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RS17 덕 제대로 본 보험업계…CSM 상각 효과 '사상 최대' 실적
(서울=뉴스1) 박재찬 기자 = 올해 도입된 IFRS17(새국제회계기준)의 CSM(보험계약마진)상각 효과에 힘입어 보험업계가 상반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IFRS17은 보험 부채 평가 기준을 기존 원가에서 시가로 변경하는 것이 핵심이고, CSM은 보험사의 미래이익을 가늠하는 주요지표다. 보험사의 판매 매출은 부채로 인식되고, CSM 상각 시기가 돼야 비로소 이익으로 잡힌다. 올해 보험업계 최대 실적은 지난해까지 없었던 보험사별 수천억 규모의 CSM 상각액이 보험사 이익에 추가된 영향이다.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의무공시 대상 보험사들의 연결 기준 순이익은 8조원 수준으로 반기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업권별로는 생명보험사가 3조4000억여억원, 손해보험사가 4조6000여억원이고, 의무공시 대상이 아닌 보험사들까지 포함하면 전체 보험업계 순이익은 8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보험사별로 보면 삼성화재가 1조2166억원으로 상반기 가장 많은 순이익을 거뒀다. 전년 동기 대비 27.4%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DB손해보험는 9181억원로 2% 감소했고, 메리츠화재가 8390억원으로 25.2% 증가했다. 이어 현대해상(5780억원), KB손해보험(5252억원)으로 나타났다.
상반기 가장 많은 순이익(지배기업 소유지분 기준)을 거둔 생보사는 삼성생명으로 9742억원을 거둬 전년 동기 6307억원 대비 54.5%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교보생명이 6593억원으로 전년 동기 16.8% 늘었고, 한화생명이 6250억원으로 전년 동기 21.7% 증가했다.
보험사들의 상반기 사상 최대 실적은 CSM 상각 효과다. CSM은 올해 보험업계에 도입된 IFRS17의 주요 지표 중 하나로 보험사의 미래이익을 나타낸다. 보험계약 시 미래에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익을 부채로 인식하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보험사들은 CSM 상각 시기가 돼야 비로소 과거의 보험 매출이 이익으로 인식된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납입·보장기간이 짧은 손보사의 CSM 상각이 현재는 클 수밖에 없다. 또 최근 생보사들이 5년 또는 7년 만기의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에 열을 올린 이유도 CSM 때문이다.
올해 IFRS17이 첫 도입되면서 CSM 상각액이 보험사 순이익과 보험이익에 처음으로 인식됐다. 올해 상반기 삼성화재의 CSM 상각액은 7591억원이고, 같은 기간 삼성생명 6600억원, DB손보 6785억원, 메리츠화재 5528억원, 현대해상 4380억원 등을 기록했다.
결국, 올해 상반기 보험업계의 사상 최대 이익은 IFRS17 도입으로 CSM 상각이라는 새로운 이익이 발생한 결과다.
물론 이 외에도 보험사별로 순이익의 증감 요인은 많았다. 우선 일부 손보사들은 예실차 영향으로 CSM 상각에도 불구하고 전년 동기 대비 순이익이 감소했다. 또 2분기 금리 하락 영향으로 생보사별로 자산운용 전략에 따라 투자영업이익에서 증감이 나타났다.
금융권 전문가들은 올해 상반기 실적을 신뢰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보고 있다. 1분기에 이어 이번 상반기 실적도 금감원의 지적대로 해지율, 손해율 등의 가정이 자율적으로 이뤄졌고, 회계제도가 다른 전년도 실적과 올해 실적을 비교하는 것도 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오는 3분기 실적발표에 지난달 금융당국이 발표한 계리적 가정 가이드라인이 적용될 것으로 보이고, 추후에도 당국의 가이드라인이 더 발표될 것으로 예상돼 당분간 보험사들의 경영실적에는 더 많은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올해 CSM 상각액이 처음으로 이익에 인식되면서 보험사들의 실적이 크게 증가했다”며 “보험사 결산이 계절적 영향이 큰 만큼 각 보험사의 신뢰할 만한 실적 분석은 내년 1분기 이후나 돼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jcp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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