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철근 누락 못 찾은 이유 있었네”...현장 감리 인원 턱 없이 부족

장철민 의원실, “LH 공사현장 81% 감리 인원 미달” 지적
5개 현장에서 부실시공 적발, 14개 시공사 벌점

경기 양주시에 있는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철근이 누락된 기둥을 보강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뉴시스

아파트 철근 누락 사태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자체 감리한 아파트 단지 및 공사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감리 인원이 법정 기준에 턱없이 못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지하 주차장에서 철근 누락이 처음 확인된 아파트 단지 15곳 중에서 LH가 자체 감독하며 공사를 진행한 7곳의 감리 인원이 적정 인원보다 부족한 것으로 확인됐다.

1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장철민(더불어민주당) 의원이 LH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1∼7월 LH가 자체 감리한 공사 현장 104곳 중 85곳(81.7%)에 배치된 감리 인원이 법정 인력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기술진흥법에 따르면 발주청은 공사의 품질 점검 및 현장 안전 등의 업무를 수행할 공사감독자를 선임해야 한다. 공사감독 적정 인원은 감리 직급에 따라 환산 비율이 다르다.

의원실에 따르면 530여 호를 짓는 시흥장현 A-9BL 아파트 건설공사 12공구의 경우 적정 감독자 배치 인원은 18.90명이지만, 실제 배치된 감독자는 4.25명으로 필수 인원의 4분의 1도 못 채웠다. 남양주 별내 A1-1BL 아파트 건설공사 17공구도 22.10명이 배치돼야 하지만 실제는 절반을 조금 넘는 12.90명만 배치됐다.

LH 자체 감리 현장 104곳에 필요한 총인원은 920명이지만, 정작 현장에 투입된 인원은 566명에 불과했다. 의무 인력의 61.6%만 채운 것이다.

감리 인원이 미달한 공사 현장 중에는 수서역세권A3, 수원당수A3, 광주선운2A, 양산사송A2, 인천가정2, 오산세교2, 파주운정3 등 LH가 지난 7월 말 발표한 철근 누락 단지 7곳이 포함됐다.

수서 역세권 A3는 2명이 부족한 7.20명(배치기준 9.40명)만 투입된 것을 비롯해 수원당수A3 4.94명(8.30명), 광주선운A 5.26명(8.90명), 양산사송A2 5.28명(9.10명), 인천가정2 3.61명(11.58명), 오산세교2 8.53명(12.80명), 파주운정3 10.16명(15.90명)이 각각 배치됐다.

장 의원은 "LH가 처음 전수조사에서 밝힌 15개 철근 누락 단지 가운데 입주가 완료된 5개 단지를 뺀 10개 단지 중 LH가 자체 감독하는 7개 단지 모두가 법정 감리 인원이 미달했다"고 말했다.

감리 인원의 부족은 결국 부실시공과 안전사고로 이어졌다. 104개 현장 중 5개 현장에서 자체 감독 결과 부실시공이 적발돼 14개 시공사가 벌점을 받았다. 14개 현장에서 모두 19건의 안전사고도 발생했다.

전수조사 전까지는 철근이 누락된 단지에서는 부실시공과 관련한 아무런 적발도 이뤄지지 않았다. 자체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장 의원은 "제대로 시공되는지 관리 감독하는 감리의 역할이 중요한데, LH가 감리하는 공사 현장 대부분은 적정 인원조차 준수하지 못하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장 의원은 또 "이번 부실 공사 사태는 결국 설계와 시공은 물론 감리단계에서의 총체적 부실이 드러난 것"이라며 "감리 실효성 제고를 비롯해 건설단계별로 기준에 맞는 근본적인 제도 개선과 책임 강화 방안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임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