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국가대표 소믈리에 안중민 "로봇은 절 대체 못하죠"

연희진 기자 2023. 8. 17.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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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그룹 파리크라상 외식사업부 수석 소믈리에
한국 국가대표 소믈리에 대회 왕중왕전 4차례 우승
"열정은 나의 힘"… 안중민의 도전은 계속된다
안중민 소믈리에는 한국 국가대표 소믈리에 대회 왕중왕전에서 4차례 우승한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안 소믈리에가 와인을 따르고 있다. /사진=SPC그룹
"저의 도전은 이제 시작입니다."

국가대표 소믈리에의 마음가짐은 남달랐다. 열정적인 눈빛에 겸손한 태도. 서울 양재동 SPC 본사에서 만난 안중민 소믈리에는 오랜만의 인터뷰로 떨린다면서도 쾌활한 미소로 기자를 맞았다. 그의 에너지는 묵직한 레드와인 같다가도 상쾌한 샴페인 같았다.

안 소믈리에는 2017년 4월 국내 최초로 세계 소믈리에 협회가 발급하는 'ASI 디플로마 골드'를 취득한 인물이다. 2015년 아시아 베스트 소믈리에 대회 우승, 2016년 한국 국가대표 소믈리에 대회 우승, 2017년부터 2022년까지 네 차례 연속으로 한국 국가대표 소믈리에 대회 왕중왕전에서 우승했다. 말 그대로 국가대표 소믈리에다.

SPC 본사에서 안중민 소믈리에가 소믈리에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SPC그룹
처음부터 소믈리에의 길을 걸었을 것만 같은 그의 학창 시절 꿈은 호텔 지배인이었다. 드라마 '호텔리어'를 보고 프랑스 국립호텔고등학교 입학을 위해 유학을 결정했다. 당시 안 소믈리에의 나이는 만 14세. 어린 나이에 꿈을 위해 대륙을 건너기로 마음먹었다.

안 소믈리에는 "드라마를 보고 호텔 지배인이 멋있어 보였다"며 "전문적인 일을 하고 싶은 욕구도 컸다"며 과거를 회상했다. 프랑스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봉쥬르'(bonjour·안녕하십니까)밖에 없었어도 결심엔 망설임이 없었다. 현지 호텔 전문 고등학교의 외국인 문턱이 높아 석달 동안 면접 대본을 달달 외웠다. 똘망똘망한 눈빛이 면접관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겨 얼마 남지 않은 자리를 꿰찼다.

안 소믈리에는 호텔 고등학교에서 처음 와인과 소믈리에라는 직업을 접했다. 그는 "그땐 솔직히 와인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며 "미성년자니까 마셔보지도 않고 이론만 배우니 어렵게만 느껴졌다"고 말했다. 안 소믈리에가 와인에 관심이 생긴 건 다시 프랑스에서다.

호텔 지배인의 꿈을 품은 안 소믈리에는 전역 후 다시 프랑스행을 결정했다. 지배인으로서 '나만의 무기'를 갖고 싶다는 욕심에서다. 선택은 와인이었다. 프랑스 보르도 와인의 본고장으로 날아간 안 소믈리에는 그제야 와인의 매력에 푹 빠졌다.



"와인을 마시는 것은 이야기를 마시는 일"



안중민 소믈리에는 와인의 매력에 대해 예술적 가치가 높고 예민한 술이라고 생각한다. /사진=SPC그룹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와인의 대중화가 시작되고 있다. 안 소믈리에에게 와인의 매력을 묻자 "예술적 가치가 높은 술"이라며 "마치 사람과 같아서 소믈리에가 어떻게 핸들링하느냐에 따라 맛이 좌지우지될 만큼 예민한 술이기도 하다"고 답했다.

'예민한 술'인 와인은 어떻게 다뤄야 할까. 안 소믈리에는 온도가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스파클링 와인은 5~6도 ▲화이트 와인은 6~8도 ▲가벼운 레드와인은 14~15도 ▲무거운 레드와인은 16~18도가 적당하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건 '숙성 잠재력'이다. 쉽게 말하면 이 와인이 1시간 뒤에 맛있을지 2시간 뒤 맛있을지 보는 것이다. 안 소믈리에는 정지된 상태에서 1차 향을 맡고, 공기와 접촉시킨 뒤 2차 향을 맡으면서 이를 판단한다. 그는 "가정집에서 와인을 오픈했을 때 무거운 바디감의 레드와인은 최소 1시간 전에 오픈하고 넓은 잔에 따라 마실 때 더 맛있다"고 팁을 줬다.

"와인은 다양한 신화에서도 많이 등장합니다. 최후의 만찬에서는 예수가 빵과 포도주를 자신의 살과 피라고 칭할 만큼 큰 의미를 가지죠. 수많은 예술가들이 사랑하는 술이기도 합니다. 와인에는 사회·문화적으로 얽혀있는 이야기들이 많아요. 와인을 마시는 건 스토리(이야기)를 마신다고들 하죠. 그래서 와인을 참 좋아합니다."

와인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소믈리에도 주목받고 있다. 안 소믈리에는 "소믈리에는 와인뿐만 아니라 모든 술과 음료, 식재료를 공부하고 알아야 한다"며 "그래야 손님들에게 음식과 와인 추천을 해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소믈리에의 역할도 더욱 다양해졌다. 레스토랑에서 와인을 관리하고 서빙하는 것에서 종합 와인 전문가로 주목받는다. 와인 컨설팅, 강의, 책 집필, 와인관광 가이드, 와인 수입, 술 품평 등까지 영역이 넓어졌다.

안중민 소믈리에가 와인 향을 맡고 있다. /사진=SPC그룹
안 소믈리에는 "10년 전만 해도 소믈리에라고 하면 '와인 따라주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있었지만 지금은 와인 전문가로 대접받고 억대 연봉자도 많아졌다"며 "와인과 관련해 이렇게 다양한 일을 수행할 수 있는 건 사람인 소믈리에밖에 없다. 절대 로봇이 대체할 수 없는 직업"이라고 미소를 지었다.

훌륭한 소믈리에가 되려면 어떤 자질을 갖춰야 하냐고 국가대표 소믈리에에게 묻자 '열정'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새로운 와이너리가 계속 생기고 관련 법규가 계속 바뀌기 때문에 꾸준한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금 뻔한 답이었지만 그에게 들으니 진정성 있게 느껴졌다.

안 소믈리에는 한국인 최초로 아시아·오세아니아 한국 대표를 두 번 지냈고 세계 베스트 소믈리에 대회 역시 2회 참가했다. 한국 소믈리에 중 가장 많이 도전했고 가장 높은 등수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멈추지 않는다. 아시아·오세아니아 대회와 세계 베스트 소믈리에 대회 우승을 꿈꾸며 한 번 더 도전한다. 2025년에 있을 대회를 준비하는 안 소믈리에는 "정답은 정말 많이 마셔보고 많이 기억하는 수밖에 없다"며 정도를 강조했다.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하는 안 소믈리에는 "목표가 있기에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 같다"며 "노력은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기에 더욱 열심히 할 것"이라고 각오를 내비쳤다. 정진하는 사람은 아름답기에 그의 도전을 응원한다.

연희진 기자 to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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