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활동 고작 '78명'…김영환 지사 주민소환 진정성 논란

박재원 기자 2023. 8. 17.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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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요청 수임자 1인당 1760명 서명 받아야
"민주당 등 진보진영 내년 총선 대비 흉내만"
김영환 충북지사 (자료사진)

(청주=뉴스1) 박재원 기자 = 김영환 충북지사 주민소환 추진에 진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지사의 도덕적 흠결과 도민 정서에 맞지 않는 귀책사유로 탄핵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야권 주자들이 주민소환을 빌미로 인지도를 올리려는 '꼼수'인지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4일 주민소환투표 청구인 대표자(이현웅 전 한국문화정보원장) 증명서 발급과 동시에 지역 진보진영을 중심으로 서명요청 활동이 시작됐다.

17일 충북도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전날까지 서명요청 수임자로 77명이 등록했다. 서명요청권이 있는 이 전 원장을 비롯해 총 78명이 오는 12월12일까지 도내 11개 시·군에서 주민소환투표 청구를 위한 서명을 받을 수 있다.

◇1명이 1760명 연서 가능하나

앞으로 서명요청 수임자가 더 늘겠으나 현재까지만 보면 1인당 도내 청구권자(만 19세 이상) 1760명 정도에게 서명을 받아내야 한다.

그래야만 소환투표 발의 청구요건인 도내 총 청구권자 10% 이상(13만5438명 추정치) 서명을 달성할 수 있다.

2015년 7월 당시 홍준표 경남지사의 주민소환 청구과정에서 주민소환운동본부가 제출한 서명인수는 35만4651명으로 청구요건(26만7416 이상)을 충족했다.

이 35만명의 서명을 받는데 동원된 서명요청 수임자는 2000명으로 알려졌다. 1인당 177명을 받은 셈이다. 그렇지만 이 중 9만명이 무효로 판명돼 주민소환투표는 무산됐다.

그런데 충북은 수임자 한 사람당 이보다 10배 많은 서명을 받아야 한다. 2000명이 해도 넘기 어려운 1차 관문인 청구요건을 78명 가지고 한다고 하니 지역 보수진영은 애초부터 주민소환 목적이 아니라고 평가한다.

김영환 충북지사 주민소환 추진 기자회견

◇주민소환 사유는

주민소환은 청구 사유에 제한이 없고,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의원을 소환할 수 있는 국민의 기본권이다. 사유에 상관없이 지역 주민들의 판단으로 선출직 지방공무원을 궐위시킬 수 있는 제도다.

김 지사의 주민소환을 주도하는 '주민소환운동본부 준비위원회'는 청구 사유로 궁평2지하차도 참사 직무유기 등 여러 가지를 내세웠다.

이번 참사의 직접적인 원인은 미호천교 확장 공사 과정에서 부실 임시제방을 쌓은 시공사(금호건설)와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발주처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다. 선출직 공무원은 아니지만 사실상 소환 대상은 행정도시건설청장이다.

김 지사는 주민소환이 아니더라도 법의 기준에 따라 최악의 경우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등으로 기소될 수 있다. 굳이 지역 주민 간 정치적 양극화와 진영논리로 극심한 분열·갈등이 예견되는 주민소환이 유일한 방법은 아닌 것이다.

준비위는 김 지사가 정부의 일본 강제동원 3자 배상안을 지지하는 취지로 '친일파가 되련다'고 한 발언도 주민소환 이유로 들었다.

김 지사의 당시 발언은 '반미, 반일'을 앞세우는 진보진영에서 봤을 땐 논란거리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일본을 적대적 대상이 아닌 협력적 배후에 두고 미국 등 세계시장으로 진출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다소 자극적인 표현이 있었을 뿐이지, 이를 주민소환 사유로 삼기에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이어 지난 3월30일 제천 산불 상황 속에서도 인근 충주서 시민단체 관계자 등과 술자리를 문제 삼지만, 당시는 산불1단계 상황으로 지휘권은 지사가 아닌 제천시장에게 있었다.

상황이 3단계로 악화하면 김 지사가 현장에서 지휘권을 발동했었겠지만, 1단계에는 지휘체계에 속하지 않는다. 다만 도민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는 처신으로 지적받을 수는 있겠으나 이를 주민소환 사유에 포함하기에는 과도하다는 측면도 있다.

주민소환투표 (자료사진)

◇주민소환 반사이익은

지역 보수진영 사이에선 이번 주민소환을 내년 총선용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주민소환은 더불어민주당 정치인들을 비롯해 진보성향 시민단체 회원들을 중심으로 한다. 이 중 일부는 내년 총선을 노리고 있다.

이들은 120일간 주민소환투표 청구를 위해 도내 각 시·군에서 주민들에게 서명을 요청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잠재적 유권자들에게 자연스럽게 얼굴을 알릴 수 있다.

서명활동이 끝난 4개월 뒤에는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져 사실상 합법적인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기회라는 지적이다.

여기에 이들이 받는 서명은 유권자 성향을 짐작할 수 있는 정보도 담겨있다. 서명부 작성 때는 성명·생년월일·주소를 적어내야 한다. 서명부 원본은 선관위에서 매일 회수하는 것이 아니라 서명요청 수임자들이 보관한 뒤 서명기간이 끝난 후 제출한다.

총선 출마를 희망하는 지역구 주민들의 신상을 파악하는 데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다.

주민소환 서명요청 수임자 지정은 청구인대표자인 이현웅 전 원장이 할 수 있다. 이 전 원장은 민주당 소속으로 내년 청주 상당 출마가 거론된다.

당내 총선 주자들을 서명요청 수임자로 지정해 도내 각 시·군에서 활동하게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보수진영의 분석이다.

한 보수진영 관계자는 "주민소환은 사실상 내년 총선 준비를 위해 흉내만 내는 것"이라며 "주목적은 얼굴 알리기와 진보층 결집"이라고 했다.

여러 가지 논란이 있지만, 이번 주민소환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등 야권에 유리한 기회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미 분열과 갈등도 시작됐다. 김 지사의 주민소환을 지지하는 계층이 있지만, 이를 저지해야 한다는 반대 여론도 형성돼 양극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ppjjww12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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