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CI 발표 후 ‘줍줍’하던 개미, 이젠 사전 매수… 외국인 매니저들 “韓 투자자 스마트하다”
지수 변경 때 매수하던 개인 투자자, 최근 투자 시점 빨라져
발표 한 달 전부터 편입 예상 종목 매수…투자 성과도 긍정적
글로벌 펀드의 투자 기준이 되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와 관련한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패턴이 바뀌었다. 과거 개인 투자자는 MSCI 한국 지수의 구성 종목이 수정되는 날 새로 편입된 종목을 사곤 했는데, 현재는 그 전에 해당 지수에 포함될 것 같은 주식을 미리 사들이고 있다.
MSCI란 미국의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발표하는 시장 지수다. MSCI 한국 지수의 구성 종목으로 포함되면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기 때문에 큰 호재로 분류된다. 개인 투자자는 이런 흐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사전에 편입 가능성이 큰 종목을 사뒀다가 종목 발표 후 주가가 실제로 오르면 파는 식으로 차익을 챙기고 있다. 홍콩 현지에서 일하는 한 펀드매니저는 “외국인 매니저들이 우리나라 투자자의 이런 패턴을 상당히 인상 깊다고 평가하고 있다”면서 “한국인 투자자들이 스마트하다는 평가를 이곳저곳에서 자주 듣는다”고 말했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MSCI가 한국 지수에 새로 편입하겠다고 발표한 종목은 총 9개였는데, 개인 투자자들은 이 중 6개를 발표 한 달 전부터 순매수(매수>매도)했다. 이들은 JYP Ent., 카카오페이, 코스모신소재, 포스코인터내셔널, 한미반도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순매수하고 KT, 에코프로, 한화오션을 순매도(매도>매수)했다. 편입이 확정되면 호재에 따른 주가 인상 폭도 줄어들 것이라는 판단하에 발표 전 일찌감치 사들인 것으로 해석된다.
MSCI는 1년에 4번(2·5·8·11월) 정기적으로 지수를 변경한다. 신규 편·출입 종목 발표 한 달 전부터 증권사들은 예상되는 시가총액과 유통되는 주식의 시총(유동시총), 유동 비율, 외국인 투자 가능성 등을 종합해 예상 편·출입 종목을 리포트로 공개한다. 증권사들이 찍은 종목이 실제 편·출입 종목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십중팔구다. 사실상 투자자들은 MSCI가 한국 지수를 발표하기 전에도 지수에 새롭게 포함되거나 빠지는 종목을 알 수 있는 셈이다. 개인 투자자들은 증권사 예측을 기반으로 해당 지수에 편입될 가능성이 큰 주식을 집중 매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개인 투자자들이 MSCI 편입 종목을 사들인 이유는 장기적 주가 상승 여력 때문이다. MSCI 한국 지수를 추종하는 해외 패시브, 액티브 펀드들이 있어 해당 지수의 구성 종목으로 이름을 올린다는 건 외국인의 자금이 들어온다는 것을 뜻한다. 증권가에서는 한국이 포함된 MSCI EM(신흥국‧Emerging Market)의 유효 추종자금을 4000억달러(약 534조8400억원)로 보고 있다. MSCI 한국 지수에 포함되면 유효 추종자금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같은 매매 패턴은 5년 전과 다른 양상이다. 2018년만 하더라도 개인 투자자들은 MSCI 관련 이슈에 민첩하게 대응하지 않았다. 그해 MSCI 한국 지수에 새롭게 편입된 종목은 HLB, LG유플러스,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바이로메드(현 헬릭스미스), 삼성엔지니어링, 셀트리온제약, 펄어비스, 포스코켐텍(현 포스코퓨처엠), 휠라코리아(현 휠라홀딩스) 등 모두 9개였는데, 개인 투자자들은 지수 편입 발표 전 한 달간 삼성엔지니어링 한 종목만 순매수했다. 나머지 종목은 모두 순매도했다.
당시 개인들은 종목 발표 전보다 지수 변경일에 편입 종목을 매수했다. MSCI는 편·출입 종목을 발표하고 약 2주 뒤에 실제 지수에 종목 변경을 반영하는데, 2018년 개인은 주가 지수에 편·출입 종목이 반영된 당일 9개 종목 중 8개 종목을 순매수했다. 하지만 이날 주가가 오른 종목은 휠라코리아 단 하나였다. 지수에 반영되는 날, 편입 종목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학습한 개인 투자자들은 올해부턴 선제적인 매수에 나선 것이다.
이달 신규 편입이 확정된 4개 종목의 주가가 편입 발표 다음 거래일 하락한 것은 MSCI발(發) 호재는 길지 않음을 뒷받침한다. 이달 11일 MSCI는 JYP Ent.와 에코프로, 한미반도체, 한화오션이 신규 편입될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날 주가는 2개 종목이 오르고 2개 종목은 내리는 등 혼조세를 보였다. 하지만 그다음 거래일인 14일엔 4개 종목 모두 하락 마감했고, 그 폭은 마이너스(-) 6.78%에서 -2.56%였다.
현재까지 개인 투자자의 선제적 대응은 어느 정도 성공했다. 올해 MSCI 한국 지수 신규 편입 9개 종목 중 6개 종목의 주가가 발표 전 한 달 동안 올랐기 때문이다. 이 기간 6개 종목의 평균 주가 상승률은 17.85%다.
이와 관련해 김동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과거에는 MSCI 정기 리뷰 발표 직후부터 외국인 매수세와 함께 편입 종목의 주가가 꾸준히 오르는 패턴이 있었으나 최근엔 선예측에 따른 사전 매매가 활성화됐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정기 리뷰 발표일 이후 구간에서는 주가 강세가 별로 없었다”며 “최근 몇 년 새 MSCI 편입 종목에 대한 사전 매수세가 본격화되면서 주가 상승 시점이 계속 빨라졌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증권가에서 언급되는 11월 정기 변경 편입 후보는 금양, SK텔레콤, 포스코DX, 현대오토에버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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