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과조치' 당근에도…중소형사, 건전성 ‘휘청’[IFRS17 연착륙 언제쯤]④

박재찬 기자 2023. 8. 17.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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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경과조치 덕 본 중소형 보험사…자본확충 13조원은 ‘부담’

[편집자주] IFRS17(새국제회계기준)은 지난 2013년부터 논의가 시작돼 올해 도입됐다. 준비기간만 10년을 거쳤지만, 금융감독원은 시행 6개월도 지나지 않아 추가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보험업계는 IFRS17의 자율성은 훼손됐고,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에 IFRS17 도입 이후 현재까지의 과정을 점검하고 향후 전망을 살펴봤다.

ⓒ News1 DB

(서울=뉴스1) 박재찬 기자 = IFRS17(새국제회계기준) 도입으로 중소형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금융당국이 ‘경과조치’로 시간을 줬지만, 보험사가 앞으로 10년간 확충해야 하는 자본은 최소 13조원에 이른다.

여기에 금융당국의 보수적인 가이드라인은 보험사의 부채 부담을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결국 지급여력비율(K-ICS, 킥스) 하락으로 이어져 재무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보험사들의 자본확충 규모는 총 2조3640억원으로 신종자본증권 1조4560억원, 후순위채 9080억원이다.

보험사별로 보면 지난 5월 교보생명이 신종자본증권 500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뒤를 이어 6월에 신한라이프가 후순위채 3000억원, 농협생명과 코리안리가 각각 신종자본증권 2500억원, KDB생명 2160억원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자본확충 금액은 신종자본증권이 많았지만, 발행 건수는 후순위채가 13건으로 신종자본증권 6건 보다 더 많았다.

하반기에도 자본확충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이미 이번 달 중 한화생명은 3000억~5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가 예정돼 있다. 보험사들의 자본확충은 킥스 공개협의안이 발표된 지난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졌고, 매년 규모도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수년째 이어진 자본확충에도 불구하고 IFRS17 도입으로 보험사들의 건전성은 흔들렸다. 금융당국은 킥스 비율이 낮게 나올 것을 우려해 보험사에게 경과조치를 부여했다. 킥스는 보험사의 자본건전성을 나타내는 수치로 100% 밑으로 내려가면 적기시정 조치 대상이 된다.

경과조치를 받은 보험사는 생명보험회사 12곳 손보사 6곳, 재보험·보증보험사 1곳 등 총 19개다. 이들은 최대 10년간 경과조치 효과를 볼 수 있다.

경과조치 적용으로 올해 1분기 킥스 비율은 219%로 IFRS17 도입 전 RBC비율 205.9% 대비 13.1%p 상승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경과조치 전 킥스 비율은 198.1%로 7.8%p 하락하게 된다. 경과조치를 적용한 생보사 지급여력비율은 219.5%, 손보사 218.3%이고, 경과조치 전 비율은 생보사 192.7%, 손보사 206.2%다.

지급여력비율은 가용자본과 요구자본으로 구성되는데, 지난 1분기 경과조치 후 가용자본은 247조로 경과조치 전보다 2조1000억원 증가했고, 요구자본은 112조8000억원으로 경과조치 전 보다 10조8000억원이 감소했다. 보험사들은 올해 1분기 경과조치로 12조9000만원 규모의 효과를 봤다.

문제는 경과조치 효과를 제외하면 IFRS17 도입으로 일부 중소형 보험사의 건전성이 크게 떨어졌다는 점이다. 지난 1분기 KDB생명, IBK연금보험, 푸본현대생명, MG손해보험 등은 경과조치 전 킥스 비율이 100%를 넘기지 못했다. 또 흥국생명, 하나생명, ABL생명, 롯데손보, 흥국화재 등도 150%를 넘기지 못해 불안한 상태다.

경과조치 기간은 최대 10년이고 매년 점진적으로 효과가 줄어든다. 쉽게 말해 경과조치를 받고 있는 보험사들은 앞으로 10년 동안 최소 12조9000억원의 자본확충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또 최근 금융당국이 전진 적용 원칙, 실손보험 계리적 가정, 장기선도금리 조정폭 한도 상향, 최종관찰만기 확대 등 보험 회계 전반에서 보수적인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있다. 이로 인한 보험사들의 부채 압박은 날로 커지고 있고, 결국 추가적인 자본 확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단순 계산을 해 봐도 보험업계는 앞으로 10년간 최소 13조원 이상의 자본확충이 필요한 것이 현실이다”라며 “여기에 금리까지 인하 기조로 돌아설 것으로 보여 보험사들의 부채 압박은 더 커질 것이고, 건전성 유지를 위해서는 더 많은 자본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jcp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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