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기일전 유강남 ‘80억’ 존재가치 입증할까… 그렇다면 롯데도 포수 왕국 될 수 있다

김태우 기자 2023. 8. 17. 06: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17일 부상 복귀가 예정되어 있는 유강남 ⓒ곽혜미 기자
▲ 최근 절정의 타격감을 선보이고 있는 정보근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사직, 김태우 기자] 팀의 주전 포수였던 강민호가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어 삼성으로 떠난 이후, 롯데의 포수 포지션은 항상 고질병이었다. 내부에서 키워보려고도 했고, 외부에서 트레이드로 데려오기도 했고, 경쟁도 붙여봤으나 백약이 무효였다.

봄까지는 기대를 받는 선수들이 제법 많았다. 그러나 정작 그 유효기간은 봄을 넘기지 못했다. 완전체 포수는 없었고, 모두 하나씩 다 약점이 있었다. 그리고 그 약점이 갈수록 장점까지 덮어버리며 롯데 포수진은 표류하기 일쑤였다. 안방이 안정되지 않으니 팀의 센터라인은 자꾸 흔들렸다. 롯데가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이유 중 하나로 뽑혔다.

이대호의 은퇴로 팀 페이롤이 어느 정도 정리된 롯데는 올 시즌을 앞두고 FA 시장을 부지런히 누볐다. 유강남 노진혁 한현희가 차례로 영입된 가운데, 투자 금액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선수는 역시 포수 유강남(31)이었다. 영입 당시까지만 해도 당위성은 충분해 보였다. 4년 80억 원이라는 제법 센 금액이 논란이었을 뿐, 유강남이 롯데 전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예상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유강남은 리그에서 가장 건강한 포수였으며, 항상 많은 수비 이닝을 소화하는 포수였다. 프레이밍은 리그 정상급 포수로 뽑혔다. 여기에 일발 장타력도 있었다. 또 젊었다. 이제 31살의 포수였다. 경험과 기량에서 물이 오를 만한 나이였다. 유강남이 전성기에 있을 4년을 버텨주면, 그 사이 그 다음 포수들을 준비하겠다는 게 롯데의 계산이었다.

하지만 유강남이 흔들리면서 이 계획 자체가 꼬일 위기에 처했다. 유강남은 시즌 초반 안정적인 수비력과 투수 리드로 호평을 받았지만 갈수록 처지는 공격력과 잔실수가 드러나며 어려운 시기를 겪었다. 유강남은 올 시즌 81경기에서 타율 0.226, 6홈런, 29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641에 그쳤다. 공격도, 수비도 자신의 100%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결국 복근 부상으로 지난 7월 29일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 정보근의 활약은 롯데 포수진 전력을 살찌우고 있다 ⓒ곽혜미 기자
▲ 강견을 갖춘 손성빈은 롯데가 기대하는 차세대 포수다 ⓒ롯데자이언츠

그런데 그 사이 공교롭게도 다른 포수들이 두각을 드러내면서 판도가 바뀌고 있다. 정보근(24)이 공격에서 맹활약하고 있고, 손성빈(21)은 강견을 뽐내고 있다. 그래도 유강남이 차지하는 비중과 앞으로 해야 할 몫을 생각하면 건강을 되찾은 유강남의 콜업을 미룰 수는 없다. 다만 유강남이 올라오면 누구 하나를 빼야 하는 게 아닌, 세 선수를 모두 써야 할 방법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정보근의 방망이가 워낙 뜨겁다. 당초 수비에 비해 공격에서는 다소 박한 평가를 받았던 정보근은 시즌 41경기에서 타율 0.418의, 출루율 0.515 대활약을 펼치고 있다. 68타석 표본이라 아직 완벽한 검증이 됐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근래 롯데에서 가장 뜨거운 타격감을 보여주고 있다. OPS가 무려 1.115다. 한때 다른 포수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비가 낫다’는 평가를 받았던 포수의 대반전이다. 13일 KIA전에서 2안타, 15일 SSG전에서 5출루, 그리고 16일에도 대타 적시타를 포함해 2출루를 했다.

손성빈은 강견을 자랑한다. 리그 최고의 팝타임을 가진 포수로 각광받고 있다. 몸 동작이 빠른데다 워낙 총알 같은 송구를 자랑하기 때문이다. KBO리그 포수들의 평균 송구 속도는 시속 120㎞대 중반이고, 130㎞가 넘어가면 어깨가 강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런데 손성빈은 135㎞ 남짓의 레이저 송구를 자주 보여준다. 선천적인 재능이다. 최근 타격에서도 심심치 않게 안타를 때리는 등 팀이 왜 손성빈을 차세대 주전 포수로 낙점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에 래리 서튼 감독도 세 선수를 당분간 1군 엔트리에서 모두 활용할 뜻을 드러냈다. 서튼 감독은 16일 사직 SSG전을 앞두고 “유강남이 2군에서 세 경기에 뛰었고, 한 경기는 9이닝 수비를 하면서 몸 상태를 체크했다. 내일 엔트리 조정을 할 예정”이라면서 유강남의 17일 콜업을 예고했다. 그러면서 “감독으로서는 행복한 고민”이라고 미소를 지어보였다.

서튼 감독은 “세 포수 모두 우타자다. 벤치에 우타자가 없기 때문에 3명 중 1명은 스타팅으로, 1명은 지명타자로 쓸 수 있다. 정보근은 타격감이 좋기 때문에 대타로 가능하다”면서 “세 선수 모두 수비가 좋은 선수이기 때문에 경기 후반을 유연하게 가져갈 수 있는 좋은 무기가 될 것 같다”고 기대했다.

▲ 롯데는 유강남 정보근 체제에서 손성빈을 안정적으로 키울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롯데자이언츠
▲ 유강남이 자신의 존재가치를 뽐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곽혜미 기자

이를 테면 유강남이 주전으로 나가는 날은 손성빈이 경기 중‧후반 있을 수 있는 상황에 대비해 백업으로 대기하고, 타격감이 좋은 정보근은 대타 활용이 가능하다. 한편으로 아무래도 주력들이 떨어지는 포수들이다. 경기 막판 1점이 필요한 상황에서 이들이 출루했을 때 대주자로 바꾸기고 ‘3포수 체제’가 더 편하다. ‘2포수 체제’는 뒤에 대기하는 포수가 없어 과감한 교체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또한 9월부터는 엔트리 확대가 이뤄지기에 어차피 이 기간은 ‘3포수 체제’로 간다. 거의 모든 팀들이 확대 엔트리에 시행되면 3포수 체제로 임한다. 세 선수의 장점을 적절하게 활용하다보면 9월이 오게 되어 있고, 자연스럽게 그 흐름을 이어 가겠다는 포석도 읽힌다.

세 포수가 공존하면 롯데도 포수진은 남부럽지 않은 진용을 구축할 수 있다. 유강남은 어쨌든 지금보다는 더 나은 성적과 경기력을 기대할 수 있는 선수다. 공격에 눈을 뜬 정보근은 현재 롯데에서 활용 가치가 높고, 손성빈도 장기적으로 키워야 할 선수다. 유강남의 FA 4년 뒤 정보근 손성빈이 뒤를 이어 받고, 그 사이 그 다음 포수들을 또 준비시키는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확실한 건 롯데 포수진이 간만에 시즌 막판까지 희망을 주는 흐름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스포티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