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상첨화인가? 아스널 골키퍼 무한 경쟁 열렸다 [EPL 와치]
[뉴스엔 김재민 기자]
'금상첨화'
우리에게 익숙한 사자성어로 '비단 위에 꽃을 더한다'는 의미다. 좋은 일에 또 좋은 일이 더해졌을 때 쓰는 표현이다.
아론 램스데일을 데리고 있는 아스널이 다비드 라야를 품으며 좋은 골키퍼에 좋은 골키퍼를 더한 것도 이와 통할 수 있을까.
아스널은 지난 8월 15일(이하 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스페인 국가대표 골키퍼 다비드 라야가 1년 임대 이적으로 영입됐다"고 발표했다.
완전 이적 옵션이 삽입된 조건이며 라야는 1년 후 브렌트포드로 돌아갈 수도, 아스널에 눌러앉을 수도 있다.
브렌트포드의 주전 수문장이었던 라야는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전경기를 소화하며 브렌트포드의 프리미어리그 역대 최고 순위 9위를 달성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계약 만료를 1년 앞둔 시점인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이적이 예상됐고, 브렌트포드는 일찌감치 프라이부르크의 주전 골키퍼 마르크 플레켄을 영입해 라야의 이탈을 대비했다. 여러 빅클럽의 관심을 받은 라야는 최종적으로 아스널 이적이 확정됐다.
당초 3,000만 파운드(한화 약 510억 원)에 완전 이적할 거로 예상된 라야는 300만 파운드(한화 약 51억 원) 임대료에 임대 이적 후 완전 이적 옵션을 거는 조건으로 아스널 유니폼을 입었다. 대신 브렌트포드는 라야와 계약을 1년 연장해 2024년 여름에도 라야의 계약이 유지될 수 있도록 했다.
양측 모두 '윈윈'한 조건이다. 라야가 아스널로 완전 이적한다면 '계약이 1년 남은 라야를 3,000만 파운드에 판매한다'는 점에서 이적 시점만 바뀔 뿐 브렌트포드가 얻는 이적료 수입은 같다. 라야가 아스널에서 자리를 잡지 못해 브렌트포드로 복귀하더라도 검증된 골키퍼의 복귀를 꺼릴 이유는 없다.
아스널 역시 라야가 주전 골키퍼로 자리를 잡는다면 3,000만 파운드 투자가 아깝지 않을 것이다. 주전 등극에 실패해 브렌트포드로 복귀한다면 준수한 백업 골키퍼를 1년간 저렴한 비용으로 쓴 셈이라 손해는 아니다.
지난 시즌의 활약이 이어진다면 주전 등극을 바라볼 만하다. 지난 시즌 라야는 리그 내 선방 횟수 1위(154회), 중거리 슈팅 선방 1위(64회), 크로스 처리 2위(50회) 등 골키퍼로서 좋은 수비력을 보여줬다. 여기에 볼터치 1위(1,882회), 롱패스 성공 1위(410회)로 발밑도 뛰어났다.
단 아스널에는 램스데일이 있다. 지난 2년간 리그 정상급 수문장으로 활약했던 잉글랜드 국가대표 골키퍼다. 본머스, 셰필드 유나이티드를 거쳐 아스널에 입단한 램스데일은 지난 4년간 프리미어리그 주전 골키퍼로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다만 지난 시즌 후반기 들어서는 경기력이 떨어지는 기미가 보였다. 이에 아스널이 지난 수년간 관찰했던 라야를 영입해 '무한 경쟁'을 유도하는 쪽을 택했다. 라야의 영입에는 브렌트포드에서 일하다 아스널의 골키퍼 코치로 부임한 이나카 카나 코치의 추천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포지션마다 비슷한 수준의 선수를 '더블 스쿼드'로 구성하려는 아스널의 최근 선수단 구성 스타일이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토마스 파티가 있음에도 데클란 라이스를, 벤 화이트와 올렉스 진첸코가 있음에도 위리엔 팀버를 영입한 행보가 그랬다.
단 골키퍼는 특수 포지션이다. 로테이션과 부상이 빈번한 필드 플레이어는 실력이 비슷한 선수가 교대되거나 공존할 수 있는 변수가 많다. 특히 멀티 포지션 플레이어라면 공존 가능성은 더 커진다.
그러나 주전 골키퍼가 한 번 자리잡으면 쉽게 바뀌지 않는 포지션 특성상, 양질의 골키퍼 두 명은 공존하기 힘들다. 결국 벤치 신세에 불만을 품은 한 명이 이적을 요청하는 결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현지 축구 전문가 중에는 아스널의 라야 영입이 불필요했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레전드이자 프리미어리그 역대 최고의 골키퍼로 평가되는 피터 슈마이켈은 영국 'BBC'를 통해 "램스데일은 지난 시즌 환상적이었다. 그는 발밑이 좋았고 골키퍼의 핵심 역할도 뛰어났다. 그는 최고의 잉글리시 골키퍼다"며 "나는 아르테타 감독이 왜 잠재적인 문제를 만드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전설적인 골키퍼였던 셰이 기븐 역시 "문제가 될 영입이다. 램스데일은 최고의 골키퍼 중 하나였고 라야는 백업 조건으로 계약하지 않을 것이다. 왜 아르테타 감독이 그를 데려왔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내가 램스데일이라면 기쁘지 않을 것이다. 골키퍼로서 정신적으로 실수를 해도 감독의 옹호를 받기를 바란다"고 주장했다.
램스데일은 "축구에 쉬운 것은 없고 앞으로 나아가면서 스스로 적응해야 한다. 내가 이 팀에 왔을 때도 주전 경쟁을 했고 내게 또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 생각한 적이 없다. 우리는 주전을 두고 싸우고 서로를 최고로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며 경쟁을 받아들이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비단에 꽃을 더해 더 아름다워질 수도 있지만, 꽃이 너무 아름다우면 비단의 존재감이 사그라질 수도 있다. 아스널의 과감한 골키퍼 공존 전략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자료사진=다비드 라야, 아론 램스데일)
뉴스엔 김재민 j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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