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주도권 뺏길 수 없어”… 바이든이 대중(對中) 반도체·AI·퀀텀 투자 막은 이유

윤희훈 기자 2023. 8. 1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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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경제 아닌 안보 차원 결정”
中 감시·안면인식 AI 기술 세계 최고 수준
일러스트=박상훈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의 첨단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양자(퀀텀)컴퓨팅 등 첨단기술 분야에 대한 자본 투자 통제에 나서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이 이달부터 갈륨과 게르마늄에 대한 수출 통제를 시작한 것에 대해 맞불을 놓은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미국이 이 세 분야를 전장(戰場)으로 골랐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9일(현지시각) 행정명령을 발표하면서 “군사·정보·감시 또는 사이버 지원 능력에 중요한 민감한 기술 및 제품에 대한 ‘우려 대상 국가’의 발전이 미국의 국가 안보에 특별한 위협이 된다”며 “미국의 투자가 이러한 위협을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중국이 첨단 반도체와 AI, 양자컴퓨팅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경제를 넘어 안보적 위협을 야기한다는 의미다. 미 정부 고위당국자는 브리핑에서 “(이번 행정명령은)경제 문제가 아니라 국가안보 차원의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17일 정부 관계부처와 방산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2040년까지 AI 기반 자율형 무인전투 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기술 개발을 추진 중이다. 중국도 AI 양자기술을 토대로 2049년까지 미국의 군사력과 어깨를 맞추는 것을 목표로 AI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미래전에선 물리적인 전선을 형성하지 않더라도 가상공간을 포함한 다차원 영역에서 전쟁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첨단 반도체와 AI, 양자컴퓨팅은 미래 산업의 핵심임과 동시에 군사적으로도 중요한 이유다.

현재 미국은 중국의 AI 기술을 상당한 안보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 2021년 미 의회연구서비스국이 발표한 ‘떠오르는 군사 기술: 의회를 위한 배경과 문제(Emerging Military Technology: Background and Issues for Congress)’ 보고서는 “중국의 AI·양자컴퓨팅 기술력 부상이 미국 군사기술을 위협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중국은 국제 AI 시장에서 미국의 가장 가까운 경쟁자”라며 “중국이 최근 거둔 AI 개발 성과는 중국의 잠재력을 보여준다. 특히 중국은 언어 및 안면 인식 기술 개발을 추구해 왔고, 이 중 많은 기술이 중국의 국내 감시 네트워크에 통합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구글이 개발한 양자컴퓨터 '시커모어(Sycamore)'. /Google Quantum AI

양자컴퓨팅 역시 미래 사이버전의 핵심으로 꼽힌다. 컴퓨터와 네트워크로 구성되는 사이버 공간에서 정보를 확보하고, 적이 아군의 정보 흐름을 지연·손상·마비시키는 것을 방어하는 게 미래 사이버전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군사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특히 AI와 양자컴퓨팅이 결합할 경우 전투 현장뿐만 아니라 초연결된 국가 기능을 마비시킬 수도 있다. 양자컴퓨터가 보유한 초고속 연산 능력과 AI의 고도화된 추론 능력이 더해져 암호체계를 무력화하고, 보안 취약점을 집중 공략하는 게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첨단 반도체는 이 같은 AI 기술과 양자 컴퓨팅을 만드는 데 필수 요소이다.

미국의 투자 제한 조치는 이러한 중국의 첨단 기술 개발을 통한 굴기(屈起)가 계획대로 되지 않게 하겠다는 의지를 행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최원석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경제안보팀 부연구위원은 “이번 행정명령의 핵심은 AI와 양자컴퓨팅 등 중국의 첨단 기업에 대한 투자를 막은 것”이라며 “중국 기업들의 성장 배경에는 미국 등 서구권의 자본 투자가 있었다. 하이테크 기업으로선 미국의 투자가 끊기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이번 투자 제한 조치가 경제보다 안보 이슈를 고려한 것이라는 점은 투자 금지·신고 대상 분류에서도 확인된다. 미국은 이번 행정명령에서 반도체와 양자(퀀텀) 기술, 인공지능(AI) 등 3대 첨단 기술 투자 규제에 초점을 두되 차등적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안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분야는 투자를 금지하고 그렇지 않은 분야는 신고 대상으로 뒀다.

반도체에선 첨단 반도체의 설계와 제조, 패키징에 관한 기술을 투자 금지 대상으로 규정했다. 첨단 기술을 제외한 일반(less advanced) 반도체는 신고 대상으로 정했다. 양자기술 분야에선 양자 컴퓨터, 특정 양자 센서, 양자 정보 기술에 관련된 중국 기업에 대한 투자를 금지했다. 보안 통신 및 시스템과 관련 없는 양자 기술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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