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하위→2위까지 한걸음' KT 매직, 중심에 '후반기 타율 0.375' 이 남자가 있다
지난 3시즌 연속 144경기 전 경기에 출전했던 '철인' 배정대(28·KT 위즈)는 자신만만하게 시즌을 준비했다. 그러나 시즌 개막을 코앞에 두고 뜻밖의 부상을 당했고 배정대는 큰 목표 하나를 잃었다.
그 때문일까. 지난 6월에서야 복귀한 배정대는 한동안 부진을 거듭했지만 후반기 들어 놀라운 반등세를 그렸다. 그리고 최하위에 머물던 KT는 22경기 18승 4패를 거두며 2위를 눈앞에 둘 만큼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16일 경기도 그랬다. 배정대는 이날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전에서 2-0으로 앞선 2회초 2사 1루에서 김동주의 시속 145㎞ 속구를 강타, 왼쪽 담장을 넘어가는 쐐기 투런포를 날렸다.
시즌 마수걸이 홈런. 짜릿한 홈런을 날리고 더그아웃으로 들어왔지만 모두의 무관심 속 홀로 외로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 시간은 생각보다 길었고 동료들은 이닝이 모두 마무리된 후에야 배정대에게 다가와 격한 축하를 보냈다.
언젠가는 끊길 기록이었지만 지금까지 그를 이끌어온 동력이었기에 시간이 필요했다. 복귀 후 전반기 타율 0.215로 부진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강철 감독은 꾸준히 기회를 줬고 특히나 가족이 큰 힘이 됐다. "어머니께서 내가 힘들 때 문자 메시지를 하나 보내주셨다"며 "'다른 것 다 필요 없다. 아들이 제일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는데 정말 감동이었고 약간 울컥했다. 복귀 후 초반엔 안 좋았지만 그런 게 지탱할 수 있었던 또 큰 힘이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전했다.
후반기 타율 0.375로 놀라운 반등을 그렸고 KT는 22경기에서 18승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며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렸다. 선발진의 놀라운 호투릴레이도 눈부셨지만 타선을 이끈 배정대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다.
2회 이른시간이었지만 배정대의 홈런 한 방은 최근 하락세를 타고 있는 두산의 숨통을 끊어놓기에 충분했다. 타구는 시속 163㎞의 속도로 123m나 날아갔다.
배정대는 "오늘 타격 훈련을 할 때부터 김강, 유한준 코치님께서 내가 상체로 리드를 많이 하는 스타일이라며 하체로 하는 훈련을 하고 있었는데 그 부분이 무의식 중에 경기에서 나왔다"며 "그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는 게 기분이 좋고 올 시즌 첫 홈런인 것도 좋게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말 오랜만에 하나를 잘 잡아낸 것 같다"며 "원래 타구를 잘 안 보고 쫓아가는 스타일이 아닌데 강승호 선수의 타구는 치자마자 어려웠던 타구여서 안 보고 쫓아갔고 낙구 지점을 잘 포착해서 좋은 캐치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투수가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는 게 일이듯이 나도 수비나 타석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게 이제 일"이라며 "각자 잘하다 보면 팀이 또 이렇게 이길 수 있지 않나 그렇게 생각한다"고 팀을 먼저 생각하는 면모를 보였다.
이날 2위 SSG 랜더스가 지며 승차가 단 1경기로 줄었다. 배정대가 처음 복귀했을 때만 해도 최하위에 있었던 KT의 믿기지 않는 마법이다.
배정대는 "초반에 없었는데 부상 선수들도 많고 분위기가 안 좋았었다고 하더라"며 "그동안 승수를 계속 쌓고 계속 있었던 선수들도 정말 대단한 것 같다. 다시 합류해서 이렇게 좋은 시너지와 퍼포먼스를 발휘하는 게 말이 안 되는 것 같다. 솔직히 말이 안 된다"고 스스로도 감탄을 금치 못했다.
잠실=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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