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유토피아’ 박보영 “이병헌 연기 너무 잘해…무력감 느꼈다”[M+인터뷰①]
“시나리오 세 번 정도 멈추면서 봐…영화에 잘 담긴 것 같다”
아직은 ‘병아리’라는 뽀블리 박보영
※ 본 인터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 박보영이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 이병헌의 연기에 감탄했던 지점을 공개했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는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감독 엄태화)에서 명화 역을 맡은 박보영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대지진으로 폐허가 되어 버린 서울, 유일하게 남은 황궁 아파트로 생존자들이 모여들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재난 드라마다.
박보영은 극 중 황궁아파트 주민 명화 역을 맡았다. 그는 간호사로서 다친 주민들을 치료하면서도, 영탁 역의 이병헌과 팽팽한 대립을 보여주는 역할을 소화했다.
이번 작품에서 박보영은 ‘뽀블리’의 러블리한 이미지를 지우고 다소 어둡고 무미건조한 느낌의 색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이와 함께 팽팽한 대립을 보여준 이병헌과 호흡을 맞추며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었던 사연과 그의 연기에 감탄했던 점을 솔직하게 털어놓기도 했다.
A. 아침까지 리뷰를 많이 봤다. 어제부터 리뷰 찾아보는 것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일단 행복하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라는 작품이 내 필모에 남겨진다는 게 기쁜 일이 될 것 같다. 내 스스로에게도 굵은 글씨로 남아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Q. 5년 만에 스크린 복귀라는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오랜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소감은 어떤가.
A. 사실 그렇게 하려고 한 건 아니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도 1년 정도 뒤에 개봉을 한 거다. 촬영은 2년 전에 했다. 시간이 그렇게 빨리 흘렀나 싶다. 많이 하고 싶은 마음은 언제나 있어서 의도한 건 아니었다. 복귀라는 단어가 그렇기는 하지만, 어쨌든 오랜만에 인사를 드리는 작품이 ‘콘크리트 유토피아’여서 만족스럽다.
Q. 처음 시나리오 봤을 때와 완성본을 본 뒤 느낌이 궁금하다.
A. 시나리오를 봤을 때 한 세 번 정도 멈추면서 봤다. 한숨도 엄청 많이 쉬면서 봤었다. 영화에 그런 부분이 잘 담긴 것 같아서 너무 좋았다. 개인적으로는 이게 약간 스포일러인가 해서 말씀을 잘 못드렸는데, 이 영화를 너무너무너무 하고 싶었던 건 명화가 한 대사였다. 마지막 대사에서 그런 느낌이 오신 것 같아서 좋다.
Q. 명화라는 캐릭터는 자칫하면 평평하게 보일 수 있는 캐릭터이다. 캐릭터를 잘 표현하기 위해 고민도 많았을 것 같다.
A. 재난 상황이 발생하고 많은 사람이 변화를 겪는다. 명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신념을 가지고 가서 평평하게 보일 수 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그 신념을 가지고 가는 게 명화뿐이라 잘 그리면 괜찮지 않을까 했다.
Q. 박보영이 말한 것과 같이 명화는 극 중 가장 흔들리지 않는 인물이다. 인상적이었지만, 누군가는 답답하다고 할 수 있는 캐릭터였다. 박보영은 명화를 어떻게 해석했을까.
A. 답답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웃음) 이 영화가 우리 영화의 매력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그런 것도 다르고, 마지막 엔딩을 되게 희망차다고 생각했는데 어떤 분은 절망적으로 판단을 하더라. 엔딩도 그렇고 그려가는 과정 안에서도 선택하는 선택지를 누군가는 이해하고, 누군가는 이해를 못한다는 게 너무 큰 매력이라고 생각을 했다.
Q. 극 중 이병헌과 팽팽한 대립을 보여준다. 특히 이병헌은 시사 이후 ‘눈깔을 갈아치운 연기’라는 평이 나올 정도로 미친 연기를 보여줬다. 눈 앞에서 이를 직접 본 느낌은 어땠나.
A. 현장에서 연기할 때보다 스크린에서 원래 영탁이를 죽이고 하는 부분에서 우와 하면서 봤었다. 현장에서 봤던 거에 더 배로 와닿았던 것 같다.
Q. 이병헌 때문에 슬럼프가 있었다고 들었는데 어떤 이유에서 그런 슬럼프를 겪은건가.
A. 선배님은 연기를 너무너무 잘하신다. 그런 선배님이랑 같이 하고 싶다. 다들 그러실 거다. 잘하는 선배님들과 작품을 하고 싶지 않겠나. 나도 그 중 한명이고. 막상 같이 하는데 무력감 같은 게 느껴지더라. 너무 잘하시니까. 나는 부딪히는 게 당연한건데, ‘나는 왜 부딪히면서 정답을 찾는 게 힘들까. 선배님은 찾으시는 것 같은데. 정답도 많은 것 같은데’라고 보였다. 난 왜 잘 못하고 부족할까 생각을 많이해서 그때 당시 연기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결국에는 선배님한테만 느낀 건 아니고 선영 선배님한테도 많이 느꼈다. 같이 한 배우분들도 연기를 잘하시니까, 좋으면서도 상대적으로 오는 게 있어서 되게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결과적으로 나는 이병헌, 김선영 선배님이 아니고 병아리고 갈 길이 멀고 열심히 하다 보면 극복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선배님들이 작품을 여전히 마주했을 때 긴장한다고 할 때 위안이 되더라.
Q. 그런 고민을 직접 말하기도 했나. 혹시 주위에 도움을 요청하거나 했는지, 아니면 혼자 해결했을지도 궁금하다.
A. 어떻게 말해요. ‘선배님이 연기를 잘하셔서 너무 힘듭니다’라고 말할 수 없어서 혼자 끙끙 앓았다. (웃음) 도움은 우리 회사 대표님 찾아가서 이야기도 해봤다. ‘힘들다. 내가 잘 가고 있는지 모르겠다’라고 말도 했고, 친한 선배님한테 토로하기도 했다. 예전에 본 게 불현 듯 생각나더라. 김혜수 선배님이 어디서 인터뷰를 하셨는데, ‘그 선택을 하고 내가 왜 선택했을까 고민했다’라는 그 말이 불현 듯 생각나면서, 선배님들도 고민하는데 나도 그러는 게 당연한 거 아닐까 생각했다.
Q. 박보영이 본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결말은 어떤가.
A. 장면보다는 대사에 많이 꽂혔던 것 같다. ‘저 여기 살아도 돼요?’라고 물었을 때 상대방의 답이 ‘그걸 왜 저한테 물어요? 살았으면 사는 거지’라고 말하는 것. 그들이 괴물 같이 보여졌지만, 그냥 평범한 보통의 사람들인 거다. 이 영화에서 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이 대사로 다 보여진다고 생각을 해서 이후의 장면보다는 그 대사 때문에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결국에는 우리 영화에는 나쁜 사람, 좋은 사람, 누가 옳고 그르다고 판단할 수 없었다.
[이남경 MBN스타 기자]
(인터뷰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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