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 수비왕’ 넘보고 추월 직전이었는데… 미성년자 성추문에 ‘제2의 바우어’ 위기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선수들의 수비력을 측정하는 가장 역사가 깊고 대중적인 지표인 DRS(수비로 실점을 얼마나 방지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에서 김하성(28‧샌디에이고)은 올 시즌 줄곧 메이저리그 정상급 성적을 거뒀다. 2루수 부문에서는 ‘와이어 투 와이어’ 수상도 가능한 페이스다.
김하성은 16일(한국시간) 현재 +17의 DRS를 기록해 메이저리그 전체 3위를 달리고 있다. 대략적으로 17점 정도를 수비로 막아냈다는 뜻인데 아직 시즌이 많이 남아있음을 고려하면 최정상급 성적이다. 김하성보다 더 뛰어난 DRS를 기록 중인 선수는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샌디에이고‧+20)와 달튼 바쇼(토론토‧+20) 두 명뿐인데 이들은 포지션이 외야수로 김하성과 정확한 비교는 어렵다.
내야수 중에서는 김하성에 이어 키브라이언 헤이스(피츠버그‧+15), 완더 프랑코(탬파베이‧+15), 라이언 맥마혼(콜로라도‧+15)가 2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다만 이들 중에서도 포지션은 조금 갈린다. 헤이스와 맥마혼은 3루수다. 흔히 말하는 중앙 내야수(유격수‧2루수) 중에서는 김하성을 따라올 선수가 탬파베이의 주전 유격수인 프랑코밖에 없는 셈이다.
실제 프랑코는 중앙 내야수 DRS 부문에서 김하성을 맹추격하고 있었다. 시즌 초반까지는 그저 리그 평균 이상의 수준이었지만, 중반 이후 걸출한 수비력을 선보이면서 김하성과 격차를 계속 좁혔다. 근래에는 동등한 수준까지 따라잡은 적도 있었다. 페이스만 놓고 보면 추월도 불가능해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이 프랑코가 불미스러운 일에 휩싸였다. 한가하게 중앙 내야수 DRS 1위를 이야기할 처지가 아니다. 자칫 하면 야구 경력에 큰 오점이 남을 위기다.
프랑코는 최근 미성년자와 부적절한 성관계를 맺었다는 한 폭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지난 13일(한국시간)부터 이런 보도가 나오고 있는데, 프랑코는 이에 대해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심지어 보도가 나온 직후 탬파베이 클럽하우스에서 이를 부인하는 내용의 동영상을 찍어 SNS에 올렸을 정도다. 지금은 이 영상이 삭제됐지만, 프랑코 측도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프랑코는 13일 클리블랜드전에 결장했다. 당시 케빈 캐시 탬파베이 감독은 “원래 쉬기로 예정이 되어 있었다”고 해당 사건과 결장이 무관함을 밝혔다. 하지만 경기 후 탬파베이가 성명을 내고 “우리는 프랑코와 관련해 유포되고 있는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인지하고 있다. 우리는 이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조사를 진행하는 동안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긴밀히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14일부터 메이저리그 사무국 차원의 조사가 시작됐고, 프랑코는 행정 휴가가 아닌 ‘제한 선수 명단’에 올랐다. 제한 선수는 보통 경기장 바깥에서 뭔가 문제를 일으킨 선수들에게 주어지는 처분이다. 이 경우 구단은 해당 기간 연봉 지급 의무에서 자유로워진다. ‘프랑코 사태가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것을 탬파베이가 인지하지 않았겠느냐’는 추측이 나오는 가운데 프랑코는 현재 경기에도 뛰지 못하고 있다.
급기야 고국인 도미니카공화국 사법 당국까지 나서 “그 문제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만국 불문으로 미성년자와 연관된 성 문제는 엄격하게 처벌하고 있고, 이는 미국과 도미니카공화국도 예외는 아니다. 프랑크와 프랑코의 에이전시는 조사가 시작된 뒤로는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않고 있고, 프랑코는 현재 팀과 떨어져 조사를 받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탬파베이로서는 문제가 없기를 바라겠지만, 프랑코 사태는 심각한 불씨가 될 수 있다. 이것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메이저리그 차원의 중징계가 불가피하다. 메이저리그는 여성‧가정 폭력에 굉장히 완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가벼운 폭행도 수십 경기 징계로 이어진 경우가 있다. 심지어 트레버 바우어는 여성 성폭력 혐의로 두 시즌 출장 정지라는 역사상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징계를 받은 적이 있다.
바우어는 소속팀 LA 다저스로부터 방출된 뒤 현재는 선수 경력을 이어 가기 위해 일본에서 뛰고 있다. 징계가 다 끝난다고 해도 이미 낙인이 찍힌 바우어를 메이저리그 구단에서 받아줄지 의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탬파베이도 난감하다. ‘원더보이’라는 별명으로 메이저리그 최고 유망주로 손꼽혔던 프랑코는 만 20세였던 2021년 팀에 데뷔해 팀의 주전 유격수로 활약하고 있다. 리그에서 가장 촉망받는 유격수 자원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잘 치고, 잘 잡고, 잘 뛴다. 올해도 112경기에서 타율 0.281, 17홈런, 58타점, 65득점, 30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819를 기록 중이다. 올스타에도 선정됐다.
어린 시절부터 프랑코의 재능을 봐온 탬파베이는 지난 2022년 시즌을 앞두고 프랑코와 11년 총액 1억8200만 달러라는 대형 장기 계약도 한 상태다. 아직 연봉조정자격도 없는 선수와 11년 계약을 했다는 것은 그만큼 프랑코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스몰마켓 팀인 탬파베이라 더 그랬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이 계약조차 위기로 떠올랐다. 계약 파기 조건 등 계약서의 세부적인 조항 또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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