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역사적’이었는데..거듭된 악재 탬파베이, 올시즌 어떻게 마칠까[슬로우볼]
[뉴스엔 안형준 기자]
탬파베이는 과연 올시즌을 어디에서 마치게 될까. 시작은 역사적이었지만 이제는 그 힘이 많이 사라졌다.
탬파베이 레이스는 올시즌을 '역대급' 질주로 시작했다. 개막전에서 승리하며 기분좋게 시즌의 문을 열었고 무려 개막 13연승을 질주했다. 개막 13연승은 메이저리그 현대시대(1900년 이후) 최장 타이기록이었다.
초반 탬파베이는 그야말로 태풍과 같았다. 4월을 23승 6패, 승률 0.793으로 마친 탬파베이는 5월 한 달 동안 승률 0.586(17승 12패)을 기록하며 숨을 골랐고 6월에는 월간 승률 0.630(17승 10패)을 기록해 다시 뛰어올랐다. 6월을 마친 시점에 탬파베이의 성적은 57승 28패, 승률 0.671. 메이저리그 전체 1위이자 '죽음의 조'로 불리는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서도 2위와 6.5경기차 여유있는 선두였다.
하지만 7월부터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탬파베이는 7월 첫 7경기에서 모두 패하며 7연패 늪에 빠졌고 전반기 마지막 경기 승리로 간신히 연패를 끊었다. 후반기 첫 날 더블헤더를 쓸어담으며 3연승을 달렸지만 이후 다시 5연패를 당했다. 7월 첫 15경기에서 3승 12패를 기록한 탬파베이는 기세를 올린 볼티모어 오리올스에게 7월 20일(이하 한국시간) 시즌 개막 후 처음으로 1위 자리를 내줬다.
이틀 뒤 잠시 1위를 탈환했지만 하루 뒤 곧바로 다시 2위로 내려앉은 탬파베이는 이후 한 번도 순위표를 리드하지 못했다. 벌써 한 달 가까이 볼티모어가 동부지구 1위이자 아메리칸리그 승률 1위를 지키고 있고 탬파베이는 그런 볼티모어를 추격하는 입장이 됐다.
물론 여전히 성적은 좋다. 탬파베이는 8월 16일까지 승률 0.590(72승 50패)을 기록해 볼티모어와 3경기차를 유지하고 있다. 지구 3위인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승차는 4.5경기. 와일드카드 레이스에서도 2위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2.5경기차로 앞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여전히 포스트시즌 '안정권'에 가까운 성적이다.
하지만 점점 악재가 생기고 있다. 탬파베이는 지난 4일 왼쪽 팔뚝 긴장 증세로 부상자 명단에 오른 에이스 셰인 맥클라나한이 16일 시즌 아웃 확정 판정을 받았다. 맥클라나한은 오는 22일 토미존 수술을 받을 예정이며 올시즌은 물론 2024시즌도 모두 결장할 전망이다.
맥클라나한은 탬파베이 마운드의 가장 중요한 전력이었다. 데뷔 3년차 1997년생 좌완 영건 맥클라나한은 웬만해선 선발투수를 믿지 않는 탬파베이가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에이스였다. 3년 동안 74경기에 선발등판해 33승 16패, 평균자책점 3.02를 기록했고 지난해 사이영상 투표 6위에 올랐으며 올시즌에도 수상이 유력할 정도는 아니지만 사이영상 레이스를 펼치고 있었다.
시즌 초반 드류 라스무센에 이어 맥클라나한까지 잃은 탬파베이는 잭 리텔, 타지 브래들리 등 검증되지 않은 선발투수들에게 계속 기대를 걸거나 결국 또 '오프너'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 됐다. 오프너 전략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선발을 보강했지만 보강한 만큼 이탈하는 투수들이 나왔다.
타선에도 대형 악재가 터졌다. 바로 팀의 핵심 타자인 완더 프랑코가 이탈한 것. 프랑코는 미성년자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소문이 SNS를 통해 확산되며 결국 조사 차원에서 팀에서 이탈했다. 프랑코의 결장이 얼마나 길어질지는 알 수 없지만 프랑코는 현재 제한 선수 명단에 올라 팀 로스터에서 빠졌다.
메이저리그 전체 1순위 유망주 출신 2001년생 유격수 프랑코는 탬파베이 전력 핵심 중의 핵심인 선수다. 탬파베이가 지난 시즌에 앞서 무려 11년 1억8,200만 달러 초대형 장기계약을 안긴 프랑코는 올해 112경기에서 .281/.344/.475 17홈런 58타점 30도루를 기록하며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내고 있었다. 팀 내 최다안타 2위, 홈런 4위, 도루 1위, 타율 2위인 프랑코는 탄탄한 수비력을 가진 부동의 주전 유격수기도 하다.
타선의 중심이자 내야의 중심이 빠져나간 탬파베이는 급하게 마이너리그에서 2000년생 유망주 오슬레이비스 바사베를 콜업했지만 당연히 공수 양면에서 프랑코의 빈자리가 느껴지고 있다.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스몰마켓 구단 중 하나인 탬파베이는 낮은 페이롤로도 좋은 성적을 쓸 수 있다는 것을 수차례 증명했다. 물론 스몰마켓 구단의 한계로 5-10년씩 강팀의 면모를 유지하지는 못했지만 최근 15년 동안 두 번이나 월드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하고 8차례 포스트시즌에 오르는 등 활약을 펼쳤다. 최근 4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올랐고 2020-2021시즌에는 2년 연속 동부지구 우승도 차지했다.
프랑코와 랜디 아로자레나 등 젊은 야수들이 자리를 잡은 탬파베이는 올시즌에 앞서 FA 시장에서 선발투수 잭 에플린을 영입하며 높은 곳에 오르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그리고 역사적인 페이스로 시즌을 시작했고 전반기 내내 한 번도 지구 선두 자리를 내주지 않으며 창단 첫 우승에 대한 희망을 키웠다.
하지만 7월 페이스가 떨어지며 1위를 내줬다. 좀처럼 볼티모어를 따라잡지 못하는 가운데 같은 지구의 토론토를 비롯해 휴스턴, 시애틀 매리너스 등 가을을 노리는 만만치 않은 팀들이 추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리고 투타 핵심이 이탈하며 8월 월간 승률 5할 이상을 기록할 수 있을지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최고의 모습으로 시즌을 시작했던 탬파베이가 과연 시즌 중반부터 닥친 역경을 딛고 올해야말로 높은 곳에 오를 수 있을지, 아니면 거듭된 악재를 이겨내지 못하고 '용두사미'로 시즌을 마칠지 귀추가 주목된다.(자료사진=케빈 캐시 감독)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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