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유감] "어른들이 미안해"… 주민·기업 덕분에 '최악' 면했다

김동욱 기자 2023. 8. 17.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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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제적 난국 잼버리 결산] ④ 국민의 십시일반 봉사… 기업은 대규모 지원

[편집자주]'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막을 내렸다. 해외 각국에서 스카우트 대원 등 4만3000여명이 한국을 찾았으나 시작부터 파행이었다. 폭염 대응은 물론 기본시설, 식사, 의료 등 모든 부문에서 문제점을 노출했다. BTS(방탄소년단)로 대변되는 젊은 세대가 끌어올린 국격을 기성세대인 정부당국이 땅으로 떨어뜨렸다. 국민과 기업들의 지원으로 행사는 최악을 피했지만 잼버리가 남긴 숙제는 만만찮다. 그 원인을 분석하고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봤다.

국민과 기업의 도움을 받은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마무리됐다. 사진은 지역 커뮤니티 ‘군산스토리’가 잼버리 참가자들을 위해 마련한 후원품. /사진=페이스북 캡처
온열 질환자 속출과 보급품 부족 등으로 국내·외로부터 혹평을 받았던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최악의 악몽'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던 잼버리가 그나마 잘 마무리될 수 있었던 것은 국민과 기업들의 도움 덕분이었다.

지역 주민과 의료진, 공무원 등이 자원봉사에 나섰고 기업들은 보급품 지원과 잼버리 참가자 숙소 마련, 견학 프로그램 운영 등으로 잼버리에 큰 도움을 줬다.



얼음물 보급에 의료지원까지… 수습 나선 국민


17일 지역 커뮤니티 '군산스토리' 등에 따르면 전북 군산 시민들은 잼버리 행사 기간 '잼버리 군산우물'을 운영했다. 잼버리에 참가한 아이들에게 얼음물과 이온 음료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지원 활동을 돕기 위해 170여명의 시민이 총 1000만원이 넘는 금액을 후원했다.

일부 봉사자들은 보급품 상·하차 등 몸 쓰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한 봉사자는 냉동탑차에 얼음물과 이온음료를 싣고 배송하는 사진과 함께 "어른들이 미안하다"며 "당장 해줄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다"는 글을 올려 심금을 울렸다.

누리꾼은 군산스토리의 잼버리 지원 활동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 누리꾼은 "잼버리 대원들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며 "군산우물 봉사자들 모두 수고 많았다"고 격려했다.

다른 누리꾼들도 "같은 군산 시민으로서 자랑스럽다" "(잼버리 대원들이) 떠나는 날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이런 참된 봉사야 말로 스카우트 정신이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고려대학교병원의 이동진료버스. /사진=고려대학교 의료원 제공
의료진의 자원봉사도 잇따랐다. 고려대학교 의료원은 지난 4일과 5일 총 12명으로 꾸려진 의료지원단을 현장에 파견했다. 파견된 의료진들은 현장에서 진료체계를 구축한 뒤 환자들을 돌봤다. 부족한 일반의약품은 현지에서 조달했다.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중앙대학교병원 등도 의료지원팀을 파견해 현장에서 응급환자와 온열 질환자를 치료했다. 의료진 지원 덕분에 온열 질환자를 비롯해 벌레 물림, 수포, 열상 등을 겪은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공무원들도 팔을 걷어붙였다. 전북도 관계자에 따르면 전북 시군별 공무원들은 잼버리 기간 민간 자원봉사자와 함께 영내 환경정비 등의 활동을 벌였다.

자원봉사에 참여한 공무원은 매일 수십명에서 많게는 100명대에 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태풍 '카눈' 북상 영향으로 잼버리 참가자들이 서울·경기 등 전국 8개 시·도로 이동하자 각 지역 공무원들은 통역 등 지원 활동을 펼쳤다.

지난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K팝 슈퍼 라이브'(잼버리 콘서트)에서도 자원봉사 공무원들이 현장인솔 등의 업무를 일부 담당했다.



삼성·SK·현대차·LG, 잼버리 지원 '총출동'


삼성이 대한적십자를 통해 잼버리 행사에 지원한 전동 카트. /사진=삼성 제공
주요 기업들의 지원도 이어졌다. 삼성은 대한적십자를 통해 이온음료와 비타민음료 총 20만개와 간이화장실 및 전동 카트 등을 지원했다. 입사 후 연수를 받고 있는 신입사원 150여명을 현장에 파견, 자원봉사자들의 환경미화 활동을 도왔다. 삼성전자 사업장 견학 프로그램을 실시해 잼버리 참가자들이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가질 수 있도록 힘쓰기도 했다.

SK그룹은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가 잼버리 참가자에게 이색 경험을 제공했다. SK텔레콤은 서울 중구 을지로 정보통신기술(ICT) 체험관 '티움'에서 잼버리 참가자들에게 증강현실(AR) 기술 활용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참가자들은 AR 기술을 통해 미래에 달라질 생활 모습을 간접 경험했다. SK하이닉스는 잼버리 참가자들이 반도체 생산과정과 기술을 살펴볼 수 있도록 이천 사업장에서 팹(공장) 윈도우 투어를 진행했다.

SK하이닉스 반도체 웨이퍼를 살펴보는 잼버리 참가자. /사진=SK그룹 제공
현대자동차그룹은 국내 기업 최초로 잼버리 참가자들을 위해 생수와 양산을 총 10만개 제공했다. 생수·얼음을 보관할 수 있는 아이스박스를 추가 지원하고 간이화장실도 설치했다. 잼버리 참가자들이 편히 쉴 수 있도록 그룹 인재개발원 마북캠퍼스와 기아 비전스퀘어, 기아 오산교육센터, 현대엔지니어링 블루몬테 등 수도권 소재 4곳의 연수원을 숙소로 제공하기도 했다.

LG그룹은 무더위에 노출된 잼버리 참가자들이 온열 질환을 예방할 수 있도록 넥쿨러, 휴대용 선풍기, 보조배터리, 냉동탑차 등을 전달했다. 생수와 이온음료 총 20만병과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그늘막도 지원했다. 핵심 계열사인 LG전자는 경기 평택 LG디지털파크 내 임직원 교육·연수시설에 숙소를 마련해 잼버리 참가자들이 안전하게 일정을 소화할 수 있도록 도왔다.

현대차그룹이 마련한 숙소에서 실내 활동을 펼치는 잼버리 참가자. /사진=현대차 제공
이와 관련 재계 관계자는 "잼버리 기간 폭염과 태풍 등 기상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행사가 원활히 진행되도록 기업들의 도움이 이어졌다"며 "잼버리 참가자들이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갖고 돌아가기 위해 각 기업이 지원에 나선 것"이라고 밝혔다.

누리꾼들은 대기업들의 잇따른 지원에 대해 "직접 나서서 잼버리 사태를 수습해줘서 고맙다" "잼버리 행사로 인해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안 좋아질 것으로 생각했는데 천만다행이다" "참가자들이 한국에서 쌓은 추억을 평생 기억할 것"이라고 호응했다.

김동욱 기자 ase84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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