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하위→2위까지 한걸음' KT 매직, 중심에 '후반기 타율 0.375' 이 남자가 있다

잠실=안호근 기자 2023. 8. 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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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잠실=안호근 기자]
KT 배정대가 16일 2회 투런 홈런을 치고 홈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OSEN
홈런을 친 뒤 타구를 바라보는 배정대. /사진=OSEN
"나를 크게 지탱했던 것들이 사라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지난 3시즌 연속 144경기 전 경기에 출전했던 '철인' 배정대(28·KT 위즈)는 자신만만하게 시즌을 준비했다. 그러나 시즌 개막을 코앞에 두고 뜻밖의 부상을 당했고 배정대는 큰 목표 하나를 잃었다.

그 때문일까. 지난 6월에서야 복귀한 배정대는 한동안 부진을 거듭했지만 후반기 들어 놀라운 반등세를 그렸다. 그리고 최하위에 머물던 KT는 22경기 18승 4패를 거두며 2위를 눈앞에 둘 만큼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16일 경기도 그랬다. 배정대는 이날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전에서 2-0으로 앞선 2회초 2사 1루에서 김동주의 시속 145㎞ 속구를 강타, 왼쪽 담장을 넘어가는 쐐기 투런포를 날렸다.

시즌 마수걸이 홈런. 짜릿한 홈런을 날리고 더그아웃으로 들어왔지만 모두의 무관심 속 홀로 외로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 시간은 생각보다 길었고 동료들은 이닝이 모두 마무리된 후에야 배정대에게 다가와 격한 축하를 보냈다.

홈런을 친 뒤 코치와 하이파이브를 하는 배정대. /사진=OSEN
배정대(오른쪽)가 홈런 후 홈을 밟고 김상수와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OSEN
경기 후 만난 배정대는 "지난 3년 동안 144경기를 계속 나섰는데 다치고 나서 나를 크게 지탱했던 것들이 조금 사라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며 "내가 힘들 때도 그렇고 좋을 때도 그렇고 끈을 놓지 않은 그런 포인트라고 생각을 했기에 초반에는 힘들었다"고 돌아봤다.

언젠가는 끊길 기록이었지만 지금까지 그를 이끌어온 동력이었기에 시간이 필요했다. 복귀 후 전반기 타율 0.215로 부진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강철 감독은 꾸준히 기회를 줬고 특히나 가족이 큰 힘이 됐다. "어머니께서 내가 힘들 때 문자 메시지를 하나 보내주셨다"며 "'다른 것 다 필요 없다. 아들이 제일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는데 정말 감동이었고 약간 울컥했다. 복귀 후 초반엔 안 좋았지만 그런 게 지탱할 수 있었던 또 큰 힘이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전했다.

후반기 타율 0.375로 놀라운 반등을 그렸고 KT는 22경기에서 18승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며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렸다. 선발진의 놀라운 호투릴레이도 눈부셨지만 타선을 이끈 배정대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다.

2회 이른시간이었지만 배정대의 홈런 한 방은 최근 하락세를 타고 있는 두산의 숨통을 끊어놓기에 충분했다. 타구는 시속 163㎞의 속도로 123m나 날아갔다.

배정대는 "오늘 타격 훈련을 할 때부터 김강, 유한준 코치님께서 내가 상체로 리드를 많이 하는 스타일이라며 하체로 하는 훈련을 하고 있었는데 그 부분이 무의식 중에 경기에서 나왔다"며 "그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는 게 기분이 좋고 올 시즌 첫 홈런인 것도 좋게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7회 강승호의 타구를 걷어내는 배정대. /사진=OSEN
환상적인 호수비를 펼치자 외야의 팬도 두 팔을 들어올리며 기뻐하고 있다. /사진=OSEN
팀에 보탬이 된다는 것 자체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팀이 이기는 데 기여한 것 중에 하나라고 생각을 해서 그 부분이 의미가 있다"는 배정대는 팀이 4-0으로 앞선 4회말 2사 2루에서 중앙 담장으로 향하는 강승호의 타구를 완벽하게 낚아채 실점 위기를 지웠다.

"정말 오랜만에 하나를 잘 잡아낸 것 같다"며 "원래 타구를 잘 안 보고 쫓아가는 스타일이 아닌데 강승호 선수의 타구는 치자마자 어려웠던 타구여서 안 보고 쫓아갔고 낙구 지점을 잘 포착해서 좋은 캐치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투수가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는 게 일이듯이 나도 수비나 타석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게 이제 일"이라며 "각자 잘하다 보면 팀이 또 이렇게 이길 수 있지 않나 그렇게 생각한다"고 팀을 먼저 생각하는 면모를 보였다.

이날 2위 SSG 랜더스가 지며 승차가 단 1경기로 줄었다. 배정대가 처음 복귀했을 때만 해도 최하위에 있었던 KT의 믿기지 않는 마법이다.

배정대는 "초반에 없었는데 부상 선수들도 많고 분위기가 안 좋았었다고 하더라"며 "그동안 승수를 계속 쌓고 계속 있었던 선수들도 정말 대단한 것 같다. 다시 합류해서 이렇게 좋은 시너지와 퍼포먼스를 발휘하는 게 말이 안 되는 것 같다. 솔직히 말이 안 된다"고 스스로도 감탄을 금치 못했다.

배정대의 홈런 후 환한 미소를 보이는 이강철 감독(왼쪽). /사진=OSEN
배정대의 활약 속 4연승을 달린 KT 선수단이 기뻐하고 있다. /사진=OSEN

잠실=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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