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반기보고서 시즌…가상자산 공시는 '아직'

박현영 기자 2023. 8. 17.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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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지난달 가상자산 주석공시 기준서 초안 마련
위메이드, 코인 매각 사실 공시에 선제 적용…타 상장사는 사전 작업 중
위메이드의 위믹스 매각 관련 공시 내용. 위메이드 반기보고서 갈무리

(서울=뉴스1) 박현영 기자 = 금융감독원이 가상자산 주석공시 기준 초안을 마련하면서 이에 맞춰 코인 보유 수량을 공시하려는 상장사들이 등장하고 있다.

다만 이번 반기보고서 시즌에는 기준 적용 사례가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이 마련한 기준을 적용하기에 시간이 촉박했던 데다, 본래 분·반기 보고서에는 가상자산 보유 수량을 공시하지 않았던 곳들이 많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주석공시 기준 조기 적용을 적극 권장한 상태라 향후에는 가상자산 보유 수량과 관련 사업 내용을 공시하는 상장사들이 늘어날 전망이다. 주석공시가 의무화되는 시점은 회계연도 기준 2024년부터다.

◇위메이드, 금감원 기준 선제 적용…컴투스도 보유 수량 공시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번 반기보고서 시즌에도 가상자산을 발행한 일부 상장사가 코인 보유 수량을 공시한 사례가 나왔다.

대표적인 사례는 위메이드다. 위메이드는 지난달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기준에 맞춰 코인 매각 사실을 공시했다. 금감원은 지난달 회계감독 지침과 주석공시 의무화 기준서 초안을 발표한 바 있다.

위메이드는 전기(2022년)에 가상자산 위믹스(WEMIX) 821만8761개, 당시 시세로 708억원에 해당하는 코인을 '중개기관'인 하이퍼리즘을 통해 거래소 게이트아이오(GateIO)와 MEXC에서 매각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위메이드는 위믹스 코인 매각에 따른 선수수익을 '직접 사용 및 유동화'로 구분해 표기해왔다. 올해 1분기 실적을 나타낸 지난 분기보고서에서도 위믹스 약 108만개를 직접 사용하거나 유동화(매각)했다고만 했을 뿐, 몇 개가 '직접 사용'이고 몇 개가 '매각'인지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또 어떻게 매각했는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공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반기보고서에서는 '직접 사용' 항목과 '중개기관을 통한 매각' 항목으로 이를 구분했다. '유동화'라는 모호한 구분을 '중개기관을 통한 매각'으로 명확히 한 후 어느 거래소에서 어떻게 매각했는지에 대해서도 공시했다.

주석공시 의무화 기준서 초안에 따르면 가상자산 보유 기업은 보유한 가상자산의 가치를 공시할 때 가치의 기준이 되는 거래소명과 시장 가치 산정 시점 등을 명시해야 한다. 위메이드는 이 같은 기준을 선제적으로 따른 것으로 파악된다.

다른 가상자산 보유 기업 중엔 컴투스가 자체 가상자산 프로젝트인 엑스플라(XPLA) 코인 보유 수량을 공시했다. 금감원은 가상자산 보유 기업이 가상자산 취득 경로와 취득원가, 시장가치(거래소 명 및 가치 산정 시점 포함) 등을 공시하게끔 기준을 마련한 상태다. 컴투스는 이에 맞춰 취득 경로와 원가, 시장가치를 공시했다.

컴투스는 이번 반기말 기준 약 3162만개 엑스플라(XPLA)를 보유하고 있으며 용역 제공을 통해 취득했다고 밝혔다. 보유 수량의 시장 가치는 약 135억원으로, 가상자산 데이터 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의 종가를 이용해 시장 가치를 산정했다고 공시했다.

◇타 상장사, 기준 적용 '아직'…"사전 작업 나선 곳은 많을 듯"

위메이드와 컴투스를 제외한 다른 가상자산 발행 기업 및 보유 기업들은 반기보고서에서 구체적으로 보유 수량을 공시하지 않았다. 가상자산 프로젝트 사업 내용을 밝힌 곳은 있으나, 보유 수량이나 매각 사실까지 공시하지는 않았다는 의미다.

이는 통상 분·반기 보고서와 사업보고서 간 중요도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사업보고서에서는 가상자산 보유 수량을 구체적으로 공시하는 기업들이 있으나, 분·반기 보고서까지 이를 반영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일례로 카카오는 지난 3월 낸 전년도 사업보고서에서는 클레이(KLAY) 코인 보유 수량을 공시했으나, 이번 반기보고서에서는 공시하지 않았다. 단, 회계연도 기준 2024년부터 가상자산 주석공시가 의무화되면 반기보고서에도 가상자산 보유 수량을 기재해야 한다.

또 금감원이 기준 조기 적용을 적극 권장했음에도 불구, 기준을 반영하기엔 시간이 촉박했을 것이란 분석도 따른다. 금감원이 가상자산 주석공시 기준 초안을 발표한 게 지난달 중순이기 때문이다. 이미 반기보고서를 위한 감사 시즌이 시작된 기업이 많았다.

가상자산 업계에 정통한 한 회계사는 "분·반기 보고서의 경우 내용을 사업보고서만큼 쓰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지난달 금감원에서 발표한 내용을 이번 반기보고서에 반영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2024년부터는 주석공시가 의무화되므로 반기보고서에도 (코인 보유 수량을) 공시할 수 있도록 사전 작업에 나선 곳들이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hyun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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