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장흥 풀로만목장 - 목장의 여름나기[정태겸의 풍경](52)

2023. 8. 17.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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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소문만으로 유명세를 탄 목장이 있다. 전라남도의 끝 장흥에 있는 이 목장은 10여 년 전부터 조금씩 이름을 알리더니, 이제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곳이 돼버렸다. 여름의 한복판, 이 목장도 찌는 듯한 더위와 싸우고 있었다. 아무리 짐승이라고 하지만 소 역시 행복해야 한다. 이 목장을 운영하는 조영현 대표의 지론이다.

쏟아지는 햇살을 자동으로 가려줄 가림막을 치고 하루에도 몇 번씩 지치지 않도록 연신 몸을 움직여 여물을 먹인다. 이 목장의 핵심은 여물이다. 알팔파와 라이그래스라는 국내에서는 잘 나지 않지만, 소에는 가장 좋은 사료를 컨테이너 규모로 수입해 먹인다. 그 덕일까. 여느 목장과는 다르게 코를 쥐게 하는 분뇨 냄새가 거의 없다. 한눈에 봐도 모든 소의 등판에 윤기가 흐른다. 신기할 만큼 건강하다.

그럼에도 올해 여름을 나는 건 보통 어려운 게 아니다. 물가는 뛰고, 환율은 점점 오르고 있다. 해가 갈수록 목장을 유지하는 일이 점점 버겁다. 행복하고 건강한 소를 키우는 일이 곧 우리의 행복과 연결된다는 신념이 그의 유일한 버팀목이다. 어렵지만, 이 더위도 언젠가는 끝날 것이다. 선선한 가을이 곧 다가올 것처럼 힘겨운 나날도 지나가리라. 늘 그랬듯이.

글·사진 정태겸 글 쓰고 사진 찍으며 여행하는 몽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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