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로드] 채석장 절벽 위 놀라운 반전… 창신동 절벽 골목

김성화 다이어리알 기자 2023. 8. 1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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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중식당 창창. /사진=다이어리알
종로는 서울 구도심의 중심을 관통하고 동쪽 끝에 자리한 창신동은 위치상으로 도심 한가운데 있다. 다만 낙산공원 성벽과 연결되는 특유의 가파른 언덕 지형으로 접근성이 좋지 않고 노후 건축물 비율이 90%에 달하는 다세대 주택들이 모여 주거 지역을 형성하고 있는 곳이다. 오랜 세월 재개발이 논의된 서울의 낙후 지역 중 하나다. 굽이굽이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고 나면 서울의 전경이 발아래 펼쳐지며 그만한 보상을 하는 매력적인 골목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일반 방문객들이 들를 수 있는 상업 공간이 부족했던 이곳에 오래된 주택을 개조해 감각적이고 트렌디한 공간이 조성됐다. 짜임새 있는 브랜딩과 대체할 수 없는 아름다운 경치를 결합한 F&B(Food and Beverage) 공간들이 들어서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내고 있다.
◆창창
창창의 라즈지. /사진=다이어리알
창신동의 절벽에는 사실 일제강점기의 아픔이 서려 있다. 일제가 경성 건설을 위한 석재를 조달하기 위해 동대문 밖 낙산(駱山)의 화강암을 채굴하는 채석장을 세웠다. 수십 년간 돌을 캔 이 지역에는 돌산이 속살을 드러낸 절벽이 생겼다. 그렇게 절벽 마을로 불리게 된 이곳은 여전히 도심 한가운데서 마주하기에 다소 이질적인 풍광을 선사한다.

최근 도시 재생의 일환으로 새로운 외식 공간이 이 지역에 들어섰다. 가파른 골목을 오르다 숨이 턱 끝까지 찰 무렵 홍콩의 뒷골목에 있을 법한 네온사인과 도로 표지판, 테이블이 어우러진 야장이 난데없이 등장한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공간 속으로 들어가 그 끝에 다다르면 서울 도심의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창신동 속 작은 홍콩 '창창'이 있다.

홍콩의 밤거리 속 오래된 여관을 모티브 해 낡은 주택을 개조한 이곳은 캐주얼한 홍콩식 요리와 주류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독보적인 F&B 공간 연출로 낙후된 골목을 되살리는 프로젝트를 통해 이름을 알린 '글로우 서울'(Glow seoul)에서 선보인 공간이다. 백만불짜리 서울 야경을 품고 주택 사이에 들어선 이국적인 이 공간의 독특한 분위기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유된 사진 한 장만으로도 방문할 충분한 이유를 만들어 줬다. 인생샷을 건지고픈 이들로 하여금 가파른 골목길을 오르도록 했다. 통창을 통해 식사를 하며 뷰를 감상할 수 있는 좌석은 예약 경쟁이 치열한 편이다.

공간 기획 못지않게 이곳의 음식 또한 완성도가 높아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주문 방식부터 독특하다. 매장 내부 중앙에 있는 공중전화 부스에서 주문할 메뉴를 직원에게 전달하면 완성된 음식은 철가방에 담아 서빙해 준다. 현지의 느낌을 살린 중식 요리들이 대중화된 만큼 자칫 평범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다양한 콘텐츠를 결합해 이곳만의 특색을 강화했다.

인기 메뉴인 라즈지는 닭고기에 파와 고추, 화자오 등 매콤한 양념을 넣어 볶아 만든 쓰촨 지역의 요리다. 창창의 라즈지는 두툼한 닭다리살에 전분 반죽을 입혀 바삭하게 튀겨낸 뒤 쯔란과 쪽파, 술안주로 유명한 향취 고추를 함께 볶아낸다. 통삼겹 동파육도 인기다. 동파육은 통삼겹살을 간장에 오랜 시간 졸여 만든 요리로 조리 과정이 번거롭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예약제로 운영하는 경우도 많고 캐주얼한 중식당에서 접하기 어려울 수 있는 메뉴다. 창창에서는 이러한 동파육을 공간의 바이브에 걸맞게 가볍고 경쾌하게 풀어냈다. 두툼한 통삼겹살은 '단짠'의 묘미가 그득한 특제 소스에 졸여 반짝이는 윤기를 머금고 있고 젓가락으로 커팅이 될 정도로 부드러운 육질을 자랑한다.

식사 메뉴로는 소 힘줄과 사태를 긴 시간 우려내 담백한 국물과 쫀득한 식감의 살코기를 면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국물 요리인 쇠고기 우육면이 있다. 닭뼈와 돼지뼈를 함께 우려 진하게 끓인 육수에 곱창과 면을 함께 먹는 끈적한 국물의 곱창국수 등 특색 있는 중화 면(麵)요리를 취향껏 즐길 수 있도록 리스트업 했다. '옌징비어' '혁명소주' 등 고량주 외에도 가볍게 즐기기 좋은 중화 주류 메뉴를 갖춰 해 질 무렵의 일몰과 밤의 야경 그리고 네온 사인 불빛이 만들어 내는 분위기 속에서 술을 한잔 곁들이기에도 그만이다.

◆도넛정수
도너정수의 딸기도넛. /사진=다이어리알
도넛 정수는 한국식 프리미엄 도넛 브랜드다. 찹쌀을 기름에 지져 만든 개성의 전통 한과 주악에서 영감을 받아 도넛을 한국적이고 현대적으로 해석한 메뉴를 선보인다. 기본이 되는 개성 도넛부터 타락 도넛, 딸기 도넛, 쑥초코 도넛 등 쫀득한 반죽에 전국 각지의 식재료 특색이 가득한 크림 필링이 당(糖) 충전을 책임진다. 통창을 통해 탁 트인 뷰를 감상할 수 있어 심신의 휴식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공간이다.
◆우물집
우물집의 한우차돌박이맑은야채전골과솥밥. /사진=다이어리알
100년 된 우물을 중심으로 오래된 공간의 스토리를 녹인 족자 원형 창, 대나무 숲, 돌들을 쌓아 만든 벽면 등 자연미가 가득한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 정갈하게 제공되는 식사 메뉴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인테리어 화보에 나올법한 배경을 뒤로하고 테이블마다 칸칸이 독립된 공간에서 식사를 할 수 있다. 한우 차돌박이와 키조개, 김치와 함께 구워 먹는 삼합과 차돌박이 전골 등 친숙하고 접근성 높은 음식을 즐길 수 있다.
◆밀림
밀림의 푸팟퐁커리. /사진=다이어리알
창신동 절벽 위의 가게들은 도시 전경을 내려다보는 묘미가 있다면 밀림은 깎아지른 절벽의 속살과 산 아래 옹기종기 자리한 마을이 어우러진 독특한 풍광을 보며 태국 북부식 요리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가리비그라탱, 멘보샤, 춘권, 쏨땀과 대나무잎 밥 등 아기자기한 요리들이 3단 바스켓에 담겨 제공되는 치앙마이 오리엔탈 3단 바스켓 메뉴와 푸팟퐁커리, 고소한 코코넛 커리 국물에 해산물이 듬뿍 들어간 카오쏘이 등이 대표 메뉴다.

김성화 다이어리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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