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라도 50년 주담대 받자" 나이 제한 검토에 더 바빠진 대출자들

박슬기 기자 2023. 8. 17. 0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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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은행 개인대출 창구 모습./사진=뉴스1
금융당국이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을 '만 34세 이하'로 제한을 두는 방안을 들여다보면서 주담대 대환 수요가 꿈틀하고 있다. 일부 대출자들 사이에선 나이 제한이 본격 시행되기 이전에 50년 주담대로 미리 갈아타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16일 은행권에 따르면 은행 대출창구 등에는 50년 주담대 연령 제한을 묻는 고객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금융당국아 사상 최대치를 찍은 가계대출 증가세의 원인 중 하나로 50년 만기 주담대를 꼽으면서 나이 제한을 두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50년 만기 주담대를 나이제한으로 받지 못하기 전에 미리 대출을 갈아타 원리금 부담을 낮추려는 고객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내집 마련 계획을 갖고 있던 고객들도 나이제한 소식에 서둘러 주담대 상담을 받으러 오는 분위기"라며 "주담대 만기를 30년 받든, 50년 받든 차주의 평균 상환기간은 7년인데 주담대를 50년 만기로 받으면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에 여유가 생기고 월 원리금 부담을 낮추는 효과가 있어 고객들은 50년 만기를 더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50년 만기 주담대, 어디가 이자 낮나요?


대출 부동산 커뮤니티를 중심으론 50년 만기 주담대 최저금리를 공유하는 글도 속속 올라오고 있다.

16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50년 만기 주담대 혼합형(5년 고정금리 이후 변동금리로 전환) 금리는 연 3.93~5.92%로 집계됐다.

앞서 주요 시중은행들은 지난달부터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을 출시했다. 농협은행이 지난달 5일, 하나은행이 7일, 국민은행이 14일, 신한은행이 26일부터 50년 만기 주담대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어 우리은행은 지난 14일부터 주담대 만기를 최장 40년에서 50년으로 확대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도 지난 10일부터 주담대 만기를 최장 45년에서 50년으로 늘렸으며 케이뱅크는 50년 만기 주담대 출시를 검토 중이다.

50년 만기 주담대 금리는 30년 만기 또는 40년 만기 주담대 금리와 동일하다. 만기가 길어도 코픽스(COFIX, 자금조달비용지수) 또는 금융채 금리를 준거금리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5대 은행에서 50년 만기 주담대 최저금리가 가장 낮은 곳은 혼합형 기준으로 농협은행의 '채움고정금리모기지론'이 3.93%로 가장 낮다. 이어 KB국민은행의 'KB주택담보대출'이 4.05%, 하나은행의 '하나원큐아파트론'이 4.263%, 우리은행의 우리 WON주택대출이 4.33%, 신한은행의 '신한주택대출(아파트)'이 4.61%였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주담대 혼합형 최저 금리는 연 3.915%로 농협은행보다 0.015%포인트 낮지만 최고 금리는 6.544%로 신한은행(5.92%) 대비 0.624%포인트 높다.

대출은 만기가 길어질수록 매월 상환해야 하는원리금이 줄어드는 만큼 DSR도 낮아져 대출 한도를 더 늘릴 수 있다. 지난해 7월부터 총대출액이 1억원을 초과하면 개인별 DSR 40%가 적용돼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소득의 40%를 넘을 수 없다.

한 시중은행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마이너스통장 등 신용대출이 없는 직장인 A씨의 연 소득이 6000만원일 경우 연 5%의 금리로 주담대를 받으면 30년 만기일 경우 주담대 한도가 약 3억7000만원에 그치지만 만기를 50년으로 늘리면 약 4억4000만원의 주담대를 빌릴 수 있다. 대출 한도가 약 7000만원 늘어나는 셈이다.

만기가 길어지면 월 상환액 부담이 줄어든 점도 장점이다. 4억원의 주담대를 연 5%의 금리로 받는다고 가정했을 때 만기가 30년일 때는 월 원리금이 214만7286원이지만 50년으로 늘어나면 월 원리금이 181만6555원으로 약 33만원의 금융비용을 줄일 수 있다.

다만 총 대출이자는 만기가 길어질 수록 늘어난다. 같은 조건으로 만기가 30년에서 50년으로 길어지면 총 대출이자는 3억7302만원에서 6억8993만원으로 이자만 3억원 이상 늘어난다.


50년 만기 주담대 "월 원리금 부담 낮춘다" vs "DSR 우회 수단"


금융당국은 50년 만기 주담대가 DSR 규제의 우회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은 아닌지 들여다보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16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수출금융 종합지원방안 간담회'에서 "새정부 출범 이후 감소하던 가계부채가 최근 다시 상승하고 있다"며 "대출한도를 늘리기 위해 50년 만기 대출이 사용되거나 비대면 주택담보대출에서 소득확인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반 상식에 벗어나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우회하는 수단이 없는지, 상환능력이 부족한 분들에게 과잉 대출을 하고 있지 않은지 신중하게 살펴봐 달라"고 전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50년 만기 주담대에 나이 제한을 두는 것과 관련해 "아직 (규제 방향은) 결정된 것이 없다. 현재는 50년 만기 주담대로 판매되는 게 도대체 어떤 사람이, 어떤 용도로 쓰고 있는지 그 추이와 규모를 파악하는 단계"라며 "어떤 연령대에서 어떤 목적으로 쓰고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봐야 어느 정도까지는 용인하고 어느 정도까지는 더 타이트하게 관리돼야 한다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50년 만기 주담대에 나이제한을 둘 경우 '만 34세 이하'가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정책 모기지인 특례보금자리론의 50년 만기 주담대 대상이 만 34세 이하여서다.

하지만 은행권은 당초 50년 주담대 도입 취지가 고금리 기조 속 차주의 원리금 상환 부담을 덜기 위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담대를 수십년간 상환하는 차주도 사실상 거의 드물다"며 "주담대 폭증의 원인은 50년 만기 상품에 있다기 보단 부동산 규제 완화로 보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박슬기 기자 seul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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