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테리아 잡는 바이러스로 바이오 소재를 만드는 기업 - 에스에이치랩[혁신, 스타트업을 만나다]
세상은 참 오묘하다.
우리가 살고있는 태양계에 대해서 처음 배웠던 때로 돌아가서 생각해보면 참 이상한 것들이 많다. 그때 당시에도 왜 하필 지구나 목성 같은 행성들이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지 분명하지 않아서 의문이었지만, 또 하나의 의문점은 하필 태양을 중심으로 도는 우리 행성들이 나중에 배우게되는 원자의 내부구조와 비슷하다는 것이었다. 물론 아직도 우리는 원자 내부의 양성자, 중성자, 전자 등의 정확한 모양이나 작동원리를 알지는 못하지만, 우리 태양계가 태양을 중심으로 행성들이 공전을 하듯, 전자도 원자핵 주위를 돌고 있다는 것은 알아내긴 하였다. 물질이 구성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원자들이 결합관계를 이루어 분자가 되고, 그 분자들이 결합하여 물질을 이루듯, 우리 태양계도 은하계의 다른 태양계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것은 참으로 신비하고 오묘한 것이 아닐 수 없다.
어떻게 극도로 작은 원자의 세계와 엄청난 크기의 은하의 세계가 비슷한 모습일 수가 있을까? 특히나 내가 생물학 공부를 하면서 매우 기묘하다고 생각했던 것은 ‘박테리오파지(bacteriophage)’라는 녀석인데, 이 친구는 아폴로 계획에서 사용된 달 착륙선 같이 생겼었기 때문에, 당시 공부를 하던 나로서는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아주 작은 바이러스가 어떻게 우주선이랑 같은 모양인거지? 박테리오파지는 단백질로 이루어진 정이십면체 다각형의 머리와 착륙(?)에 유리하도록 생긴 다리 모양의 꼬리를 갖고 있는것이 일반적이다. 박테리오파지는 박테리아를 숙주세포로 하는 바이러스를 통칭하는 말이다. 박테리오파지라는 이름은 생물학자 펠릭스 데렐이 붙인 것으로 ‘박테리아 포식자’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박테리오파지는 가장 많은 연구가 진행된 바이러스 중 하나이며, 어디에나 존재한다. 토양이나 동물의 창자처럼 숙주로 삼을 박테리아가 풍부한 곳이면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박테리아를 죽이는 성질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항생제에 저항성을 가지는 박테리아에 대항하는 기술로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
에스에이치랩(대표 황순혜)은 유해균 성장을 억제하는 ‘박테리오파지’로 바이오 소재를 개발하는 기업이다. 앞에서 말했다시피 박테리오파지는 독소를 내는 미생물과 박테리아를 사멸시킬 수 있다. 하지만 정확히 어떤 박테리오파지가 어떤 박테리아를 사멸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데이터가 중요하기 때문에 에스에이치랩의 차별화 된 기술이 등장하는 것이다. 에스에이치랩은 박테리오파지를 찾아낼 수 있는 플랫폼을 완성하였으며, 박테리오파지 기반의 ‘스크리닝 기술과 유전체 데이터 확보’ 기술을 보유하게 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에스에이치랩은 지난 2021년 12월 전남창조경제혁신센터로부터 프리씨드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우리 몸에는 다양한 미생물들이 내장과 피부 등 다양하게 분포해 있다. 에스에이치랩은 피부에 존재하는 유해균, 유해 미생물들을 타겟으로 하는 박테리오파지를 찾아낼 수 있고, 이를 기반으로 기능성 화장품 또는 의약품을 설계할 수 있기에 생물학적 플랫폼으로 활용이 가능한 것이다. 단순한 화장품에서 머무는것이 아니라 의약품부터 의료기기, 기능성 신소재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에스에이치랩은 다양한 박테리오파지의 ‘스크리닝’이 가능하기 때문에, 어떤 유해균을 어떤 박테리오파지로 억눌러야 하는지를 쉽고 빠르게 알 수 있다. 이러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안티에이징을 위한 펩타이드(단백질), 콜라겐의 합성을 기반으로 주름 개선에 성공했다. 현재 피부 주름 개선 인증 실험을 했으며, 피부 보습의 개선 효과, 인체 피부 안정성 평가까지 완료했다. 화장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사료 첨가제로 활용해 수산업, 축산업 사료에 들어가는 첨가제로 같이 배합하기도 한다. 동물에서 발생하는 질환을 저감시켜 생산성을 늘리는 것이다. 이렇게 차별화 된 에스세이치랩의 기술은 국내외 특허 포트폴리오로 강력하게 보호되고 있으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보톡스라는 독이 뷰티시장을 한차원 끌어올린 약이 되었듯, 바이러스도 약이 될 수 있다. 박테리오파지를 정교하고 빠르게 다룰 수 있는 에스에이치랩의 성장이 우리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기대해보자.
■엄정한 변리사는?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화학생물공학부를 졸업한 후 코스닥 기업에서 프로그래밍 및 사업개발을 담당했다.
20대 초반부터 세 번의 창업을 하였으며 현재 약 800개 이상의 스타트업 기업 및 기술창업 기업들을 고객으로 하는 BLT 특허법률사무소의 대표 변리사로 재직 중이다. 20여 회 이상의 엔젤투자를 진행한 활동을 토대로 최근 중소벤처기업부 공인 액셀러레이터인 ‘컴퍼니비’를 창업해 역량있는 스타트업들을 돕고 있다. 현재까지 40여 개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저서로 ‘특허로 경영하라’, ‘기술창업 36계’ 등이 있다.
엄정한 특허법인 BLT 파트너 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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