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등판한 삼성SDS 사장… “새로운 모스펫 찾아야”
”트랜지스터 시장은 모스펫, CMOS 중심으로 발전
기존 모스펫 뛰어넘는 새로운 트랜지스터 필요
신경망·양자 컴퓨팅 발전에서 필수 역할”
삼성 경영진이 콕 집은 미래 트랜지스터 기술은 무엇일까. 주인공은 ‘금속 산화막 반도체 전계효과 트랜지스터(MOSFET)’. 이른바 모스펫이다. 황성우 삼성SDS 대표가 포함된 연구진은 국제 학술지에 모스펫의 발전사를 일별하면서 이런 미래 트랜지스터가 뇌를 모방한 뉴로모픽 컴퓨팅과 미래 양자 컴퓨팅 개발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카우스타브 배너지(Kaustav Banerjee) 미국 산타 바바라 캘리포니아대 전기 및 컴퓨터공학과 교수 연구진은 17일 ‘미래의 트랜지스터’라는 주제로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리뷰 논문을 발표했다. 논문 저자에는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원장이었던 황성우 삼성SDS 사장도 포함됐다.
황 사장은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전기공학 박사학위를 받고 고려대 전기전자전파공학부 교수를 거쳤다. 이번 논문에는 후이밍 부(Huiming Bu) IBM 부사장과 카오 민(Cao Min) TSMC 부사장도 참여했다.
트랜지스터는 반도체 칩의 기본 요소이다. 이진법으로 이뤄진 디지털 정보를 전기신호로 바꾼다. 삼성SDS, IBM, TSMC 같이 전 세계 기술 시장을 잡고 있는 글로벌 그룹의 경영자들이 주목한 트랜지스터 기술은 바로 모스펫이었다.
모스펫은 디지털 회로와 아날로그 회로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쓰이는 트랜지스터다. 금속 게이트에 전압을 걸어 채널 양쪽의 전극 사이의 전류량을 조절하는 트랜지스터로, 반도체 채널 사이에 산화물 절연막을 형성한 구조다. 쉽게 수도꼭지로 비유하자면 힘을 주는 수도 밸브인 게이트에 가해지는 전압에 따라 나오는 물의 양, 즉 전류를 조절한다고 보면 된다.
연구진이 모스펫에 주목한 것은 ‘상보형 금속 산화막 반도체(CMOS)’ 기술을 중심으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CMOS는 N형 모스펫과 P형 모스펫을 직렬로 연결해 양쪽이 상보적으로 작동하게 만든 것으로, 소자 크기는 작고 소비 전력이 낮은 게 장점이다. 연구팀은 현재 모스펫이 CMOS 기술을 기반으로 게이트는 20㎚(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 수준으로 작아졌고, 지금까지 초대형 집적 산업을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연구팀은 소비 전력을 낮게 유지하면서도 반도체 미세화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모스펫도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모스펫 크기를 줄이면서 게이트 효율 저하와 저항값·누출 전류 증가, 제조공정 변동성 문제, 제조공정 변화로 인한 신뢰성 저하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모스펫의 한계를 돌파하기 위한 노력도 있었다. 대표적인 방법은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개발한 핀펫(FinFET)이다. 핀펫은 반도체 소자를 3차원(D) 입체구조로 만든 기술이다. 핀펫은 나노 수준으로 미세화된 공정에 따라 회로 선폭이 줄고 저항이 변하는 것을 막기 위해 게이트를 입체화한 것이다. 수도꼭지로 보면 밸브 개수를 좌우로 늘린 것과 같다. 이번 논문 저자들은 핀펫이 제조 친화적이고 핀 높이를 증가시켜 구동 능력을 향상시켰다고 평가했다.
다만 장치 전류와 정전기 개선에만 유익할 뿐 장치의 통합 밀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안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단일벽탄소나노튜브(SWNT)나 2D 트랜지스터와 같이 물질 특성이 우수한 모스펫이 발전하면 핀펫은 살아남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진단했다. 2D 트랜지스터는 ㎚ 단위의 원자가 한 겹으로 배열된 2차원 물질로 만들어진 고성능 반도체 기술이다.
연구진은 기존 모스펫을 뛰어넘는 새로운 모스펫을 발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존 모스펫이 작동 메커니즘에 한계가 있는 만큼 소비 전력과 에너지 효율을 현재 성능 이상으로 끌어올리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연구진은 미래형 트랜지스터를 구현하기 위해 재료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CMOS 모스펫과 화합물 반도체를 기반으로 한 터널링펫(TFET), 강유전체를 사용하는 NC펫(NC-FET) 등이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미래형 트랜지스터의 발견은 고성능 컴퓨팅 개발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연구진은 트랜지스터 개발이 ‘무어의 법칙’을 넘어서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무어의 법칙은 인텔 공동 설립자인 고든 무어(Gordon Moore)가 내놓은 마이크로칩 성능이 2년마다 두 배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연구진은 “정보 기술은 결코 진화를 멈추지 않으며, 고성능 계산을 위해 고전적인 컴퓨터 외에도 뉴로모픽 컴퓨팅과 양자 컴퓨팅 개발이 활발하다”며 “새로운 컴퓨팅 기술은 전례 없는 이점을 제공하지만, 이들 모두 초저 누설과 높은 전류, 높은 에너지 효율의 트랜지스터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참고 자료
Nature, DOI: https://doi.org/10.1038/s41586-023-06145-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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