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살 만한 시간

김제동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원목실장 신부 2023. 8. 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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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2023년이다.

이 표현은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기년법으로 예수의 탄생연도를 원년으로 한다.

즉, 올해가 예수 탄생 2023년째가 되는 해라는 뜻이다.

전 세계 도처에서 정치적, 경제적, 종교적인 명분으로 끊임없이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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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동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원목실장 신부

올해는 2023년이다. 이 표현은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기년법으로 예수의 탄생연도를 원년으로 한다. 즉, 올해가 예수 탄생 2023년째가 되는 해라는 뜻이다. 하지만 이러한 연도는 나의 기쁨과 희망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 2023년이라는 숫자가 나에게 무언가를 주는 것이 아닌 즉, 2023년에 나에게 일어난 일들이 기쁨과 희망을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은 그의 저서 '논리-철학 논고' (1921)의 머리말을 통해 "도대체 말해질 수 있는 것은 명료하게 말해질 수 있다. 그리고 이야기할 수 없는 것에 관해서는 우리는 침묵해야 한다"고 했다. 또 이 책의 맨 마지막 줄에선 "말할 수 없는 것에 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는 말을 또 다시 강조하면서 글을 맺었다. 자기 존재의 살아있음과 삶에서 직접 체험한 것이 글자나 말로 주어지는 모든 것의 깊이를 깨달을 수 있게 한다는 의미다.

오늘날 글과 말의 형식으로 전해지는 여러 뉴스들 또한 우리에게 많은 영향을 미친다.

전 세계 도처에서 정치적, 경제적, 종교적인 명분으로 끊임없이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이로 인한 세계 경제는 늘 어려움을 맞이한다. 또 환경오염으로 인한 이상기후와 전염병도 우리 삶에 큰 영향을 준다. 그리고 최근 들어 가치관 붕괴로 일어나는 여러 '묻지마 범죄' 사건까지. 이러한 뉴스들의 경우 독자에게 정보를 제공해주기도 하지만, 한 켠으로는 우리의 마음을 무겁고 복잡하게 한다.

2023년이라는 시간은 언제나 지나가는 것이고, 뉴스에 나오는 많은 소식도 곧 지나갈 것이다. 끊임없이 흐르는 이 시간 안에서 자신에게 기쁨과 희망을 주는 것은 오직 자신의 경험에서 주어지는 것이다.

그 길이 아름다워 1993년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등록된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 순례길은 이베리아 반도 북쪽을 통과해 스페인-프랑스의 국경지대로부터 야고보 성인의 무덤이 있는 길을 말한다. 오늘날 더더욱 많은 이들이 이 길을 찾는 이유는 종교적, 영성적, 건강, 문화체험 등을 경험하기 위해서이다. 이처럼 많은 이들이 순례길을 찾는 이유는 그들의 내면의 기쁨과 희망을 스스로 발견하고자 하는 인간의 본성 때문일 것이라고 본다.

"내가 살아있다는 사실, 내가 살 만하다고 느끼는 것은 이 세상의 어떤 무거운 소식보다 언제나 더 귀하다."

이 명제는 이전의 경험이 긍정적인 토대 위에 있을 때 가능하다. 살아있다는 느낌은 그럴 만한 경험을 통해 형성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살 만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주변에 긍정적인 경험을 나누는 삶을 살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살 만하다고 느낄 여유가 없는 사람은 잠시 멈추어,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많은 경험을 찾고 있을 것이다. 각자의 선한 행위와 긍정적인 경험이 어우러질 때, 2023년의 남은 뉴스는 우리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천국의 통로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얼마 남지 않은 2023년, 자신의 행위를 통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좋은 말과 글자를 살아있게 하는 아름다운 시간이 되길 희망한다. 김제동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원목실장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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