승할 수 있다며 정상 등극을 강조했다.

박동원은 16일 대구 삼성전에서 결승 만루포 포함 2안타 5타점으로 펄펄 날았다. 2회초 1사 2, 3루에서 3루 땅볼로 3루 주자 오스틴 딘의 득점을 유도했고, 5회초에는 우전 안타로 선두 타자 출루를 이뤘다. 그리고 6회초 2사 만루에서 김대우의 슬라이더를 공략해 결승 만루포를 쏘아 올렸다.

이날 LG는 6-3으로 삼성을 꺾고 전날 패배를 설욕했다. 박동원은 시즌 18호 홈런. 개인 통산 6번째 만루 홈런을 달성했다.

다음은 경기 후 박동원과 취재진 일문일답.

-개인 통산 6호 만루 홈런을 쳤다. 최근 만루 홈런이 언제인지 기억하나?

잘 기억이 안 나는데 아마 작년에 잠실구장 경기였던 것 같다.(KIA 소속이었던 작년 6월 1일 잠실 두산전)

-LG에서는 첫 만루 홈런이다. 홈런 상황을 돌아본다면?

사실 자신이 없었다. 김대우 선수에게 엄청나게 약하다. 처음에 볼을 던지길래 그냥 만루에서 볼넷으로 1타점만 올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볼 이후 스트라이크가 오는 순간 생각을 바꿨다. 1타점이 중요한 게 아니라 역전하는 2타점을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좀 적극적으로 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덕분에 좋은 결과가 나온 거 같다.

-마침 또 한 가운데로 왔다.

운이 좋았다. 너무 가운데 오는 바람에 좋은 타구가 나왔다.

-이전에는 정말 김대우 선수 공을 못 쳤더라.

나와 정말 안 맞았다. 예전에 함께 배터리도 해봤는데 공도 정말 좋고 제구도 잘 됐다. 작년에 한번 좋은 타구를 날렸는데 호수비에 잡히기도 했다. 잘 친 게 그때가 다였다가 오늘 홈런이 나왔다.

-홈런이 시즌 초반에 잘 나오다가 주춤했다. 그래도 다시 8월에 홈런 3개째를 쳤다.

컨디션이 좀 좋아지는 것 같다. 안 좋을 때는 내야도 넘기지 못할 것 같았다. 공이 너무 안 나갔다. 지금은 다시 좀 좋아진 것 같다.

LG 박동원이 16일 대구 삼성전에서 만루포를 기록하고 있다. 사진 | LG 트윈스


-고전했던 원인이 어디에 있었나.

히팅 포인트였던 것 같다. 잘될 때는 포인트가 앞에서 잘 맞는데 어느 순간 포인트가 안 맞고 장타도 많이 안 나왔다.

-다시 포인트를 찾은 비결은?

훈련을 꾸준히 했다. 계속 준비했고 좋은 결과가 다시 나오기를 바랐다.

-타격도 좋았지만 오늘 이정용 선수가 3경기 연속으로 잘 던졌다. 이 부분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정용이가 최근 포크볼도 좋지만 속구도 또한 되게 좋다. 라이징성으로 속구가 움직인다. 속구가 살고 포크볼도 있으니 좋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타자가 치게 만드는 식으로 볼배합 한다. 속구를 쳐도 플라이가 나올 것으로 생각하고 카운트 유리해지면 포크볼로 승부하는 식으로 하고 있다.

-사실상 이제는 포크볼러라고 해도 될 정도로 포크볼의 비중이 높다.

처음부터 이렇게 포크볼이 좋지는 않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갑자기 포크볼이 좋아졌다.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포크볼이 좋았고 자연스럽게 비중이 늘었다. 그러면서 간간히 슬라이더랑 커브도 섞고 점점 더 좋아진다.

-이제 이정용 선수를 포피치 투수로 봐도 될 것 같다.

그렇다. 구종을 활용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졌다. 그래서 정용이에게 군대 한 해 더 연기하면 안 되나고 농담식으로 말했다.

-어제 번트 타구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다. 오늘은 번트 타구를 완벽한 송구로 처리했다.

어제 첫 번째 공은 내가 처리하면 안 됐다. 그리고 두 번째가 내 공인데 둘 다 반대로 했다. 계속 안 좋은 상황이 일어날 수 있겠다 싶어서 오늘은 내가 적극적으로 처리하려고 했다. 2루 송구가 잘 됐는데 인생 송구를 한 것 같다.

-매년 여름 타격에서 슬럼프가 있는 편이다. 올해도 슬럼프를 좀 겪었다.

올해는 힘든 상황이 안 올 것으로 믿었는데 또 왔다. 그래서 과거를 생각했다. 지금까지 야구하면서 이렇게 정규시즌 1위를 한 적이 없다. 그래서 지금 내게 중요한 것은 내 기록이 아니라 팀 1위인 것을 알고 팀이 승리하는 데 더 집중하기로 했다. 1위를 하는 게 가장 행복한 일이니까 개인 훈련을 꾸준히 하면서 팀 1위만 생각하기로 마음을 다잡았다.

LG 박동원이 16일 대구 삼성전에서 만루포를 친 후 동료들과 환호하고 있다. 대구 | 연합뉴스


-아직 골든글러브 가능성이 있다. 개인적인 목표는 정말 없나?

우승하면 골든글러브 가능성도 자연스럽게 높아지지 않을까? 우승이 첫 번째다. 홈런도 개인 커리어하이는 가능한데 그렇다고 홈런왕을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 노시환 선수가 너무 많이 쳤다. 지금 내게 가장 가까운 것은 우승이니까 꼭 우승하고 싶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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