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영 “‘콘크리트 유토피아’ 속 나라면? 휩쓸리는 주민이었을 듯”[M+인터뷰②]
촬영 중 자꾸 명화가 아니라 박보영이 나왔다는 이유는?
박보영이 공개하는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잘 보는 방법
※ 본 인터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 박보영이 박서준과 부부로 호흡을 맞춘 가운데 뽀블리의 이미지를 벗어난 새로운 매력을 선사했다.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감독 엄태화)는 대지진으로 폐허가 되어 버린 서울, 유일하게 남은 황궁 아파트로 생존자들이 모여들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재난 드라마다.
그런 가운데 박보영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콘크리트 유토피아’와 관련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박보영이 사랑스럽고 러블리하고 통통 튀는 뽀블리의 이미지를 벗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는 무채색에 가까운, 퍼석한 느낌의 박보영을 마주할 수 있었다. 그만큼 박보영은 ‘명화’라는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신중의 신중을 기했다. 또한 이를 표현하기 위해 마주했던 어려움에 대해서도 고백했다.
더불어 박보영은 박서준과 ‘황도 부부’로 호흡을 맞췄다. 개봉 전에는 두 사람의 달달한 케미를 기대했지만, 작품 속에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적인 요소로 갈등을 빚게 되며 안타까움을 유발하는 역할을 담아냈다. 그러면서도 두사람은 뜻깊은 메시지를 전하며 뭉클함을 선사하기도 했다.
A. 내가 명화보다 더 밝은 사람이다. 일을 할 때 톤이 올라가는 경향도 있고 평소에도 톤 자체가 높기도 하고 그 전에 했던 거도 그렇고 내 습관이나 이런 게 콧소리도 있고 그렇다. 모니터를 할 때 ‘내가 이렇게 말을 하나?’도 있었다. 애교 섞인 말투가 있는 거다. 민성(박서준 분)이가 화장실에 숨을 때 ‘오빠도 빨리 들어와’ 하는데 내가 들을 때는 ‘들어왕’으로 들린다. 그런 이응이 들어가는 게 너무 아쉬운 거다. 나중에 후시할 때 감독님한테 너무 이게 크게 들린다고 했더니 감독님은 잘 안들린다고 했다. 후시 녹음을 다시 하고 싶다고 했다. 단호하고 이응이 없는 ‘들어와!!!’로 하고 싶다 했다. 그런 걸로 잡았는데 연기할 때 내가 나와서 많이 인지했고, 감독님이 잡아주셔서 잘한 것 같다.
Q. 마지막 박보영의 눈물 역시 인상깊었다. 이 장면의 비하인드가 궁금하다.
A. 콘티에 눈 클로즈업 샷이 있어서 이렇게까지 눈을 클로즈업할 거냐고 물어봤다. 왜 그렇게 하셨는지에 대해서는 보고 정확히 느꼈다. 언론시사를 할 때 나도 처음 봤다. 내 연기를 마주할 때 아직 부끄러운게 많은지라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봤다. 앞, 옆에 앉은 분이 눈물을 훔치길래 ‘다행이다’ 생각했다.
Q. 박보영은 그동안 필모그래피에서 밝고 통통튀는 걸 많이 했다. 이번 작품에서는 어두운 표정, 이때까지 보여지지 않은 그런 연기와 분위기가 느껴졌는데 연기를 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을까.
A. 많은 분이 보신 부분이나 기대하는 부분이 있고 어떤 건지 안다. 그걸 깨고 싶은 건 배우로서의 욕심이어서 그 전에도 알게 모르게 도전을 했었다. 이거도 그 연장선상이기는 한데 갑자기 180도 다른 모습을 보여드린다고 해서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까.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가지고 있는 부분에서 변주를 주고 스며드는 작전을 해야 하지 않나 했다. 조금씩 이런 부분을 다른 작품에서, 또 다른 모습을 다른 작품에서 보여드려야 겠다 생각했다. 명화도 낯선 얼굴이 있지만 처음 본 얼굴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해 온 영화들이 있으니까.
Q. 박서준과 부부로 호흡을 맞췄다. 호흡은 어땠는지, 또 어려운 부분은 없었는지도 궁금하다.
A. 그 전에 뭔가 커플 같은 연애하는 것 같은 설렘, 꽁냥꽁냥이 많았다면, 이제는 부부이기도 하니까 편안함, 신뢰감이 있는 걸 보여주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서준 오빠는 불편한 게 많은 사람은 아니었다. 리허설을 할 때 ‘오케이. 이렇게 하면 되겠다’가 많이 드는 편이라서 주고 받는 게 편안하고 익숙했다고 해야 하나. ‘이렇게 하실 거에요? 어떻게 하실 거에요?’가 딱히 필요 없는 상황이어서 잘 편안하게 맞았다.
Q. 박서준과 박보영의 키 차이는 꽤 많이 차이가 나는 편인데 웨딩사진을 찍고 할 때 비하인드도 궁금하다.
A. 드레스가 거의 이만해서 엄청 올라간다. 영화보다 키 차이가 덜 나고 웨딩촬영은 신부를 많이 배려해주기 때문에 앉혀주시거나 그렇게 했다. 오빠가 장난기가 많아서 후드티 쓰고 할 때는 어떻게 더 장난스럽게 찍을 수 있을까를 생각해준 편이었다. 생각보다 웨딩 촬영을 많이 해서 서로 너무 자연스럽게 나왔던 것도 있을 것 같다. (웨딩사진을) 많이 찍었더라. 되돌아보니까.
Q. 민성의 SNS가 실존해서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어떻게 기획하게 된 걸까.
A. 감독님은 많이 아쉬우셨나보다 부부로 나오는데 그런 부분이 안나오니까 관객분들이 보시러 오시기 전에 SNS를 보면 우리 부부의 전사들이 더 다가오지 않을까 해서 의견을 내신 것 같다. 첫날에 찍은 사진들이 하나씩 나오더라.
Q. 명화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기도 하다. 예상하는 엔딩이 있나.
A. 생각을 해봤다. ‘명화는 여기서 잘 지낼까, 어떻게 지낼까’에 대해 생각했는데 ‘나라면 어땠을까?’ 가지가 많이 뻗어가는 편이 아니다. ‘어땠을까’에서 끝난다. 열린 결말을 안 좋아한다. 명화의 엔딩이 그 엔딩이라서. 그 이후에 이랬을 것 같은 느낌으로 연기를 안하고, 엔딩이 엔딩인 것처럼 받아들이고 항상 그렇게 했다.
Q. 현장에서 엄태화 감독님은 어떤 분이었나.
A. 명화에 대해 선명한 그림을 가지고 있던 것 같다. 다른 배우분들한테는 디테일하게 안줬는데 난 주셨다. ‘난 되게 잘 받았는데, 다른 분들은 왜 안 받았지?’ 했는데 나한테는 그래도 섬세하고 디테일한 디렉션을 잘 주셨다. 감독님은 엄청 섬세하신 것 같다. ‘명화라면 이렇게 했을 것 같은데 어때요?’ ‘이렇게 해보는 건 어때요?’라고 하셨다. 리허설 하시는 걸 보고 찍고, 약간 다른 부분이 있으면 이렇게 해보는 건 어때요라고 권유하시더라.
Q. 화장기 없는 얼굴에 안 감은 머리, 똑같은 패딩 등이 명화를 나타내는 외적인 스타일링 요소이다. 외적인 표현을 위해 중점을 둔 부분은?
A. 외적으로 표현을 하는 거에 중점은 ‘어떻게 하면 더 꾀죄죄하게 나올까, 며칠 못 씻은 사람처럼 보일까’ 했다. 머리에 오일을 더 발라보자 했다. 가장 먼저 티가 나는 건 머리라고 생각했다. 기름기가 많은 걸 표현하는 게 더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고 해서 그런 부분에서 찾을 수밖에 없었다.
Q. ‘콘크리트 유토피아’ 세계관 속에 박보영이 살고 있다면, 어떤 역할을 할 것 같나.
A. 휩쓸리는 주민 1, 2. ‘이렇게 합시다’ 하면 ‘네~’ ‘이건 아닌 것 같아요’ 하면 ‘네에~’ 하고 불만이 있으면 손을 못들 것 같은. 그게 완전 나다. 공감됐던 것도 명화인 것 같다. 같이 잘 살아봐야 할 것 같다는 사람이라서.
Q. 관객들이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어떻게 봤으면 하나.
A. 어떻게 봤으면 하는 것보다, 우리 영화가 재난과 오락영화가 아니라는 걸 알고 오셨으면 좋겠다. 그런 걸 상상하고 마주했을 때는 조금 당혹스러움을 느낄 수 있어서 우리 영화는 그런 게 아니라고 보면 잘 보실 수 있을 것. 내가 마지막에 시나리오를 덮으면서 (뒤통수를) 맞았던 것과 곰곰이 생각한 경험을 꼭 해보셨으면 좋겠다. 그렇게만 하면 성공한 거다. 잘 보셨으면 좋겠다.
[이남경 MBN스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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