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동주·김서현 내가 못 가진 재능…부러워” 한화 33세 트랜스포머, 160km 듀오 ‘격려’[MD창원]
[마이데일리 = 창원 김진성 기자] “내가 못 가진 재능이다.”
한화 우완 이태양(33)은 2022-2023 FA 시장에서 4년 25억원에 친정 컴백을 선언했다. 2020년 6월 SK로 트레이드 된 뒤 2년 반만에 한화 유니폼을 다시 입었다. 그리고 이태양은 늘 그랬던 것처럼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한다.
SSG 시절 선발과 불펜을 오가는 마당쇠였다. 선발을 하다 불펜으로 가면 적응이 쉽다. 그런데 불펜을 하다 선발로 가면 투구수를 늘려야 하기 때문에 결코 적응이 쉽지 않다. 그러나 이태양은 SSG 시절 유난히 적응을 잘 했다.
그런 이태양은 SSG에서 많이 느꼈고 배웠다. 16일 창원 NC전서 6년2개월만에 선발승을 따내자 “SSG에 3년간 있었지만 마음 속에는 한화에 대한 애정이 있었다. 돌아올 수 있게 해준 구단에 감사하다. 나도 선발로 경쟁력이 있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했다.
SSG에서 뭘 배웠을까. 이태양은 “정말 좋은 경험을 작년(SSG 통합우승)에 했다. 다른 팀에서 돈 주고도 못할 경험을 했다. 큰 경기서 주연은 아니지만, 조연으로 해보니 달랐다. 야구 시야가 넓어지는 느낌이다”라고 했다.
예를 들어 이젠 공 하나가 아닌, 2~3구까지 생각하고 초구를 던질 수 있게 됐다. 이태양은 “그런 게 확실히 달라진 것 같다. 정말 SSG에서의 시간은 잊을 수 없는 경험이 됐다”라고 했다. 그런 이태양은 자연스럽게 SSG에서의 특별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화에서 후배들을 잘 이끌어 나간다.
한화의 특급 신인, 문동주와 김서현 얘기가 나왔다. 이태양은 “(김)서현이나 (문)동주는 내가 못 가진 재능을 갖고 있다. 주위에서 시선을 주니 부담이 되겠지만, 반대로 다른 사람들에겐 부러움의 대상”이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문동주와 김서현의 155~160km를 누가 쉽게 던질 수 있겠나. 스피드는 신이 내린 영역이다. 제구 역시 타고난 투수가 노력으로 나아진 투수보다 낫다는 말이 있지만, 스피드는 말할 것도 없다. 훈련으로 늘릴 수 있어도 문동주와 김서현처럼 타고난 스피드를 넘는 건 어렵다.
이태양은 “동주나 서현이가 겉으로는 겸손해야 한다. 그러나 마음 속에선 ‘내가 주인공’이다. 그런 생각을 가져야 한다. 투수는 자신감이다. 나이가 무기다. 잃을 게 없다. 자신감을 잃지 않고 주인공이란 생각을 갖고 야구하면 좋겠다”라고 했다.
심지어 이태양은 “지금부터 꾸준히 하면 나이 서른이 되면 더 좋은 대우, 더 많은 돈을 받고 야구할 수 있다”라고 했다. 이태양이 보기엔 두 강속구 후배가 과도한 관심에 부담이 되는 듯 보였지만,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격려다.
김서현은 11일 대전 두산전서 2⅔이닝 3피안타 2탈삼진 8사사구 4실점으로 부진했다. 그리고 17일 창원 NC전서 대망의 선발투수 데뷔전을 갖는다. 이태양은 그래도 김서현이 자신감을 잃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
이태양은 “지난 경기 후 일부러 아무 얘기도 안 했다. 느낀 바가 클 것이다. 그럴 때 얘기하면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스스로 프로야구가 쉽지 않다고 느꼈을 것이다. 그러면 내년, 내후년에 더 잘할 수 있다”라고 했다. 이렇게 한화에도 좋은 선배들이 있다. 문동주와 김서현에겐 더 없이 좋은 환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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